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머리에 불을 당기다
길위에서 :
2005. 2. 13. 21:00
재작년 겨울 보스턴에서 구입한 선장님 양초에 불을 당겼다.
그간 내 책상머리 곁에서 끈끈한 친구가 되어주던 그의 모자 위에 예쁜 불꽃이 살아났다. 신촌에는 눈이 내릴까, 하며 술잔 기울이던 지난 사흘 동안의 얼어붙은 시간들이 녹아나는 듯 따뜻해진다.
그래, 마음까지 얼어붙게 만들던 북대서양의 비릿한 바닷내음을 품고 있는 선장님도 이리 따뜻할 수 있었구나. 영원불멸한 그 무엇이 존재할까? 모든 것은 변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예전같지 않은 모습에 많이 아파하고 실망하는 게 사람이다. 그래도 지난 시간은 오렌지 빛 따뜻함으로 어둠을 보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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