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직 꿈을 꾸도 있다.
가끔 꿈의 편린들이 변덕스럽게 바뀔 때도 있지만, 그 과정과 마지막에 맺힌 상은 단 한번도 바뀌어본 적이 없다. 세월의 흐름을 거스를 수 없는 존재로서 그리 추하지 않게 나이를 먹는 게 그 과정이다. 그리고 범섬과 섶섬, 문섬, 범섬이 내려다보이는 서귀포 솔동산에서 손을 맞잡고 마실 가는 노부부의 뒷모습은 그 꿈의 마지막 페이지의 구체적인 형상화다. 자연스레 육신에 새겨진 세월의 티가 명확히 드러나고, 더 이상 휴대전화의 울림에 민감하지 않게 될 그런 나이에 지난 세월의 사랑, 미움, 질투, 미안함을 맞잡은 두 손 안에 가득 담아두고 싶다. 그리고 조금 더 욕심을 부리자면, 나는 정말 오래 살고 싶다. 40대에 죽어나가는 가장들이 많은 세상에서 홀어미만을 남기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저 오래 살아서 함께 삶을 지켜온 동지의 뒤안길을 챙겨주고 싶은 게 마지막 욕심이다.
변하는 게 사람 마음이고 보면, 그렇게 오랜 세월을 함께 묻어간다는 것은 정말 지고지순한 노력의 결과가 아닐 수 없다. 그래서 내 마지막 꿈은 정말 실현하기 힘든 꿈일지도 모른다. 남은 일평생을 밥벌이의 지겨움에서 벗어날 순 없겠지만, 그래도 삶의 마지막 순간에 '당신이 이 세상에 있어 고맙다'는 말을 전해주거나 들을 수 있다면 그만한 행복이 어디 있겠는가.
MBC의 정치에세이 달콤쌉사르한 인생을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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