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 해당되는 글 5건

  1. 2009.08.17 휴가의 기억 by 망명객
  2. 2009.07.10 여름 낙조 by 망명객
  3. 2007.08.03 배고픈 다리 by 망명객
  4. 2007.07.17 여름 by 망명객
  5. 2007.06.12 여름을 부탁해 by 망명객

휴가의 기억

길위에서 : 2009. 8. 17. 11:26
0123


잘려나간 반도의 여름은 뜨겁다. 피서지를 찾아 오랜만에 이용한 경춘선 열차는 여전히 청춘의 꿈과 사랑을 실어나르고 있었다. 타인들이 빚어낸 꿈과 사랑에 무임승차하며 달려간 곳은 가평. 역전에서 다시 승합차를 얻어타고 들어간 곳이 북면에 위치한 어느 계곡변이었다. 경기도 북서지역 변경, 일행이 짧게나마 더위를 피해 달려온 곳이다.

두 눈을 찌르는 주변 산하의 초록이 내리쬐는 태양볕을 피할 그늘을 제공해준다. 폭염에 휩싸인 대지 곁으로 힘차게 달음질치는 계곡물의 굉음이 청량하다. 적당한 끼니와 적절한 음주 후 낮잠을 즐기던 일행 사이에서 난 어느 처사의 관념이 빚어낸 여행 수기를 펼친다. 이 여름, 지상에 묶인 인간이 취할 수 있는 가장 편한 자세로 보내는 몇 시간이 너무나 달콤하다.

8월 중순, 사방의 진초록은 태양볕에 달궈져 태생적으로 간직했던 흙의 색을 곧 내비칠 태세다. 이제 그 임계점이 얼마 남지 않았다. 빨래줄 위에 나란히 자리한 잠자리들은 한 여름의 폭염을 기억한 채 가을을 맞이하겠지. 2박 3일, 이 찰나의 이미지들은 회색의 도시에서 성마른 그리움으로 날 괴롭힐 것이다. 나이가 들어 좋은 건 그리움을 그리움만으로 삭힐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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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망명객

여름 낙조

이미지 잡담 : 2009. 7. 10. 23:57
20090709 목요일

어느새 여름이다.
더운 건 끔찍하지만 추운 것보단 덜 끔찍하다.

변화무쌍한 하늘빛.
여름이 겨울보다 좋은 이유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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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망명객

배고픈 다리

길위에서 : 2007. 8. 3. 14:55

창문에 부딪치는 빗소리가 맹렬하다. 한낮인데도 초저녁처럼 어두운 교실에서 우리는 국민학교 저학년 학생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하교 후 집에서의 점심식사를 놓치고 있었다. 교실에 비치된 텔레비전에서는 어린이용 영화가 방송되고 있었고, 담임 선생님은 그 옆 의자에서 졸고 계셨다. 창 밖 세상은 온통 물세계이건만, 창 안에선 덤으로 주어진 교실 체류 시간에 따분함만이 넘쳐났다. 앞자리에 앉은 아이들의 두 눈은 텔레비전 브라운관에 박혔고, 뒷자리의 아이들은 시덥잖은 잡담을 늘어놓고 있었다.

 

꽤 긴 시간이 흘렀다. 한 편의 영화가 종반으로 치달으며 잡담에 참가하는 아이들의 대오는 서서히 앞자리로 몰려오고 있었다. 빗소리가 잦아들며 그의 반비례로 커가는 교실 내 소음은 언제 담임 선생님의 낮잠을 깨울지도 모를 일이었다. 아무리 덤으로 주어진 시간이지만 교실이란 공간은 엄연히 질서의 공간이지 않겠는가. 괜히 선생님의 심기를 건들여서 치도곤이나 당한다면 이 얼마나 억울한 일이겠는가.

 

다행히 한 편의 영화가 끝나기 전, 교내 방송으로 하교령이 떨어졌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저학년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다. 졸다 깨신 선생님은 곧장 집으로 돌아가라는 의례적인 이야기를 우리들의 뒷통수에 날리셨다. 참, 그렇게 집으로 달려가는 우리들을 선생님 곁에서 바라보던 몇몇 아이들이 있었다. 대다수의 아이들이 사는 아랫마을이 아닌 윗마을의 아이들이었다. 선생님 곁에서 우리를 바라보던 그 아이들의 눈빛은 국민학교 저학년생으로서 내가 기억하는 최초이자 마지막 우울함이다.

 

그 다음날도 우리는 제때 하교하지 못했다. 또 다른 영화가 방송되었고 잡담은 계속 이어졌다. 교실 앞 문이 열리고 우리보다 머리 두 개는 더 큰 6학년 학생 둘과 담임 선생님이 함께 교실 안으로 들어오면서 끊기지 않을 것 같던 잡담이 멈추었다. 6학년 선배들이 손에는 하얀 상자가 들려 있었다.

 

"어제 우리 옆 반 친구가 방과 후 집으로 돌아가다가 급류에 휘말려 죽었어요."

 

국민학교 저학년에게 최초의 죽음은 그렇게 다가왔다.

 

윗마을로 가는 길에는 배고픈 다리가 있었다. 평상시 물이 흐르지 않는 건천에 교각을 세우지 않고 양 편의 도로를 하천의 단면을 따라 시멘트로 발라 이어주던 간의 다리를 우리는 배고픈 다리라 불렀다. 주린 배처럼 홀쭉하다해서 배고픈 다리였다. 우리는 그 다리를 건너 봄가을 소풍을 갔고, 그 다리 근처에서 올챙이나 개구리를 잡거나 멱을 감기도 했다. 옆 반의 친구는 그 다리를 건너다가 사고를 당했다고 한다.

 

국민학교 저학년 시절, 여름이 오는 길목에서 배고픈 다리는 몇몇 죽음을 앗아갔다. 그렇게 하얀 상자가 모금함으로 돌고나면 곧 방학이었다. 다시 배고픈 다리 근처에서 우리는 멱을 감았고, 봄가을에는 그 다리를 건너 소풍을 갔다.

 

지금은 배고픈 다리를 찾을 수 없다. 그 자리에는 꽤 튼튼한 다리가 지어졌으며, 다리의 튼튼함을 입증이라도 하듯 그 너머 윗마을에는 국내 굴지의 IT회사가 들어섰다.

 

가끔 창문을 때리는 굵은 빗소리를 들을 때면 그때의 배고픈 다리가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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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망명객

여름

길위에서 : 2007. 7. 17. 22:08

Daum 파워에디터
지난 세기의 유물로 치부했던 방법론책을 들척이자니 품을 팔아달라는 연락을 받게 되었다. 그리하여 달려간 곳은 불광동. 잔뜩 흐린 아침에 산행 차림의 중년 남녀들이 들어찬 거리 한 켠, 우거진 가로수가 상쾌한 정문을 지나 낯선 방 안에서 SPSS와 엑셀, 한글의 삼박자 변주를 시늉한다. 정신없이 늘어선 소숫점과 어지러운 표의 구렁텅이에서 여성들의 직업과 출산, 그리고 육아의 힘겨움이 풀리지 않는 실타래로 늘어진다.
 
끊을 수 없는 끽연의 욕구룰 품고 달려간 곳, 반지하 주차장의 깨어진 자리에서 새로 태어난 듯 빛을 튕겨내는 초록의 여름을 만난다. 흔한 듯 하면서도 특별했던 그 아이의 이름처럼...

 

-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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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망명객

여름을 부탁해

이미지 잡담 : 2007. 6. 12. 12:50

조금 무거운 녀석.
이마와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땀이 조금 힘겹긴 했지만, 건강하고 시원한 여름을 부탁해.
단지 그것 뿐.
 
그것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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