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바다

보고읽고느끼고 : 2007. 8. 18. 21:47
"왜 할머니한테 가짜 편지를 쓴 거야?"
고모는 미소를 지었다.
"즐거움을 위해서. 만약에 우리가 원치 않는 인생을 살아갈 수밖에 없는 거라면, 그런 작은 위안도 누리지 못할 이유는 없잖니." (p.126-127)
허위학력 논란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의도된 거짓말이였든 실수에서 비롯된 오해였든, 허위학력 당사자가 뿜어내는 사죄의 눈물에서 삶은 한바탕 꿈이란 사실을 또다시 확인하게 된다.
꿈꿔왔던 것에 가까이 가본 적 있어요? 그건 사실 끔찍하리만치 실망스러운 일이에요. 희미하게 반짝거렸던 것들이 주름과 악취로 번들거리면서 또렷하게 다가온다면 누군들 절망하지 않겠어요. 세상은 언제나 내가 그린 그림보다 멋이 떨어지죠. 현실이 기대하는 것과 다르다는 것을 일찍 인정하지 않으면 사는 것은 상처의 연속일 거예요. 나중엔 꿈꿨던 일조차 머쓱해지고 말걸요.(p.7)
꿈꾸던 삶을 사는 사람들은 존재하지 않는다. 꿈꾸던 삶의 현실은 늘 주름과 악취로 번들거리니까. 그래서 누구나 행복해보이는 겉모습과 달리 마음의 병 하나씩을 몸 속에 감추며 살아가는 것일 터.

그래도 현실보다 소설은 따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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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한아 지음 | 문학동네 펴냄
2007년 제12회 문학동네작가상 당선작 취업준비생인 나 의 이야기와 우주비행사 고모가 보내온 편지가 교차하며 현실과 환상 을 촘촘히 엮어낸 정한아 장편소설. 현실과 환상을 넘나들며 짜임새 있게 이야기를...

Posted by 망명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