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메일 계정 생성(야후 메일)
- 동남아시아(인도네시아, 필리핀, 베트남)와 몽골 출신자들의 야후 메일 이용 빈도 높음
- 모국과의 커뮤니케이션 툴로 야후 메신저 이용
- 비밀번호 분실 주의

2. 반별 커뮤니티로서 페이스북 활용
- 인도네시아 모국의 페이스북 열풍
- 중국인들은 QQ 중심
- 중국과 베트남 등 일부 국가는 정책상 페이스북 접속 차단 중
- 우즈베키스탄 등 일부 국가 출신자들은 Hi5 이용
- 국내 거주자 중심의 SNS 운영 필요
- FACE북 계정 생성과 기본 운영안 지도, 센터 커뮤니티 페이지 가입 유도
- 비밀번호 분실 주의

3. I-PIN 발급 교육
- 국내 웹사이트 가입을 위한 I-PIN 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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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망명객
이 대통령 “다문화 가정에 대한 인식 성숙해져야” (데일리경제, 20100726)

공자는 "先行其言 而後從之(선행기언 이후종지)"라며 실천 없는 말의 허무함을 경계하라고 했다. 언행일치를 강조한 공자의 이야기에서 행동을 추동하는 말의 힘이 새삼스럽다. 군자까지는 아니어도 사회 지도층이라면 의례 말의 무거움을 깨달아야 한다. 정치권의 입놀림이 동네 양아치보다 못한 판국에 이 땅의 도를 따지는 건 사치에 가까운 일인지도 모른다. 

이 대통령이 다문화 가정과 이주노동자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이 더욱 성숙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혼이민자와 그 자녀들 그리고 이주노동자들이 흘리는 눈물이 멕시코로 이주한 '애니깽' 선조들과 파독 광부와 간호사들이 흘린 눈물과 같다고 했다. 대통령이 며칠 전 벌어진 베트남 신부 살해사건을 언급하며 꺼낸 이야기다. 

법무부와 경찰청은 지난 5월 초 G-20 정상회담의 안정적 개최를 목적으로 6월부터 8월까지 미등록자에 대한 강력한 합동단속과 출국지원 프로그램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외노협과 이주인권연대 등 이주민 관련 단체들이 이는 기만행위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현재 이주민 주거 밀집 지역에선 대대적인 단속이 벌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은 이주민의물 이야기를 꺼냈다. 국가 수반의 발언에 대한 행정부의 사후 대처가 궁금해진다. 

미등록 이주민을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국가는 누가 뭐래도 인권적으로 후진국이다. 대규모 국제 행사를 앞두고 대대적인 사회정화 사업을 진행하는 건 사회 통합에도 걸림돌이다. 법치를 위한 단속이 아니라 법치를 위한 인도적 차원의 제도 개선과 개도 작업이 필요하다. 

대통령의 발언이 공허한 립서비스로 끝나면 안 된다. 대통령의 말은 그 책임과 권한만큼이나 파급력이 크다. 법치와 도를 위해서라도 대통령의 이야기가 현실 세계에서 발현되길 기대해본다. 


************* 관련 기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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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장의 쎈놈

다문화사회 : 2010. 7. 13. 01:57

월드컵이 끝났다. 저 멀리 아프리카 대륙에서 초대형 스포츠 이벤트가 벌어지는 동안 난 성동구의 한 구석에서 아프리카 출신 친구를 얻었다. 

 

검은색 피부에 안경 뒤 눈빛이 도드라진 그는 11살 소년이다. 그와 난 외국인근로자센터 지하에서 처음 만났다. 호기심이 가득한 얼굴로 조심스레 지하 공간을 찾은 그 친구의 얼굴엔 유난히 호기심이 가득했다. 노트북 화면 너머로 소년에게 말을 붙여본다. 

 

"안녕!"

 

가뜩이나 큰 소년의 눈망울이 더 커졌다. 낯선 이에 대한 그의 경계심이 흡사 길잃은 강아지의 그것과 닮았다. 공간 곳곳을 둘러보던 소년이 책 한 권을 손에 집었다. 앉을 것을 권하는 내 이야기가 소년의 시선을 빗겨간다. 우리 두 사람 사이에 언어적 경계가 놓여 있는 듯했다. 쓸데없는 오지랖이 발동한다. 난 벽면을 장식한 세계지도 앞으로 소년을 이끌었다. 소년의 눈 앞에서 내 손가락이 내 가슴 위와 도면 위 한반도를 오간다. 내 행위를 바라보던 그의 시선이 자기 키 높이에 위치한 남아프리카공화국 위에 쏠린다. 

 

"사우스아프리카?"

 

"거기 아니에요. 아비장이에요."

 

정확한 한국어 발음에 놀라, 난 소년의 이야기를 놓쳤다. 그의 손가락이 남아공 동쪽과 인도양 사이에서 길을 잃었다. 되물음에 소년은 명확한 발음으로 자신의 출생지를 강조했다. 

 

"아! 비! 장!"

 

'아비장'이라. 소년의 손가락이 길을 잃은 지점을 훑어보지만, 불친절한 세계전도 위에 그의 출생지는 없었다. 어색한 침묵으로 빠지려던 찰나, 소년의 모국어가 궁금했다. 

 

"불어 쓰니?"

 

"예, 불어 써요."

 

"꼬망딸래브, 메르시보꾸"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머금고 소년에게 불어 몇 마디를 붙여본다. 

 

"한국 사람들 불어 발음은 늘 엉망이에요."

 

이 녀석, 당돌하게도 면전에서 면박을 준다. 그래도 괜찮다. 어느새 그의 경계심이 느슨해졌기 때문이다.

 

다시 노트북 앞으로 돌아와 '아비장'을 검색한다. 네이버는 '아비장'이 코트디부아르의 경제 중심 도시라고 알려준다. 소년의 고향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북쪽으로 몇 개의 국가를 관통한 뒤 다시 대륙의 서쪽으로 달려 기니만에 인접한 곳이었다. 아프리카의 축구 강국인 코트디부아르가 소년의 고국이다. 출신지를 묻는 질문에 국명이 아닌 도시명으로 대답한 이 친구의 의도가 궁금했다. 

 

"여기 혼자 왔어? 엄마나 아빠는?"

 

"엄마는 치료받고 있고 아빠는 죽었어요."

 

소년의 무덤덤한 답변에 어찌 반응해야 할 지, 난 당황했다. 

 

"아빠는 총 맞아서 죽었어요."

 

뭐라 말을 해줘야 하는 건가. 도대체 이 친구는 무슨 사연으로 이역만리의 땅에서 타국어를 자연스레 구사하는 것일까. 내 당혹감과는 상관 없이, 소년이 내게 물음을 던졌다.

 

"아저씨, 쎈놈 알아요?"

 

쎈놈이 뭐냐는 되물음에 학교 친구들 사이에서 '쎈놈'이 인기가 있다는 종잡을 수 없는 대답이 이어졌다. 소년이 네이버에서 '쎈놈'을 검색해보란다. 동영상 몇 개가 검색결과창에 올랐다. 어느새 내 노트북의 주도권은 소년에게로 넘어갔다. 집에 있는 컴퓨터가 고장났다는 소년을 야박하게 대할 생각은 없었다. 

 

"학교 친구들이 잘해줘?"

 

"에이, 아시잖아요. 학교에 친구 없어요."

 

심드렁한 소년의 답변이 노트북 화면 위 동영상의 비속어만큼 현실감 있게 다가선다. 

 

몇 개의 동영상 클립이 재생되는 동안, 난 소년과 계속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질문과 귀찮음 가득한 답변이 오갔다. 4살 때 처음 한국에 들어와서 11살이 되기까지, 소년이 겪었을 모든 것을 알기에는 꽤나 모자란 대화였다. 귀찮다 못해 기계적이기까지 한 답변. 이 어린 친구는 몇 번이나 같은 질문을 받았을까. 이 친구의 신산한 삶은 동일한 질문의 반복 과정이었을 것이다. 앞으로도 끝을 알 수 없는 되물음과 반복적인대답이 소년의 앞에 놓여 있는 게 아닐까. 내 옆 자리에 앉은 소년의 삶이 내 머릿속에 폭 넓은 궤적을 그린다. 

 

소년의 어머니가 소년을 찾아왔다. 긴 원피스를 걸친 그녀의 당당한 체격에서 난 기품을 읽었다. 단, 그녀의 어딘가에서 서글픔이 뿜어져 나왔다. 자기 아들과 놀아준 내게 감사의 인사를 건넨 그녀가 소년의 손을 잡고 지하실을 나선다. 모자의 뒷모습 뒤로 프랑스어 특유의 '붕붕'거림이 계단을 따라 지상으로 멀어진다. 

 

난민 신청 접수가 받아들여지지 않아 이들 모자가 꽤나 고생스럽게 살고 있다는 게 센터 직원의 설명이다. 이어 당문간 격주 간격으로 어머니의 치과 치료를 위해 센터를 찾을 수밖에 없다고 센터 직원은 설명했다.

 

 

<Child Soldier in the Ivory Coast, Africa>

 

코트디부아르는 1893년 프랑스 식민지가 됐다. 1957년 자치정부 수립 이후 1960년 완전 독립을 이룬 이 나라에서는 지난 2002년부터 5년 동안 이슬람 세력과 기독교 세력 간 내전이 벌어졌었다. 초콜릿의 원료인 코코아 수출대금이 전쟁자금으로 이용됐다. '피의 초콜릿'(blood chocolate)이란 말은 여기에서 유래한다. 국제노동기구(ILO)는 12~14세의 어린이 28만여 명이 카카오 농장에서 인신매매와 혹사, 강제노동에 시달리고 있다고 지적한다. 코트디부아르 출신 프랑스 소설가 아마두 쿠루마의 작품 '열두살 소령'은 내전에 휩싸인 코트디부아르, 라이베리아 시에라리온 등 서부 아프리카에서 어른들의 싸움판에서 죽어가는 소년병들의 모습을 묘사한다. 아비장은 코트디부아르의 옛 수도로 경제적 중심지이다. 현재까지 실질적인 수도 기능을 담당하고 있는 아비장이 내가 만난 모자의 고향이다. 

 

축구 강국으로만 알고 있던 코트디부아르. 그 신산한 역사를 서울의 한 구석에서 읽고 있단 사실은 참 서글픈 일이다. '아비장의 쎈놈'이 월드컵 이면에 가려진 아프리카의 비극을 일깨웠다. 

 

 

 

 

이 글은 스프링노트에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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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어느 곳이나 지역에 거주하는 이주민들이 시나브로 늘어났다. 다문화가 시대적·사회적 화두로 제시되고 있지만, 정작 중요한 건 다문화 발화 주체들 모두가 각자의 입맛에 맞게 '다문화'를 상정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민관 나눌 것도 없이 다문화와 다문화 현상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빨리 이뤄져야 한다.

지난해 말 새롭게 개정된 정부조직법에 따라, '여성부'가 가족과 청소년 업무까지 맡아 '여성가족부'로 새롭게 출범했다. '여성가족부'는 결혼이주여성 문제뿐만 아니라 다문화가정에 관한 업무까지 담당하게 된다. 다문화가정 청소년 업무도 여성가족부 해당 업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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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동외국인근로자센터에서 자원봉사를 하다 보니, 센터를 관장하는 지자체 해당 부서가 '지역경제과'란 사실이 의아했다. 담당 공무원의 이야기로는, 이주민들이 해당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지역경제과가 센터 사업 지원을 담당하고 있단다. 대부분의 지자체가 이주민 문제를 지역 복지의 차원으로 접근할 때, 성동구는 지역경제의 차원에서 이주민 문제에 접근하고 있다. 이주민을 소외계층으로 분류할 때 이주민 문제는 복지 차원의 문제가 된다. 하지만 이주민을 경제주체로 바라볼 때 이주민 문제는 곧 지역경제의 이야기가 된다.

성동구의 지원으로 성동외국인근로자센터 지하에 '다문화카페'가 마련됐다. 센터 지하 공간은 지역민들의 체력단련을 위한 헬스장이었다. 최근 몇 개월 동안 방치돼 있던 공간이 다문화카페로 탈바꿈했다. '다문화 체험관', '다문화 도서관', '다문화 음악 카페', '다문화 정보화실'을 갖춘 '다문화카페'는 센터를 이용하는 지역 이주민들에게 사랑방 구실을 하게 된다.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 이야기가 따르고 인적물적 자원들이 교환된다. 방과 후 센터에서 시간을 보내는 다문화가정 아이들, 일요일마다 센터를 찾는 이주민들에게 카페는 휴식의 공간과 교육장이 될 예정이다. 나? 내게 다문화카페는 사람들과 차 한잔 나눌 공간이다.


꼬랑지 - 김마담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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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학기가 끝났다. 이주민을 대상으로 펼친 지난 18주 동안의 한국어와 컴퓨터 교육이 모두 끝났다. 매 학기가 그렇지만, 학기의 끝에는 늘 발표회가 있다. 이주민들의 노래와 춤, 자작시와 편지가 무대 위에 오른다. 18주 동안 진행한 교육은 관계와 관계가 익어가는 시간이다. 한국어나 컴퓨터 지식은 관계를 익히는 하나의 요소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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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교실 자원봉사자인 남춘호 선생이 지난 학기 초에 담근 술을 발표회 뒷풀이 시간에 개봉했다. 술이 익는 시간 동안 자원봉사 선생님들 사이, 자원봉사자와 이주민 교육생 사이, 교육생과 교육생 사이에도 정이 익어갔다. 새학기는 3월부터 시작한다. 누구는 다음 학기에도 센터에서 마주할 수 있지만, 또다른 누구는 자리를 비우게 된다. 든 자리보다 난 자리가 더욱 티나는 법이지만 새로운 얼굴들이 난 자리를 채워갈 것이다. 술은 다시 익을 것이고, 그만큼의 정이 다시 쌓일 것이다.

오늘의 발표회를 위해 지난 한 학기 동안 수고하신 모든 분들이 활기찬 새학기를 맞이하길 빈다.


꼬랑지 - 교육이나 상담 자원봉사에 관심 있으신 분들은 성동외국인근로자센터 홈페이지를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컴퓨터 교사 자격은 윈도우XP와 이메일을 활용하실 수 있는 분이면 누구나 가능하답니다. 물론 매주 일요일 정해진 시간에 시간을 내실 수 있는 분으로요. ^^;



Posted by 망명객


잠시 들른 강릉 경포해수욕장 백사장 위로 눈밭이 펼쳐져 있었다. 가족 또는 연인과 함께 바닷가를 찾은 이들은 눈과 모래 그리고 파도가 연출하는 장면에 감탄사를 늘어놓을 수밖에 없었다. '겨울 바닷가'란 단어의 조합이 안겨주는 쓸쓸함은 경포해수욕장에선 찾아볼 수 없었다. 유명 관광지들이 그렇지만, 백사장 뒤켠으로 늘어선 횟집들은 아침부터 손님 맞이 준비로 부산스러웠다. 여름철만큼은 아니겠지만, 겨울 해수욕장을 찾는 이들이 많다는 이야기겠지.




기상상태로 요 며칠 동안 어선들이 조업을 못해 곰치는 횟집 현수막에만 존재하는 음식이었다. 횟집 사장님은 일행에게 생태찌게를 권했다. 방금 들어온 신선한 생태가 있다며 직접 생물을 보여주는 사장님의 적극성을 뒤로 하고 우리 일행은 도로묵찌게를 아침식사 메뉴로 선택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생태찌게는 인사동 골목의 부산식당에 있기에. 알찬 도로묵이 찌게 냄비에 가득 담겨 있었다. 경포대해수욕장이 내려다 보이는 횟집 2층 창가는 찌게와 쌀밥의 열기로 따뜻했다.




경포해수욕장 백사장에 일렬로 늘어선 나무 흔들의자는 지난 여름의 열기를 머금고 있을 줄 알았다. 사랑의 서약을 남겨 놓은 연인들, 가족의 건강을 비는 어머니, 영원히 우정 변치말자는 친구들, 그 사이에서 낯익은 이름이 보였다. '미누'. 사람들의 염원 사이에서 '미누야 보고시퍼♡'라는 글귀가 눈에 띄었다. '뭐 하는 놈 눈에는 뭐밖에 안 보인다'고 하더니, 지난 10월 자신의 뜻과 무관하게 네팔로 돌아간 미누의 이름이 경포해수욕장 한 켠에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미누의 몸은 히말라야를 품고 있는 네팔에 있지만, 그의 친구들은 지금도 이 땅에서 그를 그리워한다.

미누 이 친구, 참 복 받은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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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누 관련 글>

○  내 친구 '미누'
○  한 이주민과의 면회
○  미누에게 주어지는 공로패
○  스탑크랙다운 6주년 기념 공연 '미누야~ 보고싶다!'



Posted by 망명객

이주노동자밴드 스탑크랙다운이 6주년 기념 공연을 갖습니다.
공연 제목은 지난달 강제 추방된 미누를 위해 '미누야~ 보고싶다!'입니다.

오늘이고요~!
장소는 합정 근처 '요기가 갤러리'입니다.


   일시 : 11/28(토) 6시~10시

   장소 : 합정역 부근 요기가 갤러리 (3141-2603)   http://yogiga.com 에서 
    내용 :  스탑크랙다운(이주노동자밴드) 6주년 기념공연과 
    다른 예술인의 합동공연이 있습니다.

    입장은 무료구요~ 술과 안주가 있어요~^^ 
   수익금은 단속중 부상당한 이주노동자들의 치료비로 사용됩니다~ 

   출연팀 :

        (1) 춤추는 소라-라무-
        (2) 정민아-가약금

        (3) 레인보-버마밴드

        (4) 티백 가수 카락뺌

        (5)
캐비넷 싱얼롱즈(Cabinet Singalongs)

        (6) 요기가 표현 갤러리 이한주 사장님(기타연주)

        (7) 연영석

        (8) 꽃다지

        (9) 배꼽(푸른꿈 고등학교 밴드)

       (10) 뭐라도팀과 스탑크랙다운밴드



Posted by 망명객
이주민 '미누'를 아는 사람이 꽤 늘었다. 그의 이름을 정확히 기억하진 못하지만, 장기 체류 이주민에 대한 강제 추방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음을 인지하는 이들이 늘어났다. 끝까지 싸우겠다던 미누, 그래서 갑작스런 그의 강제출국 명령이 황망하기만 했다. 모두들 그랬다. 금요일 저녁, 두 통의 문자가 술자리 테이블 위에 놓아둔 내 휴대전화기를 울렸다.

'미누, 금일 저녁 강제출국'

'**씨 단속 걸려서 목동출입국사무소에 있답니다'

한 사람의 이주민이 타의에 의해 고향으로 돌아갔고, 또다른 이주민 역시 타의에 의해 고향으로 돌아가게 될 것 같다는 내용이 문자 두 통의 전문이다. 단속 사유이자 추방의 이유가 된 것은 불법체류. 불법과 합법의 경계 사이에 서 인간의 체류 조건을 한정 짓는 것이 가당키나 한 일인가.

보호소의 간판을 단, 교도소나 다름 없는 곳 안에서 전화기를 통해 부른 미누의 편지는 꽤나 많은 이들을 울렸다. 유통기한이 정해진 상품에 자신의 처지를 빗댄 그는 아름다운 품성을 지닌 이였다. 김치에 삼겹살, 소주 한 잔 곁들이고 싶다던 그는 지금 네팔에서 김치와 삼겹살을 먹고 있다.


출처 : 프리미누


그런 미누에게 공로패가 주어진다. 미누만큼 황망해하던 친구들이 이주노동자의 인권 신장과 한국사회의 다양성 확산을 위해 기여한 그의 공로에 대해 작은 감사를 표하는 것이다. 마음까지 보듬지는 못하더라도 작은 감사패 하나가 미누에게 위안이 됐으면 좋겠다.
(이미 한국에서의 공로패 전달 행사는 진행된 후다. 네팔에 가는 친구 편에 다음달 초 미누에게 공로패가 전달될 예정이다.)


미누의 사례는 이슈와 이슈의 타래 속에서 그대로 묻어버리기에는 너무 아깝다. 수유너머N이 '이주노동자와 희망의 정치학'을 주제로 이달 24일부터 4주 동안 특별강의를 진행한다. 이달 28일에는 리더를 잃은 스탑크랙다운'이 6주년 기념공연을 펼친다.


<수유너머N 특별강의 '이주노동자와 희망의 정치학'>



1강.(11.24) 한국 사회와 이주노동자 (조원광)

2강.(12. 1) 이주노동자와 환대의 윤리 (최진석)

3강.(12. 8) 이주노동자와 가시성의 정치학 (정정훈)

4강.(12.15) 이주노동자와 다문화주의 (변성찬)


강좌회비: 5만원

시간: 화요일 저녁 7시 30분



<이주노동자밴드 '스탑크랙다운' 6주년 기념 공연>



일시 : 11월28일(토) 오후 6시~10시

장소 : 요기가 갤러리 (3141-2603)   http://yogiga.com

입장료 :  무료




연말을 맞아 불법체류 이주민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이 이뤄지고 있다. 단속 대상인 이주민, 이들을 채용한 업주, 단속의 주체인 출입국관리사무소가 벌이는 숨박꼭질, 그 사이에서 가해자와 피해자를 구분짓는 건 자못 무의미하다.

그 누구도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고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 누구도 불법이란 딱지를 받지 않았으면 좋겠고 자유로웠으면 좋겠다. 그게 미누에게 전달될 공로패에 담긴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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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망명객

가을 월미도

다문화사회 : 2009. 10. 19. 19:19
요즘, 밤마다 천둥번개를 동반한 비가 내리곤 하더군요. 원래 가을 날씨가 이랬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짧아진 봄, 여름날의 국지성 집중호우, 가을밤의 천둥번개, 따뜻한 겨울까지 이상기후의 조짐이 여기저기에서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일요일, 전 성동외국인근로자센터 컴퓨터 교육생들과 함께 월미도로 짧은 가을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매 학기 1회씩 센터 각 반은 단합대회 성격의 사랑방 모임을 진행합니다. 동인천행 급행열차와 버스를 이용해 도착한 월미도는 지난 세기말에 찾았던 월미도가 아니더군요. 관광지구 한 켠에는 아직 놀이시설 공사가 한창이었고 월미도 관광 모노레일 설치 공사도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성동외국인근로자센터 컴퓨터 중급워드반


저와 선생님 한 분, 그리고 몽골에서 오신 바야라씨와 그 친구분까지 네 명이 함께 월미도로 출발했죠. 김포에 거주하는 인도네시안 친구 3명과 지각생 친구들은 뒤늦게 월미도로 찾아왔습니다. 월미도 주변을 돌면서 후발대 친구들을 기다리는 동안 바야라씨가 막걸리 한 병을 사오더군요. 몽골 마유주와 비슷하다고 바야라씨는 막걸리를 좋아한답니다. 속속 친구들이 도착한 뒤에야 저희 일행은 늦은 점심식사를 할 수 있었습니다. 메뉴는 대하 소금구이와 바지락 칼국수. 소주와 맥주가 반주로 등장했죠. 올해 가을에도 어김 없이 전 대하구이를 먹을 수 있었습니다. ^^v


아마드씨가 폰카로 찍은 대화 소금구이와 소주 한잔


가을 햇살 아래 영종도에선 종착지를 알 수 없는 비행기가 떠오릅니다. 연인과 친구, 가족 단위의 관광객들이 늦은 오후의 월미도를 채웁니다. 월미도하면 역시 놀이기구를 빼놓을 수 없겠죠. 디스코와 바이킹은 지난 세기말과 똑같았습니다. 제 친구 무하마드는 바이킹 후유증을 심하게 앓더군요.

맛난 음식과 여유를 즐긴 일요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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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는 차가웠지만 가을 볕은 뜨거웠다. 경기도 화성을 향하는 승용차 안, 나의 뇌가 부족한 아침잠을 호소했지만 차창으로 쏟아지는 가을 볕이 내 두 눈을 가만히 놓아두지 않았다. 누렇게 익어가는 가을 들녘이 전방에서 사선 방향으로 달려와 다시 뒷방향으로 멀어져 갔다. 끊임 없는 들판이 이어진 곳, 그 한 켠에 우리의 목적지 '화성 외국인보호소'가 모습을 드러냈다. 


보호소 건물은 그리 높지 않았다. 건물의 전면부에선 흡사 동사무소와 같은 친근함과 아담함이 느껴졌다. '법과 질서의 확립'이라 쓰인 현판이 건물 외관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었다. 구호 하나로 건물 전체가 법치의 위압감을 풍기는 듯했다. 평행한 천칭저울이 그려진 법무부 깃발이 높은 가을 하늘 아래 펄럭이고 있었다. 우리는 오늘 이주노동자방송국(MWTV) 활동가 미누의 면회를 위해 이곳을 찾았다.


좁은 면회소 복도에는 각 면회실에서 쏟아져 나온 다국어가 흘러 넘쳤다. 2번 면회실의 흐릿한 창 너머, 어두운 코발트블루 바탕에 검은색 줄무늬 두 줄이 그려진 상하의 운동복을 입은 미누가 나타났다. 늘 웃는 얼굴의 미누와 반가움의 짧은 인사를 나눈 후 면회 신청자들은 모두 할 말을 잊은 듯했다.


"잘 지내요? 지낼 만 해요?"


"우리 모두 잘 지내요. 식사는 잘 하고 있죠?"


짧은 물음에 대해 미누는 꽤 긴 대답을 이어갔다. "괜찮다" "지낼 만 하다"는 게 대답의 요지였다.  그의 대답 후에는 늘 정적처럼 시간이 멈춰섰다. 그럴 때마다 곧 계면쩍은 웃음이 정적을 깨곤 했다. 20분이란 면회시간이 그리 긴 시간일 줄이야. 면회 신청자와 대상자 사이에 놓인 유리 한 장은 공간뿐만 아니라 시간까지 구획짓고 있었다. 이쪽의 시간이 더디게 흘렀다면 미누가 있는 공간의 시간은 너무나 빨리 흘러갔다.


잘 지낸다는 미누의 이야기에 우리 일행은 힘 내라는 응원의 메시지로 화답했다. 미누에게 난 웃는 얼굴만을 보여줬다. 나중에 술 한잔 나누자는 이야기가 혀 끝에 맴돌았다. 하지만 난 끝끝내 그 이야길 전하지 못했다. 면회실을 나서는 내 뒷덜미에 천근같은 후회가 밀려왔다. 면회소를 나서며 뒤돌아 보니, '웃는 얼굴 밝은 미소'라 쓰인 구호가 면회소 대기실 입구 위에 붙어 있었다. 면회 대상자에게 밝은 미소를 보여달라는 보호소 측의 의도는 면회소를 나서는 이들에겐 허탈한 웃음의 대상일 뿐이었다.


보호소 건물 밖, 제부도 앞바다에서 달려온 바람이 둥그렇게 모여선 일행 사이로 계통을 잊은 채 흩어졌다. 가을 해는 어느덧 바람이 진행해온 방향의 지평선과 예각을 이루고 있었다. 바람이 달려가는 방향에선 육중한 철문이 호송용 버스 두 대를 집어삼키고 있었다. 우리 일행 역시 같은 방향으로 귀가의 발걸음을 옮겨야 했다.


서울로 돌아오는 승용차 안, 가을 볕이 내 뒷통수를 달군다. 머리 위에서 햇볕 냄새가 퍼질 것만 같았다. 미누는 다시 이 땅에서 햇볕 냄새를 풍기거나 바람의 방향을 가늠할 수 있게 될까. 법치의 준엄함 아래에서 약한 인연의 고리가 고개를 치켜든다. 법과 제도란 틀이 그 누구에게 상해를 입히거나 물질적 손실을 끼친적도 없는 한 인간의 사회적 토대를 뿌리채 뽑아버리려 한다. 무려 18년 가까이 쌓아온 토대였다. 인간과 제도의 대립 관계에서 늘 아프고 다치는 건 늘 인간 개개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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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망명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