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기억
카테고리 역사/문화
지은이 고종석 (개마고원,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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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사람들이 여행과 연수를 위해 해외를 다녀온다. 이국의 풍경과 문물 소개는 21세기 사이버스페이스 내에서도 인기 있는 콘텐츠. 세계화 시대라곤 하지만 아직 국경을 넘는 일은 아직 내겐 꽤나 부담스러운 일이다. 더욱이나 책 한 권 제대로 읽은 짬도 나지 않는 생활 속에서 해외여행은 언감생심일 뿐. 오사카와 교토 등 입에 익은 도시부터 세비야, 아랑후에스, 자그레브 등 귀에 선 도시까지, 이 책은 자유주의자 고종석의 발길을 따라 세계의 도시를 누빈다. 그리고 난 서울이란 도시의 지하철 내에서 그의 발걸음을 쫓는다.

그렇게 도시들은 닮았다. 그러나 닮았으면서도 엄연히 다르다. 그 다름은 오래된 건축물이나 박물관의 유물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 다름은 비슷한 듯 보이는 일상 속의 도시인들, 그 시민들의 '영혼' 속에도 있다. 서울의 중심부와 도쿄의 중심부가 비슷해 보이고 서울 사람들의 일상과 도쿄 사람들의 일상이 닮았어도, 그 도시애 내면, 시민들의 내면까지 꼭 닮은 것은 아니다. 특정한 도시의 공간은, 그리고 그 공간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그 내면 속에 '세계화'의 동화력에 빨려 들어가지 않는 어떤 고갱이를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략) 그 영혼은 그 도시를 찾은 이방인의 영혼과 교섭한다. 어떤 도시를 방문한다는 것은 그 도시의 영혼과, 그 도시 사람들의 영혼과 교감한다는 뜻일 테다. - 16~17쪽.

고종석의 글이 인터넷 공간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는 일반적인 관광기와 다른 점은 방문한 도시의 영혼과의 교감기란 점이다. 그 안에는 도시의 역사와 저자의 개인사가 적절히 녹아 있다. 객관과 주관이 적절히 교감하고 있으며 사실과 취향에 대한 호불호가 드러난다. 그리고 도시 공간을 객관적 환경으로 살피기 보다 사랑과 탐구의 대상으로 인격화하고 있단 사실이 그의 글맛을 더해준다.

그래도 타인의 영혼이 빚은 교감기를 도시의 지하철에서 읽는 건 참 감질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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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망명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