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7일, 이주민 대상 컴퓨터 워드 수업을 끝낸 후, 학생들이 내게 건넨 조그만 선물 안에는 지갑이 들어 있었다. 5월 15일이 스승의날이라며 워드반 학생들이 십시일반으로 구입한 선물이란다. 누군가를 가르쳐서 돈을 받아본 적은 있지만, 내 가르침을 받은 사람에게서 이런 선물을 받아보긴 처음이다.
선생님. 그 짧은 세 음절의 단어는 내겐 너무 가벼운 단어였다. 첫 직장에서도 동료들 간 호칭은 선생이었다. 누굴 가르치지 않고도 선생이 될 수 있단 사실을 그때 처음 깨달았다. 회사에선 처음 말을 꺼내는 사람들에겐 무조건 선생이란 호칭을 갖다붙였다. 그렇게 난 **선생으로 불렸었다.
물론 '선생'이란 단어에는 경어의 뜻이 담겨져 있기에, 누구를 높일 때는 선생이란 호칭을 쉬이 사용하곤 한다. 하지만 내겐 선생은 교단 위에서 누군가를 가르치는 이를 지칭하는 용어였다. 그간 이주민 학생들에게 선생보다는 친구로 다가서고 싶었다. 어차피 그들도 성인인 이상 가르친다는 의미는 일방향적이지 않고 쌍방향적일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선물의 위력인지 모르지만, '선생'과 '선생님'이란 단어의 의미가 무겁게 다가온다.
아직은 우리말이 서툰 워드반 학생들. 그들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그저 내가 아는 걸 나누는 것일 뿐이다. 그 이상 해줄 수 있는 건 그리 많지 않다. 늘 블로그를 통해 그들의 말문을 열게 해주고, 그들이 좀 더 편하게 인터넷과 컴퓨터를 다룰 수 있도록 돕는 역할. 그 역할에도 선생님이란 호칭을 붙여주며 스승의날 선물까지 챙겨주는 이 친구들을 나 또한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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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된 옛 지갑을 바꿀 때가 됐다.
누구의 눈썰미인지 모르지만 난 고마운 마음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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