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WTV'에 해당되는 글 4건

  1. 2009.10.14 한 이주민과의 면회 by 망명객
  2. 2009.10.13 내 친구 '미누' by 망명객
  3. 2009.04.27 이주노동자의방송 4주년 기념 후원의밤 by 망명객
  4. 2009.04.13 이주노동자의방송 4주년 기념 후원의밤 by 망명객




대기는 차가웠지만 가을 볕은 뜨거웠다. 경기도 화성을 향하는 승용차 안, 나의 뇌가 부족한 아침잠을 호소했지만 차창으로 쏟아지는 가을 볕이 내 두 눈을 가만히 놓아두지 않았다. 누렇게 익어가는 가을 들녘이 전방에서 사선 방향으로 달려와 다시 뒷방향으로 멀어져 갔다. 끊임 없는 들판이 이어진 곳, 그 한 켠에 우리의 목적지 '화성 외국인보호소'가 모습을 드러냈다. 


보호소 건물은 그리 높지 않았다. 건물의 전면부에선 흡사 동사무소와 같은 친근함과 아담함이 느껴졌다. '법과 질서의 확립'이라 쓰인 현판이 건물 외관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었다. 구호 하나로 건물 전체가 법치의 위압감을 풍기는 듯했다. 평행한 천칭저울이 그려진 법무부 깃발이 높은 가을 하늘 아래 펄럭이고 있었다. 우리는 오늘 이주노동자방송국(MWTV) 활동가 미누의 면회를 위해 이곳을 찾았다.


좁은 면회소 복도에는 각 면회실에서 쏟아져 나온 다국어가 흘러 넘쳤다. 2번 면회실의 흐릿한 창 너머, 어두운 코발트블루 바탕에 검은색 줄무늬 두 줄이 그려진 상하의 운동복을 입은 미누가 나타났다. 늘 웃는 얼굴의 미누와 반가움의 짧은 인사를 나눈 후 면회 신청자들은 모두 할 말을 잊은 듯했다.


"잘 지내요? 지낼 만 해요?"


"우리 모두 잘 지내요. 식사는 잘 하고 있죠?"


짧은 물음에 대해 미누는 꽤 긴 대답을 이어갔다. "괜찮다" "지낼 만 하다"는 게 대답의 요지였다.  그의 대답 후에는 늘 정적처럼 시간이 멈춰섰다. 그럴 때마다 곧 계면쩍은 웃음이 정적을 깨곤 했다. 20분이란 면회시간이 그리 긴 시간일 줄이야. 면회 신청자와 대상자 사이에 놓인 유리 한 장은 공간뿐만 아니라 시간까지 구획짓고 있었다. 이쪽의 시간이 더디게 흘렀다면 미누가 있는 공간의 시간은 너무나 빨리 흘러갔다.


잘 지낸다는 미누의 이야기에 우리 일행은 힘 내라는 응원의 메시지로 화답했다. 미누에게 난 웃는 얼굴만을 보여줬다. 나중에 술 한잔 나누자는 이야기가 혀 끝에 맴돌았다. 하지만 난 끝끝내 그 이야길 전하지 못했다. 면회실을 나서는 내 뒷덜미에 천근같은 후회가 밀려왔다. 면회소를 나서며 뒤돌아 보니, '웃는 얼굴 밝은 미소'라 쓰인 구호가 면회소 대기실 입구 위에 붙어 있었다. 면회 대상자에게 밝은 미소를 보여달라는 보호소 측의 의도는 면회소를 나서는 이들에겐 허탈한 웃음의 대상일 뿐이었다.


보호소 건물 밖, 제부도 앞바다에서 달려온 바람이 둥그렇게 모여선 일행 사이로 계통을 잊은 채 흩어졌다. 가을 해는 어느덧 바람이 진행해온 방향의 지평선과 예각을 이루고 있었다. 바람이 달려가는 방향에선 육중한 철문이 호송용 버스 두 대를 집어삼키고 있었다. 우리 일행 역시 같은 방향으로 귀가의 발걸음을 옮겨야 했다.


서울로 돌아오는 승용차 안, 가을 볕이 내 뒷통수를 달군다. 머리 위에서 햇볕 냄새가 퍼질 것만 같았다. 미누는 다시 이 땅에서 햇볕 냄새를 풍기거나 바람의 방향을 가늠할 수 있게 될까. 법치의 준엄함 아래에서 약한 인연의 고리가 고개를 치켜든다. 법과 제도란 틀이 그 누구에게 상해를 입히거나 물질적 손실을 끼친적도 없는 한 인간의 사회적 토대를 뿌리채 뽑아버리려 한다. 무려 18년 가까이 쌓아온 토대였다. 인간과 제도의 대립 관계에서 늘 아프고 다치는 건 늘 인간 개개인이다.



-------------------------------------------------------

프리 미누 카페 http://cafe.daum.net/free-minu


Posted by 망명객

내 친구 '미누'

다문화사회 : 2009. 10. 13. 00:52

미누

네팔인 '미누'는 내 친구다. 한국 사람보다 더 한국어를 잘하는 그는 이주노동자방송국(MWTV)에서 활동한다. 방송국 대표를 지내기도 했던 영상활동가이자 이주민 밴드 '스탑 크랙다운'의 보컬인 그는 지금 화성 외국인보호소에 갖혀 있다.

오늘 아침, 방송국으로 출근하는 그를 출입국단속요원이 현장에서 연행했다. 연행 사유는 '불법 체류'. 그에 대한 표적단속이란 것이 주변 친구들의 판단이다. 한 사람의 영상 활동가이자 음악가인 미누를 법무부가 가만히 둘 리 없었다. 내일 아침 네팔 행 비행기가 있다. 법무부로선 시민단체가 표적단속 운운하기 전에 빨리 그를 추방하는 게 상책일 터.

생산 현장에서 노동을 하고 있어야 할 이주노동자가 그들의 권리를 위해 카메라를 들고 노래를 부르면 안 된다. 그것이 정부의 생각이다. 한 사람의 이주노동자가 자신과 동료들이 처한 노동·사회환경의 부조리를 깨달았다. 이를 고발하기 위해 그는 카메라를 들고 노래를 불렀다. '불법'이란 딱지가 붙은 그의 체류 연장기간은 자신과 동료들이 처한 현실과 투쟁하는 시간이었다. 그가 단속 표적이 된 사유는 바로 그의 활동 때문이었으리라. 미누에 대한 표적단속, 난 이것을 언론탄압이라고 생각한다. 표현의 자유는 합법적 체류자에게만 주어지는 권리가 아니다. 사회 부조리를 고발하는 영상을 만들고 저항의 노래를 불렀기에 그는 당국의 표적이 됐다.

술자리에서 늘 주변인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던 사람이 내 친구 미누였다. 간간히 이주민이 처한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하지만, 늘 웃는 얼굴로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지긋이 들어주던 사람이 바로 미누다. 이 땅에는 그가 불러야 할 꿈의 노래가 남아 있다. 코리안 드림, 그 꿈의 내용을 그는 아직 노래하지 못했다. 더욱이 난 아직 그에게 "미안하다"란 이야길 전하지 못했다.


-------------------------------------------------------------------
지난주 목요일에 올렸다가 지운 글을 다시 블로그에 올린다.
--;;;;;;;;;;



 

Posted by 망명객
01234


지난 25일 저녁에 이주노동자의방송 4주년 기념 후원의밤이 열렸습니다.
추적거리는 날씨 속에서도 많은 분들이 자리를 채우고 계시더군요.
열심히 서빙하고 있던 자원봉사자분들도 많으시고요.

아는 얼굴들 사이에서 몇 잔의 술을 나누고 몇 다발의 이야기를 풀어놓습니다.
하림 씨가 초대가수로 노래를 했고, 이주노동자 밴드 '스탑 크랙다운(Stop Crackdown)'이 공연을 펼쳤습니다.
늦은 밤, 추적거리는 날씨로 거리에는 한기가 가득했습니다.
추위에는 늘 사람의 품이 그립답니다.
몇 잔의 술과 몇 다발의 이야기, 그 사이에서 이주민의 꿈과 노래, 노동과 삶이 피어납니다.

'다문화사회'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다문화사회의 미디어  (0) 2009.05.11
G메일 이용을 권유하는 이유...  (0) 2009.05.05
이주노동자의방송 4주년 기념 후원의밤  (0) 2009.04.13
법집행 폭력  (0) 2009.04.11
귀가  (0) 2009.03.16
Posted by 망명객

이주노동자의방송(MWTV)가 4주년 기념 '후원의밤'을 갖는다.



이주노동자의방송 4주년 기념 후원의밤
Migrant Worker Television Fourth Anniversary Party
주최 : 이주노동자의방송 MWTV
후원 : 용인외고 HAFS ANGELS, 수유+너머, 버마액션, 외노협
일시 : 토요일 2009.4.25 6:00~11:00
장소 : 남영역 건너편 슘(ZUM)

-------------------------------------------------------

다문화 과잉의 시대다. 문화다양성을 넘어, 누구나 떠들고 있는 다문화에 대해 우리는 과연 충분한 성찰의 시간을 가져봤던가. 100만 외국인 시대를 맞이했지만, 제대로 된 에스닉 미디어 하나 없는 게 우리 다문화의 현실이다. 그나마 존재하는 RTV나 다문화방송 채널이 유료채널이란 점도 명확한 한계점이다. 미디어가 매스를 지향할지언정 그 뿌리는 커뮤니티에 둬야 한다. 그런 면에서 웹은 가능성과 한계성이란 양가적 공간이다.
MSO를 중심으로 다문화방송에 눈을 돌리고 있다. 방송자본이 다문화방송이 지닌 상품성에 눈을 뜬 것이다. 정책적으론 영어FM을 다문화방송으로 포장하려는 듯한 움직임을 보인다. 이주민들의 고국에서 들여온 프로그램이 다문화 프로그램이 될 순 없다. 영어가 만국 공통어란 인식도 지배 담론의 또다른 변주일 뿐이다.

다시 민주주의를 이야기해야 하듯, 다시 공동체를 돌아봐야 한다.

-------------------------------------------------------

'다문화사회' 카테고리의 다른 글

G메일 이용을 권유하는 이유...  (0) 2009.05.05
이주노동자의방송 4주년 기념 후원의밤  (0) 2009.04.27
법집행 폭력  (0) 2009.04.11
귀가  (0) 2009.03.16
방송의 공공성과 다문화사회  (0) 2009.03.12
Posted by 망명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