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민'에 해당되는 글 8건

  1. 2010.07.26 대통령의 립서비스? by 망명객
  2. 2009.11.12 미누에게 주어지는 공로패 by 망명객
  3. 2009.10.13 내 친구 '미누' by 망명객
  4. 2009.06.09 이주민 컴퓨터 교육 - 최근 수업 내용(구글서비스/블로깅)과 인터넷 언어교육 사이트 by 망명객
  5. 2009.05.11 다문화사회의 미디어 by 망명객
  6. 2009.04.27 이주노동자의방송 4주년 기념 후원의밤 by 망명객
  7. 2009.02.22 이 땅에 살기 위해 by 망명객
  8. 2009.02.03 블로그를 통한 이주민들과의 소통 by 망명객
이 대통령 “다문화 가정에 대한 인식 성숙해져야” (데일리경제, 20100726)

공자는 "先行其言 而後從之(선행기언 이후종지)"라며 실천 없는 말의 허무함을 경계하라고 했다. 언행일치를 강조한 공자의 이야기에서 행동을 추동하는 말의 힘이 새삼스럽다. 군자까지는 아니어도 사회 지도층이라면 의례 말의 무거움을 깨달아야 한다. 정치권의 입놀림이 동네 양아치보다 못한 판국에 이 땅의 도를 따지는 건 사치에 가까운 일인지도 모른다. 

이 대통령이 다문화 가정과 이주노동자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이 더욱 성숙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혼이민자와 그 자녀들 그리고 이주노동자들이 흘리는 눈물이 멕시코로 이주한 '애니깽' 선조들과 파독 광부와 간호사들이 흘린 눈물과 같다고 했다. 대통령이 며칠 전 벌어진 베트남 신부 살해사건을 언급하며 꺼낸 이야기다. 

법무부와 경찰청은 지난 5월 초 G-20 정상회담의 안정적 개최를 목적으로 6월부터 8월까지 미등록자에 대한 강력한 합동단속과 출국지원 프로그램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외노협과 이주인권연대 등 이주민 관련 단체들이 이는 기만행위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현재 이주민 주거 밀집 지역에선 대대적인 단속이 벌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은 이주민의물 이야기를 꺼냈다. 국가 수반의 발언에 대한 행정부의 사후 대처가 궁금해진다. 

미등록 이주민을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국가는 누가 뭐래도 인권적으로 후진국이다. 대규모 국제 행사를 앞두고 대대적인 사회정화 사업을 진행하는 건 사회 통합에도 걸림돌이다. 법치를 위한 단속이 아니라 법치를 위한 인도적 차원의 제도 개선과 개도 작업이 필요하다. 

대통령의 발언이 공허한 립서비스로 끝나면 안 된다. 대통령의 말은 그 책임과 권한만큼이나 파급력이 크다. 법치와 도를 위해서라도 대통령의 이야기가 현실 세계에서 발현되길 기대해본다. 


************* 관련 기사 ************* 








Posted by 망명객
이주민 '미누'를 아는 사람이 꽤 늘었다. 그의 이름을 정확히 기억하진 못하지만, 장기 체류 이주민에 대한 강제 추방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음을 인지하는 이들이 늘어났다. 끝까지 싸우겠다던 미누, 그래서 갑작스런 그의 강제출국 명령이 황망하기만 했다. 모두들 그랬다. 금요일 저녁, 두 통의 문자가 술자리 테이블 위에 놓아둔 내 휴대전화기를 울렸다.

'미누, 금일 저녁 강제출국'

'**씨 단속 걸려서 목동출입국사무소에 있답니다'

한 사람의 이주민이 타의에 의해 고향으로 돌아갔고, 또다른 이주민 역시 타의에 의해 고향으로 돌아가게 될 것 같다는 내용이 문자 두 통의 전문이다. 단속 사유이자 추방의 이유가 된 것은 불법체류. 불법과 합법의 경계 사이에 서 인간의 체류 조건을 한정 짓는 것이 가당키나 한 일인가.

보호소의 간판을 단, 교도소나 다름 없는 곳 안에서 전화기를 통해 부른 미누의 편지는 꽤나 많은 이들을 울렸다. 유통기한이 정해진 상품에 자신의 처지를 빗댄 그는 아름다운 품성을 지닌 이였다. 김치에 삼겹살, 소주 한 잔 곁들이고 싶다던 그는 지금 네팔에서 김치와 삼겹살을 먹고 있다.


출처 : 프리미누


그런 미누에게 공로패가 주어진다. 미누만큼 황망해하던 친구들이 이주노동자의 인권 신장과 한국사회의 다양성 확산을 위해 기여한 그의 공로에 대해 작은 감사를 표하는 것이다. 마음까지 보듬지는 못하더라도 작은 감사패 하나가 미누에게 위안이 됐으면 좋겠다.
(이미 한국에서의 공로패 전달 행사는 진행된 후다. 네팔에 가는 친구 편에 다음달 초 미누에게 공로패가 전달될 예정이다.)


미누의 사례는 이슈와 이슈의 타래 속에서 그대로 묻어버리기에는 너무 아깝다. 수유너머N이 '이주노동자와 희망의 정치학'을 주제로 이달 24일부터 4주 동안 특별강의를 진행한다. 이달 28일에는 리더를 잃은 스탑크랙다운'이 6주년 기념공연을 펼친다.


<수유너머N 특별강의 '이주노동자와 희망의 정치학'>



1강.(11.24) 한국 사회와 이주노동자 (조원광)

2강.(12. 1) 이주노동자와 환대의 윤리 (최진석)

3강.(12. 8) 이주노동자와 가시성의 정치학 (정정훈)

4강.(12.15) 이주노동자와 다문화주의 (변성찬)


강좌회비: 5만원

시간: 화요일 저녁 7시 30분



<이주노동자밴드 '스탑크랙다운' 6주년 기념 공연>



일시 : 11월28일(토) 오후 6시~10시

장소 : 요기가 갤러리 (3141-2603)   http://yogiga.com

입장료 :  무료




연말을 맞아 불법체류 이주민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이 이뤄지고 있다. 단속 대상인 이주민, 이들을 채용한 업주, 단속의 주체인 출입국관리사무소가 벌이는 숨박꼭질, 그 사이에서 가해자와 피해자를 구분짓는 건 자못 무의미하다.

그 누구도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고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 누구도 불법이란 딱지를 받지 않았으면 좋겠고 자유로웠으면 좋겠다. 그게 미누에게 전달될 공로패에 담긴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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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망명객

내 친구 '미누'

다문화사회 : 2009. 10. 13. 00:52

미누

네팔인 '미누'는 내 친구다. 한국 사람보다 더 한국어를 잘하는 그는 이주노동자방송국(MWTV)에서 활동한다. 방송국 대표를 지내기도 했던 영상활동가이자 이주민 밴드 '스탑 크랙다운'의 보컬인 그는 지금 화성 외국인보호소에 갖혀 있다.

오늘 아침, 방송국으로 출근하는 그를 출입국단속요원이 현장에서 연행했다. 연행 사유는 '불법 체류'. 그에 대한 표적단속이란 것이 주변 친구들의 판단이다. 한 사람의 영상 활동가이자 음악가인 미누를 법무부가 가만히 둘 리 없었다. 내일 아침 네팔 행 비행기가 있다. 법무부로선 시민단체가 표적단속 운운하기 전에 빨리 그를 추방하는 게 상책일 터.

생산 현장에서 노동을 하고 있어야 할 이주노동자가 그들의 권리를 위해 카메라를 들고 노래를 부르면 안 된다. 그것이 정부의 생각이다. 한 사람의 이주노동자가 자신과 동료들이 처한 노동·사회환경의 부조리를 깨달았다. 이를 고발하기 위해 그는 카메라를 들고 노래를 불렀다. '불법'이란 딱지가 붙은 그의 체류 연장기간은 자신과 동료들이 처한 현실과 투쟁하는 시간이었다. 그가 단속 표적이 된 사유는 바로 그의 활동 때문이었으리라. 미누에 대한 표적단속, 난 이것을 언론탄압이라고 생각한다. 표현의 자유는 합법적 체류자에게만 주어지는 권리가 아니다. 사회 부조리를 고발하는 영상을 만들고 저항의 노래를 불렀기에 그는 당국의 표적이 됐다.

술자리에서 늘 주변인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던 사람이 내 친구 미누였다. 간간히 이주민이 처한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하지만, 늘 웃는 얼굴로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지긋이 들어주던 사람이 바로 미누다. 이 땅에는 그가 불러야 할 꿈의 노래가 남아 있다. 코리안 드림, 그 꿈의 내용을 그는 아직 노래하지 못했다. 더욱이 난 아직 그에게 "미안하다"란 이야길 전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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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목요일에 올렸다가 지운 글을 다시 블로그에 올린다.
--;;;;;;;;;;



 

Posted by 망명객

원 교육과정인 워드는 이미 기본강좌 진도를 마무리한 상태입니다.(날림 강좌의 전형 --;)


베트남과 몽골 출신 학생들은 야후를 애용하는 분들이 많더군요.

그래도 담당교사의 편애에 따라 전 학생들에게 G메일 이용을 적극 권장하고 있습니다.

POP3 및 여타 메일을 한꺼번에 물려서 쓰기 편하거든요.

대용량 파일 첨부 문제가 좀 골칫거리긴 하지만, 큰 문제는 되지 않습니다.


G메일 언어환경 설정을 모국어와 한국어 둘 중 하나로 선택하라고 학생들에게 알려줬습니다.

본인이 사용하기 편해야 자주 쓸테니까요.

G메일에선 베트남어와 인도네시아어는 지원하지만 몽골어는 지원하지 않더군요.


최근 텍스트큐브 블로그 이용을 학생들에게 권장하고 있습니다.

학생 개개인의 취향에 따라 기존에 사용하던 블로거닷컴을 선호하는 경우도 허용하고요.

고국으로 돌아갔을 때, 한국업체의 서비스보다는 미국업체의 서비스가 더 수월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아직 제대로 블로깅 테마를 잡은 학생들은 극소수입니다.

삶의 기록, 그 이상의 테마를 잡았으면 좋을 것이란 희망을 품고 있습니다.


블로그 포스팅 작성 부분에서 전 굳이 한국어를 강조하진 않습니다.

편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덤덤히 글로 써내려갈 수 있다면, 한국어든 모국어든 개의치 않습니다.

일단 시작 단계에선 자꾸 써보는 습관이 필요하니까요.


저희 반은 수업 시작과 함께 20분 정도는 RSS리더기와 메일을 확인합니다.

지난 시간엔 서로의 블로그에 댓글 달아주기와 트랙백 넣기 등을 학생들에게 알려주었습니다.

댓글과 트랙백이 이번 학기 중 가장 중요한 대목입니다.

혼잣말하는 블로깅이 아니라 소통하는 블로깅의 핵심이 댓글과 트랙백이거든요.


구글의 피카사 서비스와 구글docs를 추가적으로 학생들에게 알려줄 예정입니다.

어차피 워드 반이었으니, 구글docs에서 문서작성하는 걸 알려주면 되겠죠.

- 제가 구글 전도사도 아닌데... 실명제 문제로 국내 사이트들은 가입 자체가 어려우니... IT강국의 초라한 단면이죠. 6억 아시아 시장을 놓치고 있으니... 이거 원... -


웹2.0 기반 언어학습 사이트 두 곳에 대한 정보를 남깁니다.


A   http://lang-8.com

B   http://www.livemocha!!.com


A 사이트는 자신이 배우고 싶은 언어로 일기를 쓰면 모국어 사용자들이 첨삭지도를 해주는 곳입니다.

서비스 인터페이스는 대략 싸이월드랑 비슷하고요.

이곳에서 한국어를 배우려는 이들은 주로 한국어학당 중심의 외국인 유학생들인 것 같습니다.

이미 한국어선생님들은 이 사이트를 알고 계시는 분들이 많겠죠.


B 사이트는 자신이 배우고 싶은 언어에 대한 강좌를 제공하는 곳입니다.

영어나 일어 교육은 정해진 커리큘럼 대로 이수를 하도록 만들어놨군요.


학생 환경(컴퓨터 보유 여부 및 이해 수준)에 따라 위 두 사이트를 안내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 참에 저도 어학공부에 다시 매진할까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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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망명객


매주 일요일마다 전 외국인근로자센터에서 이주노동자들에게 컴퓨터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작년 9월, 센터에서 전 한 학기 동안 컴퓨터 초급반을 가르쳤습니다.

이전 포스팅에서도 밝혔듯 컴퓨터 초급반은 컴퓨터의 기본 구성과 윈도우 기초, 이메일 활용 등을 가르치고 배우는 자리입니다. 학기 말에 진행되는 정기적인 발표회를 위해, 저희 초급반 학생들은 자신만의 블로그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블로그의 개념이나 작동원리 등은 무시하고, 일단 만들어보자는 심산이었죠. 국적과 학력 등이 제각각인 학생들에게 블로그를 적절히 활용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는 없었습니다. 매주 일요일 센터에서의 한 시간 반 교육 시간이 컴퓨터를 접하는 유일한 시간이었던 이들도 있기 때문입니다.

위 UCC를 만든 친구도 마찬가지입니다. 인도네시아에서 온 이 젊은 친구에게는 아직 개인용 컴퓨터가 없습니다.
제가 수업 시간에 보여준 구글 서비스들을 이용해 이 젊은 친구가 UCC를 만든 것입니다. 한국에서의 노동과 그 사이의 짧은 여유. 그 짬을 이용해 자신의 삶의 켜를 하나의 UCC로 엮어낸 친구의 노력이 너무나 아름답습니다.

다른 인도네시아 친구는 자신의 블로그에서 한국 속담을 인도네시아어로 풀어 쓰는 포스팅을 올리려 합니다. 다문화사회의 미디어는 이런 모습이어야 합니다. 자생적인 민족 미디어(ethnic media)가 자리를 잡을 때, 비로소 다문화사회가 도래한다고 전 믿습니다. 신문과 방송은 초기 자본이 필요하지만, 웹은 비용 면에서 저렴하거든요.

우리 안의 타인으로 살아가는 이주민들이 자신의 시각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을 때, 그때 진정 다문화사회가 존재할 수 있습니다.



Posted by 망명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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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저녁에 이주노동자의방송 4주년 기념 후원의밤이 열렸습니다.
추적거리는 날씨 속에서도 많은 분들이 자리를 채우고 계시더군요.
열심히 서빙하고 있던 자원봉사자분들도 많으시고요.

아는 얼굴들 사이에서 몇 잔의 술을 나누고 몇 다발의 이야기를 풀어놓습니다.
하림 씨가 초대가수로 노래를 했고, 이주노동자 밴드 '스탑 크랙다운(Stop Crackdown)'이 공연을 펼쳤습니다.
늦은 밤, 추적거리는 날씨로 거리에는 한기가 가득했습니다.
추위에는 늘 사람의 품이 그립답니다.
몇 잔의 술과 몇 다발의 이야기, 그 사이에서 이주민의 꿈과 노래, 노동과 삶이 피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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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망명객

한국어 레벨 테스트 중인 이주노동자


지난 15일, 성동구청 3층 강당에선 성동외국인근로자센터(관장: 김준식) 한국어·컴퓨터교실 신입생 접수 행사가 열렸습니다. 이번 행사는 3월부터 시작되는 센터 새학기 신입생 접수뿐만 아니라 이들의 레벨 테스트와 반 배정도 겸한 자리였습니다.

국내 거주 이주민들은 대부분 기능적 문맹(functional illiteracy)인 상태에 놓여 있습니다. 기능적 문맹이란 사회생활에 불편함이 없을 정도의 읽기와 쓰기가 불가능한 상태를 말합니다. 이로 인해 이주민들은 일상생활뿐만 아니라 신문이나 방송 등 매스미디어 활용 면에서도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런 이주민들의 어려움을 돕고자 각 지역의 이주민 지역센터나 복지단체들은 이주민 대상 한국어 교실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대다수의 외국인노동자들은 어려운 노동 환경에 처해 있습니다. 임금체불이나 산업재해가 심심치 않게 발생하는 곳이 이들 외국인노동자들의 일터인 거죠. 열악한 노동 환경만이 아닙니다. 의료 서비스나 복지 서비스 등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기본적인 사회 공공 복지 서비스 앞에서도 이주민들의 피부색이나 국적, 기능적 문맹이 큰 어려움으로 작용합니다.

최근 '다문화'가 사회적 화두로 등장했습니다. 하지만 아직 우리나라의 '다문화'는 그 실체가 모호한 그 무엇일 뿐입니다. 학술적으로도 '다문화'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내려지지 않은 실정이죠. 학자들의 세계에서나 담론으로서의 다문화는 아직 그 한계를 지니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 속에선 다문화가 매우 구체적인 모습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이 땅에 살기 위해 이주민들은 지원단체나 복지단체의 문을 두드립니다. 일주일 중 단 하루, 일요일에만 진행되는 한국어와 컴퓨터 교육 과정에 많은 이주민들이 노동의 피곤한 몸을 이끌고 참가합니다. 이들의 꿈은 단 한 가지죠. 어서 한국어를 깨우치고 컴퓨터를 배워 더 나은 삶을 살겠다는 소박한 꿈. 저 먼 나라에서 한국으로 들어올 때부터 품었던 그들의 꿈은 오늘도 이어집니다.


Posted by 망명객

2월의 첫날, 약 스무 명 가량의 사람들과 언어의 벽을 깨고자 노력했습니다.

자국어로 컴퓨터를 이용하고자 하는 여러 이주민들. 몽골, 중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미얀마,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윈도우에서 기본적으로 제공하는 국가 및 언어 옵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모르는 사람들이 많답니다. 물론 미얀마어는 따로 폰트를 설치해줘야 합니다.

초짜 컴퓨터 선생의 실수가 이어집니다. 미리 참석 예상 국가의 언어를 조사했습니다. 방글라데시와 파키스탄이 벵골어를 사용한다더군요. 물론 윈도우에선 벵골어(인도)를 지원합니다. 그래서 걱정 없이 교육에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윈도우에서 제공하는 벵골어는 방글라데시와 파키스탄에서 사용하는 벵골어와 다르더군요. 1월의 마지막 날에 벵골어 관련 영어 웹페이지들을 뒤져보니 폰트가 다양하던데, 어족이 같아도 쓰는 법이 틀리면 어쩔 수 없나 봅니다.

두 명의 방글라데시 출신 친구와 한 명의 파키스탄 출신 친구에게 연신 미안하단 이야기만 꺼내야 했습니다. 결국 제 준비가 모자랐던 탓이니까요. 이들 국가와 그들의 문화에 대한 무지함의 소산이었습니다.

선진국 중심의 국제 정보 질서가 우리에게 지리적·인종적 색맹을 안겨다 주었습니다. 물론 국내 매스 미디어들의 한계가 엄연히 존재했던 게 사실입니다. 국력 신장과 더불어 우리의 시선으로 세계를 바라보려는 시도가 꾸준히 늘고 있죠.

그렇다면 우리 안의 타인으로 살아가고 있는 이주민들은 어떨까요? 우리에게 동남아시아는 단순히 못사는 나라, 자연 재해가 많은 나라, 가까운 여행지일 뿐일까요? 언어적 한계가 있지만 그들도 생존과 관련된 정보를 갈구하고, 우리나라 매체를 통해 자국 소식을 듣길 원합니다.

지난 학기부터,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컴퓨터 교육의 일환으로 블로그 활용 교육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생전 처음 컴퓨터를 만져보는 사람도 부지기수입니다. 기초 과정에선 클릭과 더블클릭, 이메일 활용 등 아주 초보적인 교육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물론 상급반에선 워드나 엑셀 등 오피스와 플래시 등을 교육하기도 합니다.

2월의 첫날 열린 컴퓨터 자국어 활용 특강. 교육이 끝나고 몇몇 분들과 저녁식사를 하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자기네 국가의 역사나 문화를 너무 모른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분들에게 블로그를 통한 소통을 강조했습니다. 여러분의 출신국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단 이야기로 이들의 블로그 활동을 독려했습니다. 앞으로 이주민들의 블로깅을 지속적으로 독려할 생각입니다. 때론 문법에 맞지 않는 한국어로, 때론 전혀 알아볼 수 없는 글자로 이들의 블로그가 채워질 겁니다. 아울러 블로그스피어도 더욱 풍성해지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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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동외국인근로자센터에서 성인 대상 컴퓨터 교실 교사를 하실 자원봉사자를 모집하고 있습니다.
컴퓨터 전공자나 전문가가 아니어도 상관 없습니다.
단지 자신이 알고 있는 걸 나누고자 하는 마음만 있으면 됩니다.

자세한 안내문은 여길 눌러보세요.
참, 댓글로 문의하셔도 됩니다. ^^;;;

Posted by 망명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