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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5.02.26 프루프 - 자기 존재 증명, 그 지리한 과정의 연속 by 망명객
  2. 2005.02.23 자청비 by 망명객
  3. 2005.02.23 서울, 대설주의보? by 망명객
  4. 2005.02.22 볼 수 있는 어둠 by 망명객
  5. 2005.02.21 KTX by 망명객
  6. 2005.02.14 회고록 by 망명객
  7. 2005.02.14 靈室 by 망명객
  8. 2005.02.13 이 녀석들... by 망명객
  9. 2005.02.13 친구의 머리에 불을 당기다 by 망명객
  10. 2005.02.13 050204, 상암 경기장 by 망명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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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연일정 : 2005년 2월 4일 ~ 3월 13일
* 공연시간 : 화-금 7시 30분/토4시,7시 30분/일,공휴일4시
* 공연장소 : 동숭아트센터 동숭홀
* 원작 : David Auburn
* 연출 : 김광보

<2005/02/20 관람>

압구정을 떠난 버스는 대학로 입구 언저리에서 정해진 노선을 우회해 돌아가고 있었다. 버스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깃발 물결이 버스의 노선을 가로막고 있었기 때문이다. 종로 주변을 스치는 전투경찰들과 시내 곳곳에서 집회가 예정되어 있다는 뉴스를 접했기 때문에 크게 놀랄 일도 아니었지만 우연히 맞닥뜨린 집회현장은 내게 객관적인 하나의 사건 현상일 뿐이었다.

비정규직의 권리를 보장하라! 불법파견 금지하라!

누구나 자신의 존재에 대해 자문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하나의 생명 개체로서의 존재뿐만 아니라 가족, 친구 등 사회구조 속에서의 관계까지 말이다. 실존의 문제가 어디 사춘기 시절에만 품게되는 문제일까. 매 순간마다 우리는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려 노력한다. 끊임없는 자기 존재 증명의 과정, 그것이 삶이니까.
 
정신적 장애를 겪는 천재 수학자의 딸이자 뉴욕에서 커리어를 쌓아가는 금융분석가의 동생이며 젊은 수학자의 연인인 캐서린. 그녀는 '누구의 무엇'이란 관계 속에서의 존재가 아닌 자신 스스로를 증명하고자 새벽마다 수학에 몰두한다. 물론 사회적 편견은 못다한 학위와 아버지의 정신 장애를 빌미로 그녀의 성과를 인정하지 않으려 하지만 결국 그 성과는 그녀가 이루어낸 자기 증명이다.

개인적으로 번역물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특히 문학작품의 경우 등장인물의 이름과 배경장소 등에 대한 이질감은 내게 가독성에 상당한 장애 요소가 되곤 한다. 이건 아마 내 빈곤한 상상력의 발로라고 할 수 있겠지. 추상미, 최용민, 추귀정, 최광일 두 사람의 추씨와 두 사람의 최씨가 펼치는 연기는 별도로 치더라도 연극 내용 자체는 조금 지루한 감이 없지 않았다. 추운 날씨와 약간의 피곤함, 따뜻한 극장 안에서 무거워지는 눈꺼풀과의 사투는 그 시각 관객으로서의 내 존재 증명이었겠지.

연극 프루프의 제목 앞에는 '추상미의'란 수식어가 붙어있다. '누구의 무엇'식의 작명을 정말 싫어하긴 하지만 그런 타이틀을 달고서라도 상품을 팔아야겠다는 절박한 의지가 느껴지니 조금 서글퍼지는 것도 사실이다.

연극은 끝났고 고픈 배를 부여잡고 추운 대학로 밤거리로 나섰다. 깃발과 인파로 가득하던 대로는 다시 차량들로 채워졌고 난 내 생존을 위해 저녁식사 메뉴를 고민해야 했다.

모든 개체는 존재의 이유를 갖고 있으며 끊임없이 생존을 위한 투쟁을 하며 살아간다. 살아있는 개체에게 투쟁은 하나의 존재 증명이며, 군중 집회는 그 다양한 증명 방법 중 하나이다. 그리고 그런 현장에는 늘 삶을 유지하려는 생명연장의 애절함이 묻어난다. 피켓을 든 사람, 깃발을 든 사람, 팔뚝질을 하는 사람, 그 모두가 생존이란 존재의 문제를 길거리에서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비정규직의 권리를 보장하라! 불법파견 금지하라!
Posted by 망명객

자청비

길위에서 : 2005. 2. 23. 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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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대설주의보?

길위에서 : 2005. 2. 23. 11:42

아직 이 동네는 내게 서울의 전부이다.

영국으로 떠난다는 후배를 만나 차 한잔 나누고, 중국에서 돌아온 친구를 우연히 마주치고 간만에 만나는 어느 졸업선배의 "연락 해라. 술 한잔 사 줄께"란 이야기를 흘려듣고, 곧 졸업하는 동기 녀석의 여유로운 학사모 사진을 찍어주고, 2학년이 되는 후배의 신입생 맞이 준비를 지켜보고, 취업 준비에 여념이 없는 4학년들과 영양가 없는 농담을 주고받고, 어느 친구의 술 마시자는 제안을 받고 술자리를 찾아가고, 그를 보내고 젊은 여배우의 죽음을 애도하자는 이들과 또 한 잔 마시며 잠깐 심각해졌다가 이내 웃어버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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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2/20, 뤼미에르 갤러리>


어둠은 빛의 반대말이다. 인류는 남자와 여자로 나뉘고 세상에는 낮과 밤이 존재하며 인간에게는 기억과 망각이 있다. 볼 수 있는 어둠? 자못 이율배반처럼 들리는 타이틀이 끌리는 건 세상 사 모두 안티노미처럼 흘러가는 것이라는 위험한 생각을 키우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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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chael Ackerman. Atlanta. 1997. Gelatin silver print. 출처 : 갤러리 뤼미에르 http://www.gallerylumiere.com]


회화는 사진에게 시대의 기록이란 영역을 넘겨주었다. 이제 팩트에 대한 집착에서 자유로워진 회화는 사물이 아닌 인간 정신의 창조적 재현으로 자신의 영역을 넓혀갔고 후발주자인 사진 또한 회화를 따라 팩트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려 한다.

어떤 분은 '진정한 사진은 다큐뿐이지'라고 말씀하시지만 사진에 대한 내공이 모자란 나로서는 연출이 가미된 예술사진 또한 나름대로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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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chael Ackerman. (untitled). 2000. Gelatin silver print. 출처 : http://www.agencevu.com]


대부분의 사진이 'untitled'로 한자어로 돌리면 '無題' 정도 되겠다. 학생들의 시화전을 둘러보면 작은 공통점을 하나 찾을 수 있는데, 그건 바로 '無題'라는 제목의 시화를 어느 시화전에서나 찾아볼 수 있다는 점이다. 그렇게 시화전을 자주 찾던 시절에는 '無題'라는 제목의 시화에 제일 낮은 점수를 매기곤 했다. 자신이 쓴 글에 '無題'라는 제목을 붙이는 건 자신의 글에 대한 방기일 뿐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나의 표제가 작품의 내용을 모두 추스를 수는 없다. 이젠 그걸 알기에 '무제'라는 제목 아래서는 제목을 붙이는 재미를 즐긴다. 물론 제목이 꼭 필요한 건 아니다. 그저 내가 보고 느끼는 대로 받아들이고 재해석하면 그만인 것이니까.

위 사진 속에서 '격정'과 '정점'이란 단어를 떠올렸다. 만해 선생은 첫키스의 순간을 날카롭다고 표현했지만 격정의 정점이 늘 날카롭게 추억되는 건 아니다. 오히려 가끔씩 찾아오는 현기증처럼 격정의 정점은 주변 사물의 외곽선을 허물어뜨리고 심지어는 자신의 존재까지 허물어 버린다. 정점의 순간을 떠올릴 때 객관적이기보다 주관적인 묘사에 그칠 수밖에 없는 것은 인식하는 주체가 정점에 매몰되기 때문이겠지. 고로 신림동 최군의 연애는 연금술이라는 이야기에 깊이 동감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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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chael Ackerman. (untitled). 2000. Gelatin silver print. 출처 : http://www.agencevu.com]

사진 앞에서 '레옹과 마틸다'라 조용히 읊조리다 함께 간 친구가 '퐁네프의 연인들'이라 칭하자 그의 말에 쉬이 동의를 보냈다.

내게는 기억과 망각의 사이에 걸쳐있는 '퐁네프의 연인들'. 위 사진을 화려한 불꽃이 밤하늘을 수놓던 시간, 다리 위 드니 라방과 줄리엣 뷔노쉬의 열정적 춤사위에 대한 기억을 뼈 속에 새기는 공감의 순간이라 이야기하자.

막상 이렇게 스토리 한편을 꾸며가려니 렌즈를 응시하는 듯한 여성의 눈빛이 불안함으로 다가온다. 정점은 순간일 뿐, 다시는 그 순간을 찾을 수 없으리라는 불안 말이다. 순간에 대한 집착은 그렇게 불안을 잉태한다. 왜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고 하지 않던가. 잠식당한 영혼, 영혼에 대한 구제가 지상 위 종교의 존재 이유라는데, 망상은 이렇게 줄줄이 비엔나처럼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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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chael Ackerman. Tuscan, Italy. 2000. Gelatin silver print. 출처 :갤러리 뤼미에르 http://www.gallerylumiere.com]


볼 수 있는 어둠. 빛과 어둠은 서로의 존재를 확인시켜주는 보완적 관계이다. 아니 빛이 어둠보다 상위의 존재일지도 모른다. 어둠은 빛의 부재일 뿐이니까.

어두운 방안에서 내 몸의 뼈와 근육 그리고 신경조직까지 내 의지와 상관없이 멀어져 갈 때, 창가 블라인드 사이로 고개 내미는 네온사인 빛줄기가 내 귓가에 불면의 숨결을 불어넣는다. 살아도 산 것 같지 않은 시간, 몸은 죽었지만 정신은 또렷한 그 시간을 죽도록 싫어하긴 했지만 이젠 그 순간을 즐길 수 있으리라. 순간은 순간일 뿐이니까.



- 이 글을 쓰다가 이은주 씨의 자살소식을 접했다. '우울증'을 자살 원인으로 보도하는 뉴스를 접하며 우울도 즐길 수 있는 힘이 필요하다는 것을 떠올리게 된다. 냉소적이면서도 이지적인 이미지의 그녀를 앞으로 볼 수 없다는 사실이 아쉽긴 하지만 고인이 부디 우울증 없는 곳에서 편안하길 빈다. 그래서 오늘 눈이 내리나보다.
Posted by 망명객

KTX

길위에서 : 2005. 2. 21. 15:36
KTX. 성공보다는 실패한 국책사업이라 생각했다. 사업 시작부터 여러 반발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고 프랑스와의 외규장각 도서 반환 건도 유야무야 처리되었으며 고속철도에 투입할 돈으로 고속도로 몇 개는 더 건설할 수 있다는 이야기는 과연 고속철도가 물적 유통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되겠느냐는 회의감이 들기에 충분했다. 거기에다 천성산 환경문제까지 겹쳐 KTX에 대한 내 부정적인 시각은 굳어질 대로 굳어진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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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고록

길위에서 : 2005. 2. 14. 00:49

먼 미래, 내게 그 어떤 일이 일어나더라도 감정적 동요에서 거리를 둘 수 있을 나이가 되었을 때, 머리에 조용히 히끗한 백색의 서리가 내렸을 때, 그때 내게는 무엇이 남아 있을까?

이제서야 할아버지의 회고록을 받아보다.

낙천적으로 세상 살도록!
할아버지의 설 맞이 교시 내용을 다시 한번 되뇌여본다.

나이 여든에 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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靈室

길위에서 : 2005. 2. 14. 00:39
한라산 영실 입구의 버섯농장은 서귀포 항이 내려다보이는 솔동산 언저리 조부모님 댁과 함께 내가 고향이라 칭할 수 있는 곳이다.

겨울의 조부모님 댁은 넓은 창으로 쏟아지는 볕 아래 늙은 고양이의 게으름과 같은 여유가 묻어난 곳이라면 靈室은 한자에서 알 수 있듯 굶주린 혼들의 장소이다. 제 어미의 육신이 일용할 양식이 되어버린 사실을 깨달은 500 아들이 패륜을 가슴에 품고 절벽에서 뛰어내려 500 괴암을 이루었다는 곳, 그 아래 하루하루 살아가는 이들의 생명을 이어주던 고된 노동의 현장이 있다는 사실이 아이러니 하면서도 가난의 애잔한 비애를 느끼게 한다.

올 겨울 섬에는 눈이 많이 내렸단다. 지난 1월 중 반 이상 눈이 내린 날이었다니 그보다 훨 북쪽 서울에서도 눈 구경하기 힘든데 고향 땅에서 올 겨울 처음으로 눈을 밟아보게 될 줄이야 누가 알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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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녀석들...

길위에서 : 2005. 2. 13. 21:08

설날 아침 새침데기 두 사촌동생입니다.
무서운 녀석들이죠.

녀석들이 태어날 때 제가 대학생이었는데 큰 애는 이제 초등학생이 된답니다.
그리고 저는 아직도 대학생입니다. ^^;

한마디로 고달픈 설날이었습니다.
어느새 명절이 즐겁지 않은 나이가 되어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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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작년 겨울 보스턴에서 구입한 선장님 양초에 불을 당겼다.

그간 내 책상머리 곁에서 끈끈한 친구가 되어주던 그의 모자 위에 예쁜 불꽃이 살아났다. 신촌에는 눈이 내릴까, 하며 술잔 기울이던 지난 사흘 동안의 얼어붙은 시간들이 녹아나는 듯 따뜻해진다.

그래, 마음까지 얼어붙게 만들던 북대서양의 비릿한 바닷내음을 품고 있는 선장님도 이리 따뜻할 수 있었구나. 영원불멸한 그 무엇이 존재할까? 모든 것은 변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예전같지 않은 모습에 많이 아파하고 실망하는 게 사람이다. 그래도 지난 시간은 오렌지 빛 따뜻함으로 어둠을 보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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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204, 상암 경기장

길위에서 : 2005. 2. 13. 20:36
월드컵 국가대표팀 최종평가전인 이집트와의 경기를 김모 선배의 초대권으로 함께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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