'분류 전체보기'에 해당되는 글 562건

  1. 2005.10.18 졸업 by 망명객
  2. 2005.08.13 과유불급 by 망명객
  3. 2005.07.27 이상호 X파일 by 망명객
  4. 2005.07.16 [인문/역사/사회/자연과학]세계화 시대 초국적기업의 실체 by 망명객
  5. 2005.06.28 단원대전 by 망명객
  6. 2005.06.28 옥정호展 by 망명객
  7. 2005.06.26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by 망명객
  8. 2005.06.26 잃어버린 말발굽 소리에 귀 기울이다 by 망명객
  9. 2005.06.25 젊은 날의 깨달음 by 망명객
  10. 2005.06.24 스타워즈 에피소드 3 - 시스의 복수 by 망명객

졸업

길위에서 : 2005. 10. 18. 13:33

2005년 8월 19일, 1997년 1월 초의 합격자 발표부터 인연을 맺은 학교를 졸업하다.




'길위에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취직  (0) 2005.10.30
9.13  (0) 2005.10.18
끝났다  (0) 2005.06.22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가?  (0) 2005.06.18
빵 만들기  (0) 2005.04.06
Posted by 망명객

과유불급

똥침 : 2005. 8. 13. 18:18

과유불급 - 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

'똥침' 카테고리의 다른 글

軍心보다 더 부끄러운 筆力  (0) 2006.05.10
술 권하는 대통령  (0) 2006.02.03
사교육을 국가 기간산업으로 육성하자!  (0) 2006.01.23
정치적 감수성?  (0) 2006.01.06
쓸데없는 분노  (0) 2005.02.06
Posted by 망명객
결국 터질 사건은 터지고 밝혀질 것은 밝혀지기 마련이다.
구찌 핸드백 사건이 이슈화 되던 올해 초, 미국 출장 중이었던 이상호 기자는 미국으로 떠나기 전 자신의 홈페이지에 ‘자본의 심장에 도덕성의 창을 꽂는 일’이라는 표현으로 출장 내용을 밝혔었고 이후 MBC 내 이상호 기자의 취재 내용을 보강할 특별팀이 만들어졌다는 것이 올 1월에 접한 뉴스였다. 지난 21일과 22일 대대적으로 보도된 언론권력과 자본권력 그리고 정치권력이 결탁을 까발린 X파일 사건은 이미 올해 초부터 대충 눈치로 어림짐작 할 수 있는 대형 사건이었다.
MBC는 사안의 크기만큼 지난 반년 동안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해왔고 엉뚱하게도 동아일보와 조선일보의 선수치기에 MBC만 물먹은 꼴이 되어버렸다.




Posted by 망명객
세계화 시대 초국적기업의 실체, 장시복, 책세상문고(우리시대)80, 20040425

지난 3월 1일, MBC가 공전의 히트작이었던 ‘대장금’의 후속작으로 준비했던 특별기획드라마 ‘영웅시대’가 70회를 마지막으로 조기 종영했다. “시련과 영광의 대한민국 경제사, 그 불모지대에서 기적과 전설을 일으켰던 주역들의 불꽃같았던 삶의 조명”을 목적으로 기획되었던 이 드라마는 ‘현대’와 ‘삼성’ 두 재벌 기업의 창업자를 모티브로 삼았다는 이유로 방영 전부터 큰 화제가 되었다. MBC는 ‘영웅시대’의 방영을 앞두고 ‘아이러브-MBC' 리서치 회원 35000명을 대상으로 국내 분야별 영웅에 대한 설문조사를 벌였다. 조사 결과 응답자 절반 이상인 1062명의 응답(52%)으로 고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이 ‘경제 분야 영웅’으로 뽑혔다. 이미 정 회장의 경우 2001년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국내 대기업 경영자 중 가장 호감 있고 존경할만한 경영자로 뽑혔었고 2003년과 2004년에는 삼성 이건희 회장이 그 자리를 이어받았다. 굳이 ‘영웅시대’라는 드라마 제목이 아니더라도 재벌은 이미 우리시대 존경의 대상이었다는 사실을 위 설문조사에서 알 수 있다.

2005년 5월 2일, 이 날을 주목하는 주요 이유는 대학생들에게 존경받는 경영인 1위에 뽑혔던 삼성 이건희 회장이 고려대에서 큰 봉변을 당했기 때문이다. 이건희 회장의 명예 철학박사 학위 수여식 과정에 빚어진 학생들의 비판과 행사 저지로 인한 갈등은 단순한 해프닝을 넘어 2005년 한국사회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상징성을 지닌다. 이 사건 직후 재계와 관계에서는 국민들의 ‘반기업정서’를 걱정했으며 언론에서는 대학생들의 반지성주의에 대한 따끔한 훈계를 잊지 않았다. 5년 전 같은 고려대에서 있었던 김영삼 전 대통령의 특강 저지 사건에 반해 이번 사건의 학생들에게는 역풍이나 다름없었다. 

2005년 5월 16일 중소기업인대회에서 “이미 권력은 시장으로 넘어간 것 같다”는 대통령의 이야기는 경제 권력 우위론을 일깨워주는 묘한 울림이 아닐 수 없었다. 물론 대통령이 지난 고려대 사건 하나만 두고 행한 발언은 아니었을 것이다. 이는 삼성의 사장을 지냈던 장관을 두고 중앙일보 회장을 주미 대사로 뒀으며 이건희 회장이 지배하는 삼성이 한국 전체 수출액에서 주식시장 시가총액에 이르기까지 20% 이상의 몫을 차지하고 있는 현실을 반추하며 나온 발언이었을 것이다. 즉, 대통령의 이야기는 세간의 담론으로 떠돌던 ‘삼성 공화국’, ‘삼성 왕국’을 대표로 한 재벌왕국이 우리 주변에 엄연히 존재하던 하나의 세계였음을 공표한 것에 불과하다.

고려대 사건의 상징성은 바로 이러한 경제 권력으로 존재하는 재벌과, “재벌의, 재벌에 의한, 재벌을 위한 한국경제”의 현실 속에서 자본의 문화적 패권에 대한 도전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건희 회장은 정치적인 개혁․진보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분명히 노조 탄압에서부터 상속세 문제에 이르기까지 많은 문제를 안고 있는 인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이미 각종 설문조사 결과에서 볼 수 있듯 존경받는 경영자이며 ‘세계적 일류 기업’을 탄생시킨 ‘영웅’이다. 이게 삼성 자본의 문화적 패권이고 고려대 학생들은 이 패권에 도전했던 것이다.이건희 회장의 고려대 사건은 각종 외압설에 시달리며 조기 종영으로 끝난 드라마 ‘영웅시대’와 함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으로 기억될 것이다.

국내 재벌을 바라보는 시선은 이제 국내를 넘어 세계적인 시각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초국적기업은 '거대한 규모를 가지고 본국의 기반을 바탕으로 자본 축적을 세계적 규모에서 수행하며, 이러한 축적을 가능하게 하는 전략과 조직을 갖고 있는 기업'으로 정의할 수 있다. 이러한 정의를 토대로 우리는 초국적기업에 대한 이해를 다음과 같이 구체화해나갈 수 있다. 우선 초국적기업은 자본의 집적과 집중의 산물로 규모가 상당히 거대하다. 초국적기업은 거의 예외 없이 한 나라에서 대기업을 형성하는 것으로 시작하여 세계적인 확장을 꾀했다. 이것은 초국적기업이 오랜 기간에 걸친 복잡한 자본 집적과 집중의 산물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초국적기업의 활동을 포착할 때는 거대한 초국적기업의 세계적 독과점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초국적기업이 한 나라에서의 독과점을 통해 얻은 거대한 자본을 기반으로 세계적인 자본 축적에 나선다는 것은 다른 나라 초국적기업과 경쟁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러한 경쟁 속에서 결국 거대한 초국적기업 사이의 독과점이 세계적으로 형성된다. 세계적 자본 축적 과정은 소수의 초국적기업 사이의 경쟁과 협력을 통해 진행되며 이에 따라 세계적인 자본 집적과 집중은 더욱 증가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두 번째, 초국적기업은 세계적인 활동을 전개하며, 이를 뒷받침해주는 전략과 조직을 보유한다.
초국적기업이 거대한 규모로 전 세계적인 무대에서 활동하기 위해서는 이른바 '세계적 기업 조직 네트워크'를 구성해야 한다. 초국적기업은 세계적 시야에서 개발․조달․생산․판매의 효율화를 꾀해야 하며 세계적 경쟁의 압력은 초국적기업을 단일한 전략과 구조를 가진 '세계적 기업'으로 전환시키고 있다. 그런데 초국적기업의 확장 과정은 매우 불균등하며 위계화되어 있다. 초국적기업의 자본 축적은 이윤을 높일 수 있는 조건에 영향을 받고 국민국가의 자본 축적 기반과 분리될 수 없기 때문에 세계적으로 불균등하고, 선진국과 후진국에서 자본 축적 전략이 위계화된 형태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세 번째, 오늘날 세계적 자본 축적을 하는 기업을 일컬을 때 '다국적기업'이라는 용어보다 '초국적기업'이라는 용어를 쓰는 것이 적절하다.
다국적기업은 여러 나라에 걸쳐 활동하는 기업이라는 평면적인 의미만을 전달하지만 초국적기업은 '본국의 기반을 넘어서서' 세계적인 자본 축적을 하는 기업이라는 의미를 띠기 때문에 좀더 입체적인 정의를 보여줄 수 있다.

네 번째, 우리가 사용하는 초국적기업이라는 용어는 국민국가를 완전히 벗어난 자본의 세계적 축적 과정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본국의 기반을 완전히 무시한 초국적기업이란 존재하지 않으며 초국적기업의 발전 과정은 국민국가의 자본 축적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
한편 초국적기업의 발전 과정은 국민국가의 자본 축적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 한편 초국적기업은 본국의 자본 축적 과정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초국적기업은 국민국가에 기원을 두고 있기 때문에 국내 기반의 강점과 약점, 자국 정부의 도움이 초국적기업의 전략과 경쟁력을 형성하는 요소가 된다. 더욱이 초국적기업은 국내 계급 투쟁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다른 한편 초국적기업의 세계적 자본 축적은 자본이 진출한 국가의 기반을 전혀 무시할 수 없다. 다시 말해 초국적기업의 자본 축적은 자본 전출 국가의 자본 축적과 계급 투쟁의 상황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초국적기업을 자본 축적 과정의 세계적 확장으로 파악하게 되며 노동의 세계적 통일과 분열을 분석할 수 있게 된다.
자본의 정의에서 보았듯이 자본은 산 노동과의 관계를 통해서만 생존할 수 있기 때문에 초국적기업은 어느 곳에 가든 노동과 마주해야만 한다. 따라서 초국적기업이 세계적으로 자본 축적을 확대하는 과정은 노동의 통합이 세계적으로 확대되는 과정을 의미한다. 곧 더 많은 노동자들이 소수의 손아귀에 집중되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 초국적기업은 불균등하고 위계화되어 있기 때문에 노동자들의 단결을 약화시키고 분할․지배하는 전략을 구사하며, 이에 따라 노동은 분열한다. 따라서 초국적기업의 세계적 확장은 노동자들의 단결을 강화할 수 있는 조건과 약화할 수 있는 조건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것이다." pp41-44.

IMF 이후, 대규모 구조조정에 성공한 재벌사들은 세계적 규모의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그러나 무리한 구조조정은 중산층 신화의 붕괴로 이어졌고, 이에 따른 빈부격차의 증대가 오늘날 경제위기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제 국내 재벌사는 초국적기업으로 부를 수 있다. 국민국가의 자본 축적을 토대로 한 그들만의 세계를 구축하는 것은 필연의 왕국으로 이르는 길이기 때문이다.


세계화 시대 초국적기업의 실체(책세상문고... 상세보기
장시복 지음 | 책세상 펴냄
초국적기업에 대한 비판서. 제 1 장은 다국적기업 이라고 하지 않고 왜 초국적기업 이라고 했는지에...밝히면서 현실에 맞는 정의를 내려 보고, 제 2 장은 초국적기업의 일상사와 노동의 일상사에 대해다루며, 제...

'보고읽고느끼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리학교  (0) 2007.03.16
멸봉공사의 미덕 : “당신의 문화정책은 무엇입니까?” - 고영직  (0) 2006.11.23
단원대전  (0) 2005.06.28
옥정호展  (0) 2005.06.28
젊은 날의 깨달음  (0) 2005.06.25
Posted by 망명객

단원대전

보고읽고느끼고 : 2005. 6. 28. 15:36
사용자 삽입 이미지

2005년 5월 22일, 간송미술관



단원 서거 200주기를 맞이해 단원대전이 열리는 간송미술관을 찾았다.

사실 서구 중심의 근대교육으로 우리는 그 어떤 서구인보다 더욱 서구인화되어 있는지도 모른다. 90년대를 강타했던 프랑스 철학자들에 대한 대중적 유행은 우리의 사상적 뿌리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기에 충분했다. 왜곡된 압축근대의 한국 현대사 속에서 우리에게는 우리 자신을 충분히 검토할 시간적인 여유가 부족했다. 가시적인 민주화의 성과가 보이자마자 어느덧 우리는 세계화의 이상으로 달려가고 있었고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다’라 표방하긴 했지만 자본주의 주변부 국가에서 중심부 국가로 발돋움하기 위한 경쟁력 차원의 객체로 한국적인 것을 찾았지 주체화의 시도는 없었던 것이다. 이미 18세기 실학 사상가들의 글에서는 20세기의 언어철학과 구조주의 철학의 맹아를 발견할 수 있었는데 과연 그런 그들의 사상을 주변부화한 건 누구더란 말인가. 한국의 토속적 감수성을 대표한다는 작가 이효석은 당대의 모던보이였다. 식후 커피 한잔을 꼭 마셔야했던 이효석은 서구인의 눈으로 이질적인 토속적 감수성을 집어내는 데 성공했던 것이다. 그럼 서구 중심의 교육 속에 자란 나는 단원의 그림에서 어떤 이질감을 집어낼 수 있을 것인가. 한성대 역에서 내려 간송미술관으로 걸어가는 길, 이런 잡다한 생각과 생각이 서로 꼬리잡기를 하며 머릿속을 헤집고 있었다.

그러나 막상 간송미술관에 도착하고 나서 내 머릿속 생각들은 어서 탈출해야 한다고 아우성이었다. 단원의 그림 속에서 무언가 복잡한 감응이 일어난 것도 아니고 단순히 좁은 미술관에 들어찬 인파들 때문이었다. 오~ 하느님! Oh, My God!! 참, 컬러링도 반야심경으로 설정한 불교도인 내가 하느님이라니. 어찌되었든 난 탈출해야 한다. 어린애들의 아우성과 꾸역꾸역 무질서한 줄 속에서 어서 탈출해야 한다!
Posted by 망명객

옥정호展

보고읽고느끼고 : 2005. 6. 28. 15:26
사용자 삽입 이미지

2005년 5월 20일, 인사미술공간


아주 오래된 이야기지만 비디오 아트의 선구자라 불리는 백남준 씨의 인터뷰를 읽었던 적이 있다. 기억이 오롯이 남아있는 건 아니지만 대충 '예술가도 밥 벌어먹기 위한 직업인이며 상품으로서의 예술을 무시하는 건 위선이며, 상당수 예술인들이 팔리기 위한 사이비 작가'라는 위악에 가까운 내용으로 기억한다.

갑자기 백남준 씨의 이야기를 꺼내는 건 옥정호의 행적에 대한 이야기와 그의 작품을 통해 백남준 씨의 위악을 되씹고 있었기 때문이다. 금요일 오후에 찾아간 갤러리는 오직 나 혼자만을 위한 공간이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몇 안 되는 작품을 심각하게 노려보았다가 끝내는 혼자만 심각한 내 자신이 웃겨 허탈한 웃음을 지어본다. 서로 떨어져 있던 신사임당과 율곡 선생의 동상을 장풍으로 나란히 서게 만드는 옥 선생님의 따뜻한 가족주의와 각종 지방자치도시, 지방문화제 캐릭터의 왕국 속에서 그들을 보살피시는 생명주의, 유관순 누나 동상의 앞에다 ‘만세’ 대신 ‘호호호’로 잃어버린 관순 누나의 웃음을 되찾아주시는 센스까지 옥 선생님이야말로 진정한 휴머니스트가 아닐까. 물론 압권은 세계적 마술사인 데이비드 카퍼필드와의 대결. 카퍼필드가 제국의 상징인 ‘자유의 여신상’을 4차원의 세계로 보낼 때 우리 옥 선생님은 계획된 애국주의의 상징인 ‘이순신 동상’을 4차원의 세계로 보내 자유의 여신상과 이순신 동상이 4차원 세계에서 서로 만나도록 했으니, 이는 전 세계적으로 애국과 자유의 전파 확산에 큰 시금석이 되었으리라.

옥정호전을 나서며 옥정호란 사람을 위선과 위악의 이분법으로 판단해보려 했다. 하지만 겨우 이제야 난 옥정호를 알았으며 그저 짧게 웃음의 해방을 안겨준 것만으로 그에게 고맙다고 해야 할 것 같다. 그저 그가 그의 작품으로 밥벌이는 될 수 있을까라는 물음을 달고 나올 뿐. 고로 판단은 무한유보 중.
Posted by 망명객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상세보기



호수 위에 떠 있는 절, 그곳은 이상화된 시공간으로 인간의 인위적 인공미를 전혀 느낄 수 없는, 마치 태초부터 그 자리에 존재했던 자연의 일부인 듯 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인간의 인식이 자연에 대한 모사에서 시작하듯 자연 그 자체가 이상세계의 원형과 가장 닮은 것은 아닐까.
영화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은 그렇게 이상화된 아름다운 자연환경이 배경이다. ‘절’이 구체적으로는 불교적 공간이기에 이 영화는 불교영화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세상과 격리된 듯 마치 섬과 같이 나룻배를 통해서만 당도할 수 있는 그곳의 내부는 뚫린 벽과 있으나마나 한 문 그리고 돌부처만이 존재한다. 아득한 옛날 불교가 먼 서역으로부터 수입된 이후 붓다와 그의 가르침은 기복불교의 형태로 이 땅에 널리 퍼져나갔다. 하지만 불교의 본질은 염원에 대한 실현의 기복불교가 아닌 스스로의 수양과 단련을 통한 자기 깨달음의 철학이라고 할 때 이 영화를 이해할 수 있는 단초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Posted by 망명객
중앙유라시아의 역사 - 고마츠 히사오 외 6명 저, 이평래 역, 소나무, 20050501

바람의 소리를 들어봐
해가 뉘엿뉘엿 지는 어느 늦은 오후, 몰려오는 잠을 피해 커피 한 잔을 들고 사회대 앞 등나무 휴게실을 찾았다. 내 키보다 훌쩍 커버린 그림자가 애처로운 한때, 뺨을 스치는 한 줄 바람에 묻혀 귓바퀴를 타고 들려오는 가락에 귀를 기울인다. 이건 분명히 내가 아는 곡이다. 어느새 기억의 탐색기는 소지로의 이름과 그가 제작한 ‘大黃河’ OST의 ‘월하초’라는 곡을 검색해낸다. 인간의 사고구조는 사물과 개념들의 유사성으로 연상작용을 일으키니 우연히 들려온 몇 가락 음악은 이미 국경을 넘어 중국의 황하를 따라 고비사막 그리고 몽골고원과 그 너머로 달려가고 있었다. 마치 클릭 한 번의 실수로 연달아 뜨는 팝업 창처럼 지리․역사․문학․영화․음악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기억들과 함께 중앙유라시아로 달려가고 있는 것이다.

유목의 꿈
김윤식 선생은 농경민족인 우리는 누구나 유목을 꿈꾸며 떠나려 하지만 떠나도 언젠가는 회귀할 수밖에 없는 한계점을 지녔다고 이야기했다. 문학평론가답게 유목은 돌아갈 곳 없는 끊임없는 방랑 혹은 여정이라는 문학적 설정은 단순히 문학적 설정이었을 뿐 실제로는 목초지를 찾아 1년에 네 차례 이상 거주지를 옮기는 것이 유목의 실체 즉 이동목축인 것이다.
스키타이․흉노․선비․고 차․유연․훈․돌궐 등은 우리 국사에서도 언급이 되는 국가들이다. 중앙유라시아의 초원지대를 누비던 이들은 바로 유목민의 국가로서 정주의 형태가 아닌 이동목축이 곧 생계이기에 부족 연맹체에 가까운 권력분산형 국가였다. 세계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는 몽골제국은 바로 이러한 이동목축에 기반한 권력분산형 국가의 응집된 기동성을 보여주는 대표적 국가였다. 유목민족의 팽창은 그들의 경제적 취약성을 극복하기 위한 방편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취약함을 극복할 수 있었던 건 군사학적으로 근대적 무기가 발명되기 이전 생계의 수단이었던 기마와 궁술을 바탕으로 한 파괴력이다. 이는 대적할 상대가 없는 무적의 군대를 이룰 수 있는 주요한 수단이었으며 몽골제국의 팽창의 최대 무기였던 것이다. 삶의 한 방편으로 전쟁을 택할 수밖에 없다는 건 지금의 상식으로는 꽤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지금도 그런 슬픈 일들이 지구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것은 더더욱 우리의 가슴을 아프게 한다.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어디엔가 샘을 숨기고 있기 때문이야
어린왕자가 이야기했다.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어디엔가 샘을 숨기고 있기 때문”이라고.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와는 전혀 이질적인 사막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을까? 내게 사막은 로렌스에 대한 추억이다. 끝없이 펼쳐진 모래사막과 낙타를 탄 베두인 족, 그리고 오아시스.
오아시스 정주민은 기본적으로 농업에 종사하긴 하지만 수공업이나 상업 등 다른 생산활동 또한 활발했으며 인근 오아시스와의 교역에 힘썼다. 교역은 인적․물적 자원의 교통이며 그를 따라 문화의 전파도 이루어진다. 생명에 위협적인 사막이란 공간에서 문화의 교통에 따른 새로운 문화의 창조와 발전, 그러한 발전이 이루어진 공간적 배경인 오아시스. 광활한 사막에 섬과 같은 존재인 오아시스가 사막을 아름답게 만든다.

세상의 별은 다 라사에 뜬다
90년대에 들어 우리나라에 인도와 관련한 여러 담론들이 풍성해졌다. 인도철학 원전이 본격적으로 번역되었고 비록 미국을 통한 간접적으로 수입되긴 했지만 요가와 명상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꽤 높아진 게 사실이다. 인도와 함께 세칭 라마교라 불리우는 티베트 불교와 ‘달라이 라마’에 대한 관심도 함께 높아졌다. 이는 현대 자본주의가 중앙유라시아를 주변화시키며 서구 중심으로 발전했으나 물질적 풍요에 따른 정신적 빈곤은 다시 중앙유라시아의 정신적 흐름에서 찾으려는 회귀성으로 읽을 수 있을 것이다. 강석경의 장편소설 『세상의 별은 다 라사에 뜬다』는 잃어버린 이상향 ‘라사’에 대한 동경을 그리고 있다. 사실 티베트와 ‘달라이 라마’에 대한 관심은 신비주의의 허울을 쓰고 평소 피상적으로만 알고 지냈는데 중앙유라시아가 청 황제의 지배 아래 재편되어 가는 역사적 과정에서 티베트 불교가 여러 민족의 분열과 붕괴를 막는 통합력을 발휘했다는 내용은 다시 한번 인간의 정신적 산물이 역사에 얼마나 큰 역할을 차지하고 있는지 여실히 느낄 수 있는 대목이었다.

살라만의 꿈
잠깐 동안의 미국 체류기간동안 카자흐스탄 친구를 사귈 수 있었다. 이름은 살라만, 17의 나이에 미국에 와서 화학공학도의 꿈을 키우고 있는 그 친구는 러시아어와 영어 그리고 카자흐스탄어까지 3개 국어를 구사한다. 사실 그와의 첫 만남에서 난 그가 중국인이라고 생각했다. 너무나 나와 비슷한 외양을 갖고 있는 그가 카자흐스탄이란 잘 알지 못하는 국가에서 왔다는 걸 상상조차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외양이 비슷했기에 그와 잘 통했고 둘 사이의 대화는 늘 진지했다. 구 소련 해체 후 자신의 조국이 처한 여러 가지 경제적 어려움과 주변 국가들의 정치적 불안감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도 학업을 마치고 돌아가 조국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그의 꿈에 크게 감명 받았던 게 사실이다.
내가 카자흐스탄과 주변 국가들에 대한 뉴스에 민감한 건 아마 살라만의 꿈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주변화 이후 소비에트 사회에 경험과 새로운 민족국가의 건설은 중앙유라시아가 처한 현실이며 우리의 현대사 못지 않은 어려운 과정을 겪을 것이라 예상된다.

‘중앙유라시아의 역사’, 처음에는 이 책의 두께와 가격에 놀랐지만 옴니버스 수업의 한계인 깊이의 측면에서 매우 유익한 책이 아닐 수 없었다. 어느 선생님은 교수님은 첫 수업시간에 역사란 ‘詐欺’다, 라고 말씀하셨다. 이는 역사가 오늘날의 필요에 따른 취사선택의 편집에 따라 왜곡과 과장의 허울에다 진실의 의미를 부여하는 게 역사라는 것이다. 1등은 기억하지만 2등은 잊혀지는 현실 세계 속에서 철저히 외면당한 중앙유라시아의 역사는 계속해서 레테의 강 건너에 있는 것일까.
역 사는 반복된다는 논리로는 중앙유라시아가 새롭게 떠오르리라 이야기 할 수 있다. 중국과 인도의 경제협력과 자연 자원의 중요성에 따라 중앙유라시아에 쏟아지는 세계적 관심은 곧 중앙유라시아의 세계가 역사의 전면에 새롭게 등장하리라는 예감을 뒷받침하는 주요 근거로 들 수 있다.
우리나라가 강대국이 된다는 건 부디 미국과 같은 강력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한 자국 중심의 오만함이 아닌 상대국을 포용하고 이해하는 소프트 파워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 정치권에서 나오는 상생의 논리는 철저한 약육강식의 세계라는 외교 관계에 있어서도 중요한 대의인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중앙유라시아에 대한 학술적․문화적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오늘날 강대국으로 분류되는 국가들의 저력은 총칼을 앞세운 과거 제국주의 시대 자국 식민지에 대한 철저한 학술적 분석을 바탕으로 한 문화와 학술적 스펙트럼의 다양성에 기반 한다. 그런 강대국과의 경쟁을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생각해볼 때 이 책이 일본학자들의 저술에 대한 번역물이란 사실은 우리의 학술적․문화적 다양성과 깊이에 대한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제 우리는 이런 반성을 바탕으로 바람결에 들려오는 과거 중앙유라시아의 말발굽 소리에 귀 기울이고 다시 그 땅 위에 펼쳐질 새로운 건설의 역동성을 온 몸으로 느껴야 할 것이다.

- 2005년 1학기 문화론특강(이평래 교수) 레포트


중앙 유라시아의 역사 상세보기
고마츠 히사오 외 지음 | 소나무 펴냄
중앙유라시아의 역사를 다룬 개설서. 일본의 중앙유라시아사 연구자들이 공동 집필한 를 완역한 책이다....구체적으로 어떻게 중앙유라시아의 역사가 진전되었고 서양과 동양에 어떤 영향을...

Posted by 망명객
젊은 날의 깨달음 - 인물과사상사, 20050507

"지난 일을 돌아본다는 것, 그것은 사진첩을 들여다보는 것과 같다. 세월이 흐른 뒤에 '빛'과 '소리'를 빼앗긴 '사실寫實'을 돌아보는 것이기에 자기 자신까지 감상자로 머물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나마 아직 살아남은 자에게만 허용되는 권리다. 사람은 본디 다른 모든 사람을 속일 수 있을지언정 자기 자신을 속일 수 없는 법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스스로 인식하든 인식하지 않은 이미 자기 자신까지 적당히 속이며 살아가고 있다. 사람들의 기억 속의 '사실'이 대개의 경우 왜곡된 것을 수밖에 없는 까닭인데, 그래서 사진을 나열하는 편이 더 정확하고 솔직하다." 본문 p.254


삶을 반추하는 것은 늘 주관적이다. 그래서 극단적인 경우는 이 행위가 지나친 자기 비하이거나 지나친 자기 자랑으로 흐를 수 있다. 그러나 연륜이란 그러한 극단을 자정하고 일정 정도 객관화시키는 능력이다.
책의 제목에서 이미 본문 내용을 뻔히 알 수 있지만 이 책의 아홉 명의 저자들은 각자가 살아온 과정을 중심으로 자신이 추구하던 삶의 의미를 담담히 서술하고 있다.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는 나이, 지금의 이 작가들과 비슷한 나이가 되었을 때 난 내 젊은 날을 반추하며 누군가에게 들려줄 만한 이야기를 가질 수 있을까?


젊은날의 깨달음 상세보기
조정래 지음 | 인물과사상사 펴냄
교수 박노자·언론인 손석춘·소설가 조정래 등 한국의 지식인 9인이 젊은 날 꿈꾸었던 자유로운 영혼과 문득 그들을 찾아온 깨달음을 담은 책.   자본주의화의 선진 모델이며 유교적인 지혜로 충만한 정신의...

Posted by 망명객
스타 워즈 에피소드 3 - 시스의 복수 상세보기

대부분의 내 동년배 친구들이 그렇듯 나 역시 어린 시절 토요명화를 통해 본 스타워즈 에피소드4는 스타워즈 시리즈와의 첫 조우였다. "A long time ago in a galaxy far, far away..."라는 설명을 시작으로 존 윌리암스의 영화음악과 C3PO와 R2D2 콤비 로봇 그리고 광선검과 X-윙 전투기까지 스타워즈 시리즈는 그 자체로 하나의 세계였고 동화였다.


Posted by 망명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