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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드라마가 TV드라마 장르의 하나로 자리잡은 지도 10여 년의 시간이 흘렀다. 수 많은 스타들의 등용문이 되었으며 이를 소비하던 동년배들에겐 즐거운 추억 거리로 자리잡은 게 청소년드라마다. 물론 청소년드라마도 트렌디 드라마의 거대한 흐름 속에 변질되어갔고 현실다운 드라마보다는 시트콤처럼 단순히 재미만을 위한 프로그램이 청소년드라마를 대체해 갔다.

주말 오후, 잡다한 생각들은 접어둔 채 TV 삼매경에 빠져있자니 낯 선 드라마 한 편이 눈길을 끈다. '나도 잘 모르지만'. 파키스탄 혼혈 케릭터가 나오고 삼류 양아치스러운 케릭터가 나오는 이 드라마는 주먹다짐을 하던 두 케릭터가 우연한 기회에 긴 여정을 떠나는 버디물이다. 물론 사회적 약자인 두 청소년의 여정은 그리 녹록한 것이 아니다. 굶기도 하고 삥도 뜯고 도둑질도 한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이 두 친구가 도인같은 양반(오광록 분 - 이 아저씨는 어느 순간부터 도인 전문 배우가 되어버렸다)을 만나 조그만 깨달음을 얻었는지 학교로 돌아가는 것으로 드라마가 끝난다. 그것도 자기들에게 욕설과 폭력을 휘두르던 선생님을 용서하면서까지. 아니, 이게 뭐야~

자, TV드라마에 너무 많은 것을 바라지 말자. 청소년 대상 드라마이니 뭔가 교훈을 집어넣고자 했을 것이다. 다문화시대에 접어드는 마당에 혼혈 케릭터를 집어넣은 것만으로도 커다란 진보가 아니겠는가. 잠깐 관련 내용을 검색해보니 MBC와 청소년위원회와 공동기획으로 제작된 드라마란다. 왠일로 청소년드라마다운 드라마를 가 나오나 했더니 국가기관의 지원 없이는 이런 드라마가 제작되기 힘든가 보다.

파키스탄 혼혈 케릭터가 출연하기에 드라마를 보는 내내 떠오르는 인물이 있었다. 몇 년 전 안산에서 이주노동자 자녀를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하다 만난 몽골인 따와가 그 인물이다. 당시에는 대학교 신입생 정도가 되었어야 할 나이의 따와는 그 첫모습에서부터 밴드음악을 좋아하는 여타의 우리의 청소년들과 커다란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짧은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조심스런 그의 태도는 지독히 경계하던 삶의 궤적을 보여주고 있었다. 중학교를 졸업하면서 외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졸업장을 받을 수 없었으며, 고등학교에 진학해서도 구조적 차별로 결국 학교를 자퇴했다는 따와. 짧은 인터뷰 후 헤어지기 직전에 조심스레 꺼내던 그의 꿈은 검정고시를 본 뒤 대학에 진학해 사회학을 전공하고 싶다고 했다. 지금쯤 그는 꿈을 이루었을까? 외국인 백만, 따와는 우리 속의 타인으로 자랐지만 이제 그와 그 동생들은 우리의 이름으로 품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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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망명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