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만원 세대...
보고읽고느끼고 :
2008. 1. 12.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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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픈 봄을 기다리던 때였다. 어느 술자리에선가 난 세대 타령을 했었다. 혼자 주절주절 주정을 늘어놓은 꼴이긴 했지만, 우리 세대는 뭔가, 착취당하지 말고 살자, 그런 식의 이야기가 내 입에서 주술처럼 흘러나왔다. 몇 개월의 시간이 흐른 뒤, 거짓말처럼 나는 88만원 세대가 되어 있었다. 20대의 이야기, 그리고 적녹색 표지에서 풍겨오는 야릇한 기억. 선뜻 손이 가야 할 책을 망설이다 서른 초입(구구절절 만으로는 아직 20대라고 외치지는 않겠다)에서야 읽어보게 된다. 우울하더라도 나와 우리를 이해하기 위해서.
#2.
연말 술자리에서 난 고운기의 '나는 이 거리의 문법을 모른다'란 시집을 한 후배에게 선물하며 외쳤다. "우리도 이 거리의 문법을 익혀 잘 먹고 잘 살아보자" 시집의 내용과는 거리가 있지만 우리가 이해한 거리의 문법은 '적립식 펀드'로 귀결되고 있었다. 몇몇 정규직 친구들과 정신없는 대학원생들, 학원강사, 공중보건의로 구성된 그 모임에선 대통령 선거가 큰 화두로 떠올랐지만 이내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개인적인 고민들이 터져나왔다. 적립식 펀드가 이 거리의 문법인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펀드에 정기적으로 적립할 돈이 없는 인간들이 주변에 많다는 점을 모임 참석자들은 모두 잘 알고 있었다. 그래도 우리는 웃고 있었다. 곧 오지 섬으로 들어갈 공중보건의 후배놈에게 이번 여름에 피서차 꼭 찾아가겠노라는 이야기를 남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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