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시잭슨과 번개도둑
감독 크리스 콜럼버스 (2010 / 캐나다, 미국)
출연 로건 레먼, 피어스 브로스넌, 우마 서먼, 케빈 맥키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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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물 중 최악의 영화. 
신화의 틀 속에 스토리나 영상이 묻혀버렸음. 
땅굴을 팠지요~!


반두비
감독 신동일 (2009 / 한국)
출연 백진희, 마붑 알엄, 이일화, 박혁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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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불편한 영화.
그러나 뭔가를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
문제는 반MB 정서에 맞춘 미장센과 대사들이 스토리 흐름을 블랙코메디로 변질시켰다는 것.
아마추어 정서~ ㅋ


그린존
감독 폴 그린그래스 (2010 / 프랑스, 미국, 스페인, 영국)
출연 맷 데이먼, 그렉 키니어, 브렌든 글리슨, 에이미 라이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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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맷이~ 완벽한 아저씨가 되어버렸다. 슬펐다.
극장을 나서면서, 먼 훗날 천안함 사건이 스크린으로 재연될 수도 있겠다는 확신을 가져본다.







Posted by 망명객
에반게리온 : 파(破)
감독 안노 히데아키, 마사유키, 츠루마키 카즈야 (2009 / 일본)
출연 오가타 메구미, 하야시바라 메구미, 미야무라 유코, 사카모토 마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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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의 옛 TV판을 다시 돌아보게 만든 작품.
여전히 어렵다능?


셜록 홈즈
감독 가이 리치 (2009 / 영국, 오스트레일리아, 미국)
출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주드 로, 레이첼 맥아덤즈, 마크 스트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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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편을 기대하게 만든다능...


나인
감독 롭 마셜 (2009 / 미국)
출연 다니엘 데이 루이스, 니콜 키드먼, 페넬로페 크루즈, 마리안 꼬띠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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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캐스팅, 감각적인 영상과 음악이 지루한 스토리 전개에 묻혀버린 작품.
바람난 유부남들에게 조강지처들이 권해야 할 영화.


전우치
감독 최동훈 (2009 / 한국)
출연 강동원, 김윤석, 임수정, 유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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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원의 강동원에 의한 강동원을 위한 영화.
수정님 보거 갔다가 강동원을 다시 보게 됐다고나 할까.


아바타
감독 제임스 카메론 (2009 / 미국)
출연 샘 워싱턴, 조이 살디나, 시고니 위버, 스티븐 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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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 시대를 연 기념비적 작품으로, 이 영화는 영화사에 길이 남을 것임!
오로지 기술적인 면에서...




Posted by 망명객
연초에 책 두 권을 읽다. 강준만 교수의 '전화의 역사'와 수디르 벤카테시 교수의 '괴짜 사회학'. 학자들이 쓴 책이라는 공통점이 있으나 문헌연구와 민속지학이라는 접근법의 차이점을 갖고 있는 두 책은 내게 공부의 의미를 되묻는다.


대중문화연구자로 자신을 규정하는, 강준만 교수의 '전화의 역사'는 일반 대중서를 넘어 국내 언론史에 관한 입문서로도 충분히 활용가능한 책이다. 개화기 이후부터의 언론사라 하면 흔히들 '한성순보'나 '독립신문'으로 시작해 신문의 역사를 충실히 다루는 편이다. 기술의 역사가 일천한 면도 있겠지만, 신문을 제외한 매체들이 언론사에 등장하는 건 '국내 최초'라는 수식어를 달 때뿐이다. 그나마 전화나 전신의 역사는 근대신문의 등장 이후에는 언론사의 변경이나 그 너머에 위치한 문제였다. 근대 이전의 언론사에선 '저보'나 '보부상'에 의한 커뮤니케이션 형태가 언급되지만, 근대 이후의 언론사에선 신문 형태와 내용의 변화사가 학계의 주류적 위치를 점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전화의 역사'는 근대 한국언론사의 변경에 위치했던 '전화'란 통신 수단을 매체사나 언론사의 위치에 복권시킨 저작이라 할 수 있다.

강준만 교수의 철저한 문헌작업에 다시 한 번 혀를 내두르게 된다. 물론 그의 저작 대부분이 철저한 문헌작업에서 비롯된 산물들이다. 책 뒤편에 실린 방대한 참고문헌은 늘 나를 주눅들게 만든다. 역시 게으름은 인류 최대의 적이다.


전화의 역사
카테고리 역사/문화
지은이 강준만 (인물과사상사,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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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럼비아 대학교의 사회학 교수인 수디르 벤카테시 교수의 '괴짜 사회학'(원제 : Gang Leader for a Day)은 내 기준으로 분류하자면 대중서의 형식을 취한 민속지학 매뉴얼이다. 빈민연구에 대해 관심을 갖은, 시카고대학의 사회학 박사과정생이던 그가 시카고 최대 빈민지역인 로버트 테일러 홈스에서 10여 년 간 참여관찰한 내용이 이 책을 채우고 있다. 전형적인 중산층 출신인 벤카테시가 악명 높은 흑인 빈민지역의 인물들을 관찰한 내용은 그 자체가 하나의 흥미진진한 이야깃거리다.

이 책에서 벤카테시는 자신의 연구 대상자들과의 관계에 대해 고민했고 그들의 입을 통해 얻어야할 자료에 대해 조사심쳤으며 연구자와 참여자의 사이에서 방황하고 고뇌한다. 10년이라는 짧지 않은 참여관찰은 그가 갱단의 지하경제에 관한 연구로 신진 사회학자로서 얻게 된 명성을 뒷받침하게 됐지만, 결국 그는 자신이 빈민공동체의 부정수익자들 중 한 사람이었다고 자백한다.

민속지학에서 이야기하듯 이 책은 현장기록에 충실한 '두껍게 쓰기'의 실현이다. 비록 학술적 글쓰기와는 다른 대중서의 형식을 갖고 있지만, 내용 자체는 그 여느 학술보고서보다 더욱 충실히 미국 흑인 빈민가의 삶을 충실히 반영하고 있다고 난 믿는다. 번역본으로 접했지만, 책 내용은 원문을 살펴보고 싶다는 의욕을 불러일으켰다.


괴짜사회학
카테고리 정치/사회
지은이 수디르 벤카테시 (김영사,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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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내가 써야 할 논문에 대한 압박감이 다가온다. 강준만 교수처럼 철저한 문헌연구를 한 것도 아니고 벤카테시처럼 끈질긴 현장연구를 진행한 것도 아니기에, 난 내가 써야 하는 논문의 정체를 알 수 없다. 물론 이미 준비해둔 연구계획서에 살을 보태긴 하겠지만, 다시 한 번 연구계획의 토대를 재점검해야 할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이 든다.

그간 소원하게 지낸 지도교수들에게 조만간 전화 한 통 넣어야겠다. 물론 욕 먹을 각오는 미리 해두고... ㅋ



Posted by 망명객



굿모닝 프레지던트
감독 장진 (2009 / 한국)
출연 이순재, 장동건, 고두심, 임하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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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면 슬프지만 생각 없이 보면 재밌는 영화.
시대를 앞선 영화가 아닌 시대를 따라간 영화가 되어버린, 대한민국의 슬픈 희망곡.

Thanks to KYJ

집행자
감독 최진호 (2009 / 한국)
출연 조재현, 윤계상, 박인환, 차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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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영화소재로 다뤄졌어야 할 이야기.
조재현과 윤계상보다 박인환이 진짜 주인공.

thanks to MSJ


백야행 : 하얀 어둠 속을 걷다
감독 박신우 (2009 / 한국)
출연 한석규, 손예진, 고수, 이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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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석규는 한석규다웠고 손예진은 손예진 다웠으며 고수는 고수다웠다.
개인적으론 조명이 참 마음에 들더라는... ㅋ 사심 가득 멘트를 남기고자 한다.

thanks to LJS

Posted by 망명객
'호우시절(好雨時節)'이란 제목에서 장마철을 떠올린 건 순전히 내 인문학적 소양 부족 탓이었다. 호우주의보나 호우경보란 단어 조합과 기상캐스터의 호들갑스러운 목소리가 영화 제목에서 연상됐다. '때를 맞춰 알맞게 내리는 비'가 국어사전에 등재된 올바른 '好雨'의 뜻이다. 호우의 유래가 두보의 시 춘야희우(春夜喜雨)의 싯구였듯 지진으로 폐허의 무대가 된 스촨성의 두보초당이 영화의 주요 배경이 된다.

사랑은 타이밍이다. 일상에서 지나치며 흘려 듣던 광고 카피 같은 이야기를 내 면전에서 꺼냈던 사람이 누구였는지, 기억의 조합은 늘상 불완전하다. 옛 연인과의 우연한 재회, 불완전한 기억이 추억의 편린들을 쏟아놓는다. 두 주인공의 사랑이 어떻게 엇갈렸는지, 누가 누굴 좋아했고 둘 사이에 어떤 오해가 있었는지는 영화를 보는 이에겐 그다지 중요한 이야기가 아니다. 때를 알고 내리는 비처럼 두 사람은 적절한 시기에 조우했다. 오로지 그 사실이 중요하다. 두 주인공은 엇갈리고 불완전한 기억 사이에서 다시 설렘을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반복적 삶의 안온한 일상 속에서 영화 속 영화 속 동하와 메이처럼 다시 설렘을 만난다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것은 잠시 잊고 있던 옛 꿈과의 만남이기 때문이다. 수많은 만남과 헤어짐의 반복 속에서 옛 꿈을 공유했던 이와의 조우는 그래서 반갑고도 쓸쓸한 일이다. 꿈만으론 먹고 사는 일이 불가능하단 걸 알아버린 순간, 그때 아이는 어른이 된다. 그래도 인간은 과거를 반추하며 살아간다. 그 시절의 옛 동지들이 연말이면 거리 위에 넘쳐난다. 이는 서로의 얼굴 위에서 못 다 부른 옛 꿈을, 늙어가는 것의 비애를 확인하는 숭고한 작업이며 그 시절의 설렘을 다시 만나기 위한 주술행위다.

'호우'의 동음이의어는 좋은 벗을 뜻한다. 메이와 동하, 두 주인공이 때를 맞춰 알맞게 내리는 비처럼 서로에게 좋은 벗으로 남길 빈다. 함께 술잔과 수다를 나눌 벗들도 좋지만, 이 가을은 외로운 중년 남녀들에게 또다른 종류의 설렘을 안겨줄 좋은 이성친구가 필요한 계절이다. 배가 좀 나왔고 머리숱이 줄어들었고 피부의 탄력도 예전같진 않겠지만, 그래도 그 시절의 설렘이 그 어떤 자양강장제나 화장품보다 더 큰 젊음을 안겨줄 것이다.

아, 불륜을 조장하자는 게 아니다. 당신이 당신의 배우자나 애인에게 가끔은 낯설게 다가설 필요가 있다는 소리다. 서로가 서로에게 익숙해지기 전, 서로가 서로에게 서서히 물들기 시작한 그 때의 기억으로 중년 남녀는 귀환활 필요가 있다. 상대가 주책바가지란 소릴 한다면 또 어떤가. 난 아직도 당신 덕에 설레고 있다는 걸 표현하는 것만으로도 족하다. 영화는 잡히지 않는 꿈이고 현실은 현실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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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허진호의 영화를 늘 극장 구석에 위치한 좌석에서 벽을 벗한 상태로 관람하곤 했다. 벽을 의지해야만 볼 수 있는 영화가 내게는 허진호의 영화였다. 호우시절은 좀 달랐다. 두보초당의 대나무숲 속 속에서 '봄날은 간다'의 은수가 뛰어나올 듯했다. 동하와 같이 그 길을 걷던 메이에겐 빨간 신호등 불빛과도 같은 은수의 목도리가 없었다. 그래서 호우시절은 좀 많이 달랐다.

Thanks to CKA



Posted by 망명객

국내 뮤지컬 사정에도 어두운 내가 이탈리아 뮤지컬을 관람하게 됐다. '일 삐노끼오'. 좌석에 몸을 구겨넣은 뒤 난 저 먼 기억의 구석을 뒤지기 시작했다. 디즈니 동화 시리즈로 접했던 피노키오의 줄거리를 찾기 위해서. 거짓말을 하면 길어지는 코를 지닌 목각인형 이야기의 전개를 기억의 먼지 구덩이 속에서 찾아내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럴 땐 그저 관람객의 한 사람으로서 마음 편히 먹고 무대 위를 응시하면 된다. 어차피 무대 위 삐노키오가 피노키오 이야기에 관한 내 불완전한 기억을 채울 테니 말이다.

객석에 불이 꺼지고, 곧 무대 위는 배우들의 노래와 춤이 가득 들어찬다. 풍성한 음악에 재미를 더한 건 정말 최적화된 세트였다. 마을 광장과 제패토의 집, 서커스장의 안과 밖, 실내와 실외를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이동 세트는 정말 훌륭했다. 관객을 배려한 배우들의 한국어 애드립은 극에 재미를 더했다. 부모와 함께 극장을 찾은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배우들의 노래와 춤을 감싼다.

자막과 무대 위를 오고가는 바쁜 시선은 해외 뮤지컬을 관람할 때 필시 감수해야 할 불편이다. 1층 뒤편에 앉아 관람하기에는 무대 양 옆 자막은 너무 작았고 무대 위 자막은 무대와의 사이가 너무 멀었다. 아이들에겐 이국의 언어로 쓰여진 노랫말이 신기하고 재밌었을 것이다. 발랄한 멜로디의 노래와 경쾌한 춤은 그 자체로 하나의 볼거리. 하지만 노랫말의 메시지를 전달하기에는 자막의 한계가 명확해 보였다.

옛 동화의 기억은 고래 뱃속에서 탈출한 목각인형 피노키오가 인간이 되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근면, 정직 등 근대적 가치는 차치하더라도 가족애의 가치는 영원해 보인다. 극을 보는 내내 초등학생인 사촌여동생들이 떠올랐다. 그 녀석들이 참 좋아할 만한 무대다.


뱀발.
·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의 장면들이 무대 위에 자꾸 겹친다.(응?)
· 이탈리아, 스페인 등 남유럽의 유쾌한 시끄러움을 느낄 수 있는 무대.(참, 걔들은 유쾌하게 시끄러워)
· 자막 띄어쓰기에 자꾸 신경 쓰이더라. --;;;; (내 글은 어떻고...)
· 공연 좋은 건 알겠는데, 이거 너무 비싸다. 빈 좌석은 좀 되던데... 불황일까, 아님 구조적 문제가...

Thanks to MSJ




Posted by 망명객
집단사고란 똑똑한 개인이 집단으로 있을 때 엉뚱하거나 비이성적인 결정을 내리는 경우를 뜻한다. 리더십을 발휘할 집단의 다양성이 부족하며, 주어진 자리에서 각 구성원이 자기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할 때 집단사고의 재앙에 빠질 수 있다. -135쪽

재니스는 집단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리더가 취해야 할 사항으로 다음과 같이 10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1. 집단성원들에게 집단사고란 무엇인지, 그 원인과 결과에 대하여 알림.

2. 어느 의견이건 자신의 선호를 보이지 말고 중립적일 것.

3. 제안에 대하여 비판을 자유롭게 하도록 권장함.

4. 한 명 이상을 반대를 전담하는 악역에 배당함.

5. 전체 집단을 여러 하위집단으로 나누어, 하위집단별 토의를 갖게함으로써 다양한 견해가 종합토론에 제시될 수 있도록 함.

6. 경쟁집단과의 관계에 대한 문제를 논의하는 경우, 상대 집단이 취할 수 있는 가능한 행위의 대안을 철저히 점검할 것.

7. 예비결정을 내린 후에, 다시 한번 성원 각자가 지닌 의혹을 깨끗이 하기 위한 절차를 취할 것.

8. 외부 인사들에게 집단의 의사결정을 제시하고 이를 반박하도록 함.

9. 성원들에게 집단의 의사결정을 믿을 만한 사람들과 이야기하도록 하고 그들의 반응을 알려주도록 격려함.

10. 동일 사안에 대하여 여러 개의 집단이 독립적으로 의사결정을 하도록 함.

- 138-139쪽

강준만, 대한민국 소통법 中



아, 이런 악역이라면 딱 내 직업으로? ㅋ

Posted by 망명객
미래 시민 개념 사전
카테고리 경제/경영
지은이 제임스 하킨 (21세기북스,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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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과 개념의 가치를 우리가 어떻게 측정하고 평가할 수 있을까? 고유의 정당성과 유효성일까. 아니면 표현의 위력과 간결함일까? 사회사상이나 개념의 가치를 평가할 수 있는 한 가지 중요한 기준은 문화에 얼마나 깊이 침투해 존재감을 발휘하느냐 하는 것이다. 개념들은 대기 속에 분포한다. 그것들은 많은 경우 거의 동시에 상이한 방식으로, 상이한 분야에서, 상이한 질서를 형성하며, 상이한 지식 체계로 그 모습을 드러낸다. - p.21

미래를 읽는 72가지 사상과 개념을 알려준다는 표지 위 설명처럼, 이 책은 어디서 한 번쯤 들어본 듯한 이야기와 단어들의 낯선 조합으로 각 페이지를 채우고 있다.

이 책에는 새로운 개념에 대한 단순 소개를 넘어, 각 개념에 대한 저자의 호불호가 적극 반영돼 있다. 저자가 가디언에 연재한 칼럼을 수정 보완한 책 답게, 책 내용 대부분이 영국과 미국의 정치·사회·문화적 사례들을 제시하고 있어서 때때로 낯선 이야기처럼 들린다. 개념 수입국 독자 입장에선, 고질적인 학문적 종속 관계를 다시 한 번 되돌아 보게 된다.

개념 형성 과정의 정치적 동학이나 확산 과정에서의 응용이나 차용 지점 등, 하나의 개념이 탄생하고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기까지의 과정들을 엿볼 수 있다는 게 애써 찾아본 이 책의 미덕이다.

그리 어렵지 않게 읽히는 책이지만, 그 소감은 조금 허화하다. 새로운 사회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적확한 개념의 형성은 결국 과거의 유산 속에서 탄생하는 것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됐다는 점이 이 책의 교훈이랄까.





Posted by 망명객
계급
카테고리 정치/사회
지은이 이재유 (책세상,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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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서점에 들렀다. 학교와 집을 오가는 사이에 서점에 들르기란 쉽지 않다. 교과서와 토익 관련 서적만 가득한 학내 서점은 신간과 거리가 먼 공간이다. 아, 대학가에선 서점을 찾기란 쉽지 않다. 인터넷 서점? 적어도 신간을 챙겨보려 하고, 한 번 쯤 들춰보고 구매를 하는 편이라 난 대형서점을 주로 이용한다. 책 구경 후 인터넷 서점에서 구매해도 되지만, 택배를 기다릴 만큼 난 느긋한 편이 아니다. 은행 잔고가 늘 바닥일 때가 많으니, 책은 현금 쥐고 있을 때 얼른 구매해야 한다.

사당역 반디앤루니스에 잠시 들렀다. 새 책 구경이 주 목적이었으나, 지금까지 가 본 반디 서점 중 사당점은 그 규모 면에서 실망스러웠다. 미리 구매하고자 한 책과 함께 그 동안 구경만 했던 책세상의 '개념사' 시리즈 한 권도 함께 구매했다. 적립금 오천 원을 이용했으니, 인터넷 서점과 별반 다를 바 없다는 게 내 생각이다. 계산대에 올려 놓은 책은 '시민'이라 생각했는데, 막상 계산을 마치고 학교에서 꺼내 보니 '계급'을 구매했다. 단기성 기억상실증?

개념사의 판형은 책세상의 우리시대나 고전의세계 시리즈보다 조금 커졌다. 군인이던 시절, 책세상 문고본 시리즈는 늘 내 건빵주머니에 꽂혀 있던 책이었다. 판형이 여타 시리즈보다 커진 건 개인적으론 조금 아쉬운 부분이다.

개념 시리즈 물. '오월' 출판사의 책들이 떠오르고 '이후'에서 출판했던 책들도 떠오른다. '오월'의 책들은 만화책이었고, '이후'의 책은 'B2B21 지성의 근본주의' 시리즈였다. 전자는 그저 재미로, 후자는 꽤 심각하게 읽은 기억이 난다. 이후의 시리즈는 완결되지 않았다.

"개념의 역사에서 사회의 역사까지 생각하는 삶에서 실천하는 삶까지"

책세상의 개념사 시리즈 카피는 꼭 누굴 향한 이야기 같다.
이제 장마의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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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망명객
하버드 대학 대학생의 데뷔작 소설이 블로고스피어 내에서 표절로 밝혀진 사건을 두고 뉴욕타임스가 '변경의 정의 Frontier Justice'가 실현된 사례라고 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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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상의 엄청난 자원이 도용의 욕구를 강화하기는 하지만 동시에 그 자원들 덕분에 표절을 감지해 내는 일도 훨씬 더 쉬워졌다. 이제 교사들은 과제물의 전거나 출전을 확인하는 방법으로 구글 검색을 활용한다. 학생들이 낸 작문이 기대 이상이어서 의심스럽다는 생각이 들면 임의로 구절을 골라 웹상에서 검색하는 것이다. 또한 정교한 소프트웨어 패키지와 검색 데이터베이스가 문학의 무단 도용 행위를 적발해 내는 작업을 지원하고 있다. --------- (중략)--------- 그러나 최고의 탐지 시스템은 웹 이용자들의 경고다, 웹은 실체가 없는 소문과 적의가 난무하는 곳이기도 하지만, 표절자와 도용인의 책임을 추궁할 수 있는 훌륭한 무대이기도 하다. --------- (중략)--------- 웹의 협력 윤리는 일종의 도둑질을 바탕으로 구축되어 있다. 따라서 불법의 수혜자들은 자신을 보안관으로 내세우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해 볼 일이다. - 미래 시민 개념 사전, 97-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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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1.

축제 연구자인 모 박사는 모 매체에 기고했던 자신의 글이 버젓이 레포트 거래 사이트에서 상품으로 올라가 있단 사실을 발견하게 됐다. 저장 매체 환경 변화에 따라 미처 보관하지 못하던 글이라 반가운 마음에 해당 업체에 전화를 건 모 박사. 업체 측에선 아무리 저자 본인이더라도 해당 아티클을 공짜로 제공할 수 없으며, 아울러 업체 측에 그 글을 넘긴 사람도 밝힐 수 없다고 응답했단다. 결국 자신의 아티클을 웹 상에서 결제한 뒤에야 받아볼 수 있었다는 모 박사의 탄식은 누구의 책임으로 돌려야 하는 문제인가?

상황2.

특정 키워드로 검색을 돌릴 경우 가장 많이 잡히는 정보들은 레포트 거래 사이트들이다. 손쉽게 보고서를 제출할 수 있다는 유혹에 빠진 대학생들과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정보제공자들이 협잡한 이들 사이트들에 대해선 그닥 크게 이슈화된 적이 없다. 하나의 사업 형태로서 그들의 수익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초기 DB 구축 단계에서 벌크형 정보사냥꾼들이 영리를 위한 노력을 들였음은 의심할 수 없는 사실이다. 초기에는 영리한 사업이었겠지만, 인터넷 유저의 한 사람으로서 검색 페이지를 어지럽히는 이들 레포트 거래 사이트 행위는 말 그대로 정보화 사회의 반달리즘이라 할 수 있겠지.

상황3.

수십에서 수백 명에 이르는 학생들의 보고서는 그렇다 치더라도, 웹 상 도둑질로 기사를 생산하는 기자들은 또 뭐냐~?(관련글) 이미 블로고스피어 내에서 보고된 사례만 보더라도 언론사 자체가 저작권 강화를 내세우는 논리에 역행하는 거잖아. 문제는 윤리라는 고색창연한 헛소리를 내뱉고 싶다.

상황4.

쓴 소리 내뱉고 난 후, 나 스스로를 돌아보게 된다. 반성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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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망명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