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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학기가 끝났다. 이주민을 대상으로 펼친 지난 18주 동안의 한국어와 컴퓨터 교육이 모두 끝났다. 매 학기가 그렇지만, 학기의 끝에는 늘 발표회가 있다. 이주민들의 노래와 춤, 자작시와 편지가 무대 위에 오른다. 18주 동안 진행한 교육은 관계와 관계가 익어가는 시간이다. 한국어나 컴퓨터 지식은 관계를 익히는 하나의 요소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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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교실 자원봉사자인 남춘호 선생이 지난 학기 초에 담근 술을 발표회 뒷풀이 시간에 개봉했다. 술이 익는 시간 동안 자원봉사 선생님들 사이, 자원봉사자와 이주민 교육생 사이, 교육생과 교육생 사이에도 정이 익어갔다. 새학기는 3월부터 시작한다. 누구는 다음 학기에도 센터에서 마주할 수 있지만, 또다른 누구는 자리를 비우게 된다. 든 자리보다 난 자리가 더욱 티나는 법이지만 새로운 얼굴들이 난 자리를 채워갈 것이다. 술은 다시 익을 것이고, 그만큼의 정이 다시 쌓일 것이다.

오늘의 발표회를 위해 지난 한 학기 동안 수고하신 모든 분들이 활기찬 새학기를 맞이하길 빈다.


꼬랑지 - 교육이나 상담 자원봉사에 관심 있으신 분들은 성동외국인근로자센터 홈페이지를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컴퓨터 교사 자격은 윈도우XP와 이메일을 활용하실 수 있는 분이면 누구나 가능하답니다. 물론 매주 일요일 정해진 시간에 시간을 내실 수 있는 분으로요. ^^;



Posted by 망명객

#1.

 

251277_1_12.jpg 최근 방송인 이참 씨가 화제의 인물로 떠올랐다. 한국관광공사 사장 자리에 그가 임명됐기 때문. 대다수의 언론들이 이 소식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들을 내놨다.

 

"학연과 지연에서 자유로운 이참 신임사장에 큰 기대"(동아닷컴) "이참씨 한국관광공사 사장 내정 “한국이 개방사회임을 입증한 것”"(쿠키뉴스) "‘다문화’ 전격등용… 실용·열린 한국 지향"(문화일보)

 

굳이 그와 관련된 기사 내용 중 반대측(?) 의견을 찾자면 새사연 정란수 연구원이 한겨레에 기고한 '이참 관광공사 사장 내정은 이명박 정부 무지의 표상이다' 정도가 전부다.

 

파란 눈의 공기업 수장. 이주민이자 공기업 수장이란 건 그만큼 희소가치가 충분하다. 참 매력적인 기삿감이다. 그에게 지난 한 주만 30여 개 언론사에서 인터뷰를 요청했단다(출처 : [최보식이 만난 사람] "원래 정치가 꿈… 난 한사람한테 충성 다 바치는 스타일 아니다").

 

 

#2.

 

여기 또 다른 기사가 있다.

 

"시집온지 10년 ‘억척 중국댁’ 해양경찰관 되다"(20090723, 동아닷컴)

 

전남 해남군 해남읍에서 ‘중국댁’으로 불리는 김영옥 씨가 한국으로 시집온 지 10년 만에 해양경찰관에 합격했다는 기사다. 국내에서 4년재 대학을 졸업하고 교사 자격증까지 갖춘 김씨. 그녀의 해양경찰관 도전기는 그리 만만한 여정은 아니었단다. 관련 전문서적을 탐독하고 인터넷 강의를 듣고, 게다가 대형버스 운전면허까지 취득한 뒤에도 김씨는 체력 검정을 위해 억척스레 준비했단다. 그리곤 마침내 그녀는 해양경찰관이 됐다.

 

 

#3.

 

독일 출신 파란 눈의 공기업 수장과 중국 동포 출신 결혼이주여성의 말단 해양경찰관 합격기. 먼 이야기이면서도 가까운 이 두 가지 기삿감 사이에 우리의 다문화정책이 놓여 있다면 나의 과민반응일까. 신임 관광공사사장 이야기를 꺼내면서 다문화나 학연과 지연에서 자유롭다는 식의 기사는 어불성설이다. 결국 그를 공사장의 자리에 임명되도록 한 배경은 정치적 보은이기 때문이다. 이참 신임 관광공사장도 그 내막을 인터뷰에서 밝히고 있다. 여기서 전문성은 논외로 치자. 어차피 지금까지 낙하산 인사로 채워지던 관광공사장 자리가 아니었던가. 그만큼 조직은 얼굴 마담격 신임 사장에 대한 탄력성 정도는 이미 갖춰진 상태일 것이다. 대중적 인지도를 갖춘 파란 눈의 해외 출신 귀화자의 공사장 임명. 이미 그 자체가 한 편의 쇼다. (사실 그의 인터뷰 내용 자체가 내겐 그리 탐탁지 않다.)

 

다문화사회로 진전함에 있어 이주민들의 활동 공간이 경제 영역뿐만 아니라 공적 영역에서도 넓혀져야 하는 건 당연지사다. 그러나 그 과정은 철저히 능력 중심의 검증을 거친 이후여야 한다. 언어 문제를 둘러싼 특수한 경우를 제외한 영역에선 한국인과 동등한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유럽이나 미국 사회에서 등장하는 극단적인 제노포비아를 국내에서 재현하기 싫다면 말이다.

 

 

 

이 글은 스프링노트에서 작성되었습니다.

Posted by 망명객

출처: Dr John2005 (flickr)

이주민 센터의 컴퓨터 자원봉사자로 전 이주민들과 블로그 놀이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계획에 의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해야 하지만, 현재까지는 즉흥적인 교육을 주로 진행하고 있죠. 이주민들의 친구이자 강사로서 교육 내용의 질적 제고를 꾀해야 하는 저는 지금까지 이들이 매체를 만나고 소비하는 과정을 관찰하고 있다고 핑계댑니다.

띄엄띄엄 진행한 이주민 블로그 놀이가 벌써 2개월째 접어들고 있습니다. 교육생들의 개인 차와 관심사에 따라 각 블로그가 다양한 형태로 진화해야 하는 시점이죠. 몇몇 친구들은 특정 테마에 맞춰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귀국 후 한국어를 가르치고 싶다는 한 친구는 자신의 블로그에 한국어 속담을 자국어로 돌려 포스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다수 이주민들의 블로그 운영은 이국 생활에서 접하게 되는 이미지가 대부분입니다.

이주민들의 디지털 기기 수용 행태는 다양합니다. 이는 개인별 디지털 리터러시 차이라고 볼 수 있죠. 국적과 언어가 다양한 이들은 디지털 사진도 직접 출력해 나눠갖습니다. 단체사진을 촬영하는 제 양 팔에는 각종 디지털카메라가 걸려 있기 십상입니다. 웹을 통한 콘텐츠 공유 방법이 낯선 건 이들이 처한 노동환경에서 이해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주노동자의 대부분이 공장에서 생산을 담당하는 인력들이기 때문이겠죠. 이들은 블로그를 통해 자신이 겪은 일들을 기록하려 합니다. 이는 자국에 있는 가족들에게 스스로의 안녕을 전할 수 있는 또다른 경로이기도 하죠.

교육생 이다

이주민 블로그 놀이에서 관찰할 수 있는 또다른 행태는 한국 대중문화 소비입니다. 교육시간에 유튜브나 다음 동영상을 자신의 포스팅에 올릴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줬습니다. 그 결과 한국 드라마와 대중음악에 대한 이주민들의 관심이 높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한국 드라마와 한국 음악이 한국어 능력 향상을 위한 좋은 텍스트이기도 하겠지만, 결정적으론 대중문화가 감성적 측면에서 이주민들에게 쉽게 다가가는 콘텐츠라는 점이겠죠.

자료 창고, 한국생활의 저장, 대중문화 소비를 넘어 이주민 블로그가 가야할 지향점은 소통입니다. 블질을 장려하면서 제가 이주민들에게 꺼내는 이야기는 굳이 한국어 포스팅이 아니어도 상관없다는 겁니다. 모국어로 자신의 이야기를 진솔히 기록하는 게 블로그라고 강조하죠. 이와 관련해 특정 주제 트랙백 놀이를 진행하려 합니다. 이미 RSS 리더기 교육을 통해 저희 반 친구들은 서로의 블로그를 구독하고 있습니다. 다음은 메타블로그겠죠.

국내에서 특정 국가 출신 이주민들이 정보 교환용 카페를 운영하는 경우도 있습니다(인터넷 세상에서 국경을 논한다는 게 참 거시기합니다). 카페가 더 큰 광장으로 가기 위해선 전용 메타블로그가 필요하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출신국이 다른 경우에는 한국어가 공용어로 사용되겠지만, 일천한 에스닉 미디어를 대신할 통로로 메타블로그가 매력적으로 다가서지 않을까요?

아직 국내 이주민 블로그가 활성화 단계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메타블로그가 적절한 수입구조를 창출하지 못한 상황에서 이주민 메타블로그를 운운하는 게 웃기는 일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주민 블로그 놀이를 진행하고 있는 제 입장에선 이주민 메타블로그가 절실하답니다. 메타블로그 개념을 교육하던 제가 이주민들이 모일 수 있는 메타블로그를 마련하겠노라고 교육생들 앞에서 공언해버렸습니다. 다음세대재단의 <블로그라운지>에서 제공하는 '날개툴'을 이용하면 대충 메타블로그 사이트 하나 마련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을 듯합니다.

문제요? 당연히 어려움은 따를 겁니다. 제 허접한 기술력이 가장 큰 난점이죠. 아, 도메인도 사야하고 호스팅 서버도 마련해야 하는구나(이래저래 돈 깨질 소리만~). 또한 자국어로 컴퓨터 이용하는 법을 이주민들에게 가르쳐야 하고, 되도록이면 자신의 의견을 글쓰기로 피력할 수 있는 자신감을 심어줘야 하죠. 그 과정이 블로그 놀이의 시작이자 전부입니다. 자신의 자리를 돌아보고 타인과 소통하려는 욕구를 끌어내는 과정이 그 핵심입니다.

메타블로그는 언제 마련하냐고요? 돈과 시간이 허락할 때... 취업 성공 후?(--;;;;;;;;;;;;;;;;; 응~?) 공익 차원에서 누군가 해준다면 더욱 땡큐고요. 미래 사회를 생각할 땐 투자 차원에서라도 참 괜찮은 아이템인데... 지난한 국내 에스닉 미디어의 단초로서 발전할 가능성도 보이고요. 누가 아나요. 6억 아세안 시장을 염두에 둔 국제적 메타블로그가 될지~! 테터앤미디어나 다음이 관심 좀 가져주면 안 되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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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지난주 제 블로그에 번역기를 설치했습니다. 몇몇 동료 선생님들께서 문의하시던데, 소스는 여게바라 님의 포스팅 자료를 참고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여게바라님 감사합니다.



Posted by 망명객

출처 : Auntie K

요즘 제가 주로 고민하는 부분은 이주민들과의 소통입니다. 소통 없는 삶은 무의미하니까요. RTV를 비롯해  지원금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곳들이 많습니다. RTV에 프로그램을 공급하던 MWTV도 마찬가지죠. 퍼블릭 엑세스 채널의 공공성은 인정하지만, 되묻고 싶은 건 정작 이 정부 들어 최악을 상정하지 않았다는 것에 대해 전 RTV나 MWTV를 비판하는 입장입니다. 전 공공성을 상정한다고 해서 모두가 다 정부의 지원금만을 바라봐야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시민사회에 대한 비판과 마찬가지입니다. 시민 없는 운동이란 비아냥거림에 언제까지 그대로 조직을 유지해야 하는 건지, 정말 답답할 따름입니다. 지켜보는 제가 이렇게 답답한데 정작 시민운동의 주체라는 분들은 얼마나 갑갑할까요. 아니, 이제 툭 까놓고 이야기할까요? 재생산 안 되는, 답보 상태의 운동이 운동이라고 할 수 있을지... 부디 최근 들어 늘어난 NGO학과에서는 이를 해명해주시길 빕니다.

아... 제목으로 돌아갈게요. 인터넷이 다문화사회 이끈다. 이주민 인구가 100만을 넘어섰습니다. 언어란 장벽이 존재하지만, 이주민들에게 인터넷은 자국 소식을 전하는 주요한 매체가 되고 있죠. 아, IT강국 대한민국이요? 그놈의 강국이란 소리 좀 빼라고 하시죠. 이들은 자국에서 겪은 인터넷 환경에 적확한 서비스들을 주로 이용합니다. 물론 한국에 들어오기 전부터 이용하던 서비스는 구미권 서비스가 대다수입니다. 몽골과 베트남 분들은 주로 야후 서비스를 애용하시더군요.

가끔 우리가 떠드는 인터넷 강국이란 소리가 인프라 강국이란 소리로 등치시키는 건 아닌지, 홀로 고민하게 됩니다. 인터넷도 문화적 상품이라 생각할 때, 드라마나 음악과 같이 문화적 할인이란 개념이 개입할 수밖에 없습니다. 언어에 따른 문화적 부산물이 이주민들의 인터넷 국내 서비스 이용에 장벽이 되는 것이죠.

6월 초, 이명박 대통령은 아세안 경제공동체 형성의 틀을 마련합니다. FTA에 버금가는 아시아 경제공동체를 형성하겠다는 게 주요 골자죠. 한류 드라마 주인공이 아세안 퍼스트레이디들을 접견했습니다. 전 그 모습을 보면서 웃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아세안 회원국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단기적 처방일 뿐이었으니까요.

자, 밖으로 향한 시선을 안으로 돌려 봅시다. 이미 국내에선 다국적 유학생들이 학업을 이어가고 있고 다문화사회가 시대적 화두로 떠올랐습니다. 다민족 국가로의 이행이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죠. 이주노동자와 결혼이주여성이 인터넷을 이용하지 않을까요?

전 인터넷이 다문화사회를 이끌 원동력이라고 봅니다. 인터넷에 국경이 없듯, 언어적 장벽도 인터넷 앞에선 해결 가능한 문제가 될 것이라 믿습니다. 그게 미래의 인터넷 사회입니다. 과거 미국 사회에서 민족 매체들이 행한 사회적 동인은 민족적 구심점이었습니다. 한국 사회에서 생성될 다양한 민족 그룹별 매체들이 그런 역할을 수행하리란 건 자명한 이치입니다. 다만, 신문과 방송을 위주로 한 구매체 중심의 민족 매체가 인터넷 기반으로 바뀔 수 있단 상상력을 발휘해봅니다.

광고 시장의 악화, 사회 공공성 약화에 따른 구매체들의 붕괴 시점에서 한국 내 민족 매체들이 무거운 조직을 운영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가벼운 매체, 기동전을 펼칠 수 있는 매체가 살아남습니다. 그래서 전 인터넷을 주목합니다. 공동체라디오도 활용 정도에 따라 좋은 무기가 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상상력이겠죠.

이주민들의 한국문화 동화 정도는 아직 측정된 수치가 없습니다. 그만큼 이주민에 대한 연구가 요원한 시점입니다. 단, 이미 밝혀진 정보에 의하면 이주민들이 겪는 문화적 갈등이 높다는 것과 이주민들의 문화 표현 욕구가 높다는 사실 뿐. 이를 프로그램화 했을 때 문제가 따릅니다. 단기 거주를 목적으로 한 이주노동자를 대상으로 할 것인가, 아니면 영구 거주를 염두에 둔 결혼이주여성자들을 대상으로 하는가에 따라 정책적 접근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다만 여기서 한 가지 밝히고 싶은 건, 이주민들에게 인터넷을 알려주면서 한국 서비스들을 권하고 싶진 않다는 점입니다. 왜냐구요? 이주민을 포함한 국내 거주 외국인들의 한국 인터넷 서비스 회원가입은 정말 어려운 문제입니다. 저는 이를 실명제의 어두운 면이라 표현합니다. 이주민들에게 컴퓨터를 가르치는 자원봉사자로서 전 이주민들에게 미국 서비스들을 이용하길 권합니다. 다음보단 구글을, 네이버보단 야후를... 그런 식이죠.

인터넷 세상에서 애국심은 조금 먼 이야기입니다. 반크를 들먹이실 순 있습니다만, 제 이야긴 그 친구들과 거리가  멉니다. 당장 개인의 입장에선 사용하기 편한 서비스를 이용할 따름입니다. IT강국이요? 조금 말을 정확하게 하시죠. IT인프라 강국일 뿐입니다. 당장 해외에 진출했던 IT서비스 업체들의 성적이 이를 반영합니다.

희망...
물론 희망은 있습니다. 이주민들에게 국내 인터넷 환경은 언어적 제약이 따릅니다. 업체에 따라 메인페이지 정도는 회원의 환경설정에 의해 다국어 서비스를 제공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구글은 이를 지원합니다. 그러나 다음이나 네어버는 이를 지원하지 않죠. 일억이 넘지 않는 한국어 이용자 전용 서비스와 전세계 인구를 대상으로 기획한 서비스는 응당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조금 더 상상력을 발휘할 순 없을까요? 가능성은 무궁무진합니다. 해마다 그 수가 늘고 있는 아세안 인터넷 유저 인구만 보더라도 시장성은 충분하다는 게 제 판단입니다. 문제는 이를 지원할 법제도적 환경입니다.

전 제가 아는 이주민 친구들에게 구글 서비스를 권유합니다. 조금 느리긴 하지만 아무래도 글로벌 마켓을 상대로 기획한 서비스라, 구글은 이주민들에게 적합한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다음이나 네이버요? 가입이나 편하게 할 수 있도록 바꿔주시죠. 응당 한국어 이용 유저들도 적은 마당에 글로벌 마켓에서 살아남긴 힘든 서비스들입니다. 너무 매몰찬가요?

전 인터넷이 다문화시회를 이끌 원동력이라 생각합니다. 이는 다만 국내 포털을 염두에 둔 기획은 아닙니다. 한국의 다문화를 이야기할 때 늘 걸리는 건 언어적 문제입니다. 저도 한국어를 사랑하는 사람이지만, 다국어를 염두에 두지 않은 서비스는 국경 안에 머물 뿐입니다.

귀국 후 한국어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인도네시안 친구가 있습니다. 최근 이 친구가 텍스트큐브에 블로그를 개설한 뒤 한국어 속담을 인도네시아어로 번역한 포스팅을 꾸준히 올리더군요. 2억이 조금 넘는 인도네시아 시장에서 언젠가는 이 친구의 블로그가 제 값어치를 할 거라 전 믿습니다.

국내 이주민들이 블로그스피어 내 발화 주체로 등장할 수 있을까요? 전 그게 가능하리라고 봅니다. 출신국이나 민족별 미디어의 맹아는 바로 그들입니다. 아울러 이들은 해외 시장 개척의 첨병이기도 하죠. 모든 문제는 생각하기 나름입니다.



Posted by 망명객


매주 일요일마다 전 외국인근로자센터에서 이주노동자들에게 컴퓨터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작년 9월, 센터에서 전 한 학기 동안 컴퓨터 초급반을 가르쳤습니다.

이전 포스팅에서도 밝혔듯 컴퓨터 초급반은 컴퓨터의 기본 구성과 윈도우 기초, 이메일 활용 등을 가르치고 배우는 자리입니다. 학기 말에 진행되는 정기적인 발표회를 위해, 저희 초급반 학생들은 자신만의 블로그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블로그의 개념이나 작동원리 등은 무시하고, 일단 만들어보자는 심산이었죠. 국적과 학력 등이 제각각인 학생들에게 블로그를 적절히 활용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는 없었습니다. 매주 일요일 센터에서의 한 시간 반 교육 시간이 컴퓨터를 접하는 유일한 시간이었던 이들도 있기 때문입니다.

위 UCC를 만든 친구도 마찬가지입니다. 인도네시아에서 온 이 젊은 친구에게는 아직 개인용 컴퓨터가 없습니다.
제가 수업 시간에 보여준 구글 서비스들을 이용해 이 젊은 친구가 UCC를 만든 것입니다. 한국에서의 노동과 그 사이의 짧은 여유. 그 짬을 이용해 자신의 삶의 켜를 하나의 UCC로 엮어낸 친구의 노력이 너무나 아름답습니다.

다른 인도네시아 친구는 자신의 블로그에서 한국 속담을 인도네시아어로 풀어 쓰는 포스팅을 올리려 합니다. 다문화사회의 미디어는 이런 모습이어야 합니다. 자생적인 민족 미디어(ethnic media)가 자리를 잡을 때, 비로소 다문화사회가 도래한다고 전 믿습니다. 신문과 방송은 초기 자본이 필요하지만, 웹은 비용 면에서 저렴하거든요.

우리 안의 타인으로 살아가는 이주민들이 자신의 시각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을 때, 그때 진정 다문화사회가 존재할 수 있습니다.



Posted by 망명객


지난 학기(작년 9월)부터 매주 일요일마다 전 성동외국인근로자센터로 봉사활동을 나가고 있습니다.
이주노동자 컴퓨터 교육이 제가 담당하고 있는 일입니다.

이번 학기 제가 가르치는 과목은 '워드'입니다.
교육생이요?
국적과 학력, 연령대도 다양한 이주노동자들입니다.
이들에게 저도 익숙지 않은 '워드'를 가르치는 일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랍니다.
단, 제가 주력하는 건, 이주노동자들이 좀 더 인터넷과 컴퓨터를 원활히 활용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초급반인 경우, 인터넷은 고사하고 컴퓨터를 처음 만져보는 친구들도 있답니다.
초급반 수업 내용은 컴퓨터 키고 끄기, 이메일 만들고 활용하기 등이 포합돼 있습니다.
바로 이 이메일 만들기가 저희 자원교사들의 골칫거리죠.

이주노동자들의 메일 만들기는, 언젠가는 본국으로 돌아갈 이주노동자들을 위해, 다음이나 네이버와 같은 토종 포털 제공 메일 서비스 대신 글로벌 기업의 메일 서비스를 주로 이용하는 편입니다.
특히 MSN 메신저 활용을 위해 MSN 메일 서비스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죠.
(MSN 메신저를 활용하고자 하는 건 아무래도 컴퓨터 자원교사들의 연령과 큰 상관관계가 있습니다. ^^;)

하지만 MSN 가입이 그리 쉬운 건 아닙니다.
윈도우 라이브 연동을 시키면서 더더욱 MSN 가입이 더욱 어려워졌더군요.
여럿이 공용으로 이용하는 교육용 컴퓨터론 MSN 가입에 한계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돌아간 곳이 G메일입니다.
동남아와 몽골 출신 젊은 교육생 중에는 이미 야후 서비스를 적극 이용하는 친구들이 있습니다만, 저는 저희 교육생들에게 극구 구글을 이용하길 권합니다.
아, 일부는 다음메일을 이용하기도 합니다.
다음은 국내 거주 가입 시 핸드폰 인증만으로도 가입이 가능하더군요.
그래도 그놈의 인증 문제 때문에 저는 교육생들을 구글로 인도하고 있습니다.
어차피 평생 우리나라 땅에서 살 것도 아닌데, 우리나라 사이트를 이용할 이유가 없잖습니까.

구글은 몇몇 국가에 한해선 환경 설정을 통한 자국어 서비스도 제공합니다.
MSN도 글로벌 서비스를 제공한다지만 현지화률이 높고 그놈의 상술이 짜증나더라고요.
각종 구글 서비스 활용법 교육을 통해 국내 거주 이주민들이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이룰 수 있도록 돕는 게 저의 최종 목표입니다.

포괄적으로 국내 인터넷 세계에 적용되고 있는 실명제와 검찰의 이메일 압수수색.
아시아 민주주의 국가의 선두이자 IT 강국, 우리나라의 긍정적 이미지들은 이미지일 뿐?
영어FM이 다문화방송으로 포장되고 있는 사회 속, 이주민들의 원활한 의사소통은 우리 법령이 닿지 않는 글로벌 기업들이 돕고 있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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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망명객

귀가

다문화사회 : 2009. 3. 16. 20:50
일요일 늦은 오후, 지하철 안에서 한 사내가 칭얼거리는 두 아이를 어르고 있다. 연갈색 머리카락에 새하얀 피부, 금새 눈물을 쏟아낼 것만 같은 큰 눈망울의 두 아이는 이국 동화의 삽화를 연상케 했다. 형제로 미뤄 짐작할 수 있는 두 아이 중, 사내는 작은아이를 유모차에 태웠다. 큰아이의 목소리에선 휴일 오후의 피곤함이 묻어났다.

몇몇 승객들은 눈인사를 건네며 인형같은 큰아이를 달랬다. 중년의 부인은 아이에게 나이와 이름을 묻기도 했다. 유모차에 태운 작은아이를 어르느라 정신 없는 사내는 육아에 관해선 누가 보아도 초짜나 다름 없었다. 중년이 넘은, 이 도시의 어느 골목에서나 흔히 마주칠 수 있는 외모의 사내와 그가 어르고 있는 아이들의 외양이 빚어내는 묘한 불일치가 객차 안 승객들의 호기심을 자아내고 있었다. 저 나이대의 아이들 곁에 있어야 할 엄마는 보이지 않았다.

휴일을 맞아 엄마 없이 단행한 세 부자의 외출은 꽤나 피곤한 여정이었으리라. 이 도시의 어느 거리에서 사내는 아내의 부재를 아쉬워했을 것이다. 아이들도 서툰 사내의 손길과 배려가 부족한 발걸음에 쉬이 피곤함을 느꼈을 터이다.

문래역에서 내린 그들. 아이들은 지하철 운전수에게 감사의 손을 흔들었다. 휴일 없는 지하철은 이내 문을 닫고 다음 역을 향해 서서히 움직였다. 사내와 아이들도 흔들던 손을 접고 발걸음을 돌린다. 객차 안 승객들의 시선은 사내와 아이들의 뒷모습을 쫓았다.


Posted by 망명객
케이블도 '다문화가정 프로' 잇단 방영 (서울경제, 20090311)

명확한 정의가 정립되기도 전에 널리 쓰여지는 용어가 '다문화'다. 복지, 교육, 문화 등 다양한 영역에서 다문화를 주제로 다루고 있다. 앞서 말한 명확한 정의란 학술적 정의를 말한다. 다문화라 하면 사람들은 흔히 동남아에서 온 결혼이주여성을 떠올릴 것이다. 대다수의 언론이 결혼이주여성의 어려움을 전할 때 다문화가정을 언급하곤 하니까. 자꾸 이런 식으로 '다문화'가 언급된다면 그 이면에는 연민만이 가득할지도 모른다. 이는 다문화가 가진 포괄적인 의미를 축소시킬 가능성이 다분하다.

작년부터 올해까지, 방송의 공영성이란 화두가 여러 입에서 오르내린다. 방송정책이 공공성과 산업성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외줄타기를 하고 있을 때(아, 방송현장의 이야기가 아닌 학문적 논의에서의 이야기다), 잠시 방송 공공성의 논리에 다문화를 슬며시 섞어넣을 수 있을까 고민하기도 했다. 물론 신문방송 관련 학자들은 다문화보다는 문화다양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역시 다문화가 학문적으로 정립이 불명확하기 때문이다.

방송의 공공성과 다문화를 연결지을 때, 난 그 주도적 매체로서 공동체라디오를 떠올렸다. 대부분이 기능적 문맹 상태에 놓여있는 이주민들이 구로나 안산 원곡동처럼 집단 거주지를 형성할 경우, 공동체라디오가 이들에게 주요한 매체로서 작동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물론 현재도 RTV나 이주민 인터넷방송국이 이주민들을 위한 방송을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주민들의 사회경제적 위치를 고려했을 때, 유료방송에 대한 이들의 접근은 분명한 한계점으로 작용한다.

케이블TV가 이주민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겠다는 건 국내 이주민들이 유료채널의 잠재적 고객으로 떠올랐다는 이야기다. 100만이면 그리 적은 숫자가 아니다. 그리고 이주민들의 수는 점점 늘어날 것이다. 제주도의 KCTV는 가시청자가 채 60만이 안 된다. 가뜩이나 IPTV의 등장으로 잔뜩 긴장한 케이블TV로서는 잠재적 수요자를 선점하는 효과를 기대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다음으로 내용을 살펴보겠다. KCTV 광주방송은 영어 콘텐츠를 송출하겠단다. 현 정부가 주도했던 영어FM 사업과는 어떻게 구별할지, 난 잘 모르겠다. C&M 구로는 중국 연변라지오텔례비죤방송국과 계약을 하고 지역채널(ch4)을 통해 중국 동포 밀집지역인 서울 구로ㆍ금천구 지역에 옌볜뉴스와 생활정보를 전하고 있다. C&M은 이를 향후 경기권 소속 SO에서도 방송하도록 방송권역을 확대하겠단다.

상업성을 중시하는 케이블TV가 다문화사회의 새로운 기수로 떠오르는 걸까? 방송의 공영성은 이렇게 그 입지가 좁아지는 걸까? 그럼 지상파는? 공동체라디오는?

다문화사회를 구성할 민족별 공동체 형성이 더딘 상황 속, 아직 고민은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다. 방송은 그 수용자도 중요하지만 발신자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결국 고민은 공동체로 돌아간다. 다시 공동체의 문제 안에는 언어의 문제와 소통의 문제 등 다양한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우리 사회 내부의 커뮤니케이션을 이야기할 때 그만큼 고려해야 할 변수들이 늘어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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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망명객


인도네시아에서 온 22살의 외국인근로자 S는 12월 7일 성동구청에서 열린 외국인근로자 송년잔치에 참석하기 위해 전날 늦은 시간까지 야근을 해야 했다. 그는 단순히 놀기 위해 송년잔치에 참석한 게 아니었다. 조국의 전통의상을 선보이기 위해, 자신의 문화적 뿌리를 타인들과 나누기 위해 야근을 무릎쓰면서 그는 송년잔치에 참석했다. 수줍은 듯 자신의 의상을 소개하는 그의 목소리는 밝았다. 타인과의 교류, 타문화권과의 교류에서 자신을 밝힐 수 있다는 사실이 즐거웠던 모양이다. 

여러 언론사들이 성동구의 후원으로 열린 외국인근로자 송년잔치를 취재했다. 여러 나라의 다양한 전통의상, 신나는 행사 장면 등, 기사감으로는 충분한 아이템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웃고 떠드는 외국인근로자들의 모습, 그것 뿐이었다. 우리 사회가 진정한 다문화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의제설정은 취재를 나온 언론사들의 관심 밖이었다.

지난 10월, 현재 23만 명으로 추정되는 불법체류자를 연말까지 20만으로 줄이겠다는 정부 정책이 발표됐다. 3만 명을 줄이겠다는 건 단속을 의미한다. 이미 마석가구단지에선 대규모 단속이 진행됐다.(관련기사) 단속 과정에서 인권은 처참히 묵살되곤 한다. 법에 명시된 적법한 절차 정도는 더욱 가볍다. 

가벼운 법적 절차 앞에서, 그래도 인권은 무거워야 한다.
Posted by 망명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