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도 하기 전에 재계와 빚을 마찰을 걱정했는지 노 당선자는 재벌 개혁의 점진적·자율적·장기적 추진을 약속했다. 노무현 정권의 개혁 행로가 쇳소리와 칼바람을 부를지 점진과 자율로 기울지, 그것은 앞으로 두고 볼 일이다. 다만 "지금은 반대하고 있으나 뒷날 잘했다는 것을 알게 될 테니 참고 따르라"는 식의 개혁 밀어붙이기만은 꼭 피하기 바란다. 역대 정권이 빠진 개혁 실패의 함정이 바로 이 독선이었다. 새 정권에 새로 전하거니와 개혁은 쿠데타가 아니라 일상의 생존 방식(modus viviendi)이 돼야 한다.

 - 정운영, 정운영의 마지막 칼럼집 "심장은 왼쪽에 있음을 기억하라" 중


고 정운영 선생이 5년 전에 쓴 글을 다시 읽고 있다. 현상을 넘어 본질을 꿰뚫는 선생의 혜안이 부럽다. 민주주의의 상식적 조건이지만 이를 지키지 못했기에 지난 정부는 정권을 넘겼고, 현 정권은 수많은 이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

그 어느 해보다 소통을 외친 한 해였다. 촛불도 청와대도 소통을 외쳤다. 촛불은 거리로 나섰고 청와대는 괴담 운운하며 라디오방송을 택했다. 거리와 라디오방송의 간극은 화성과 금성의 남과 여처럼 멀기만 하다. 쌀쌀한 거리에는 생존의 악다구니가 가득하다. 누군가는 분노했고 누군가는 냉소할 뿐.

2008년이 이렇게 저문다.
Posted by 망명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