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침'에 해당되는 글 66건

  1. 2008.05.27 언론산업에 종사한다는 건 by 망명객
  2. 2008.05.07 쇠고기 수입이 쇠고기 기술협의라고? by 망명객
  3. 2008.04.29 베이징올림픽, 민족주의자에게 국경은 무의미하더냐. by 망명객
  4. 2008.02.12 지면 낭비 2 by 망명객
  5. 2008.02.06 소싸움은 되고 말싸움은 안 된다니, 이 무슨 개소리야? by 망명객
  6. 2008.02.04 아듀 민노당! by 망명객
  7. 2008.01.29 아, 명박스 by 망명객
  8. 2008.01.28 언어의 사멸 2 by 망명객
  9. 2008.01.08 대통령 당선을 위한 조건 by 망명객
  10. 2008.01.07 아, 민노당 1 by 망명객
조중동 기자들은 촛불집회 현장에 나와라 (미디어스, 080527)

언론산업에 종사한다는 건 늘상 사회적 감수성을 민감하게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언론계는 수습기간을 두어 신입사원에 대한 강도 높은 훈련을 진행한다. 마감이란 시간과의 싸움보다 낙종의 두려움이 더 큰 세상. 그런 세상 속에서 살아가는 게 기자의 삶이다.

그러나 기자의 삶에도 계층이 존재한다. 흔히 메이저급 언론사와 마이너급 언론사를 나누고, 그 밑에 지방 언론사를 둔다. 이러한 구분은 매체의 사회적 영향력과 내적 전통에서 비롯한다는데, 결국은 사세의 문제이고 돈과 권력의 문제로 귀결된다.  

오랜만에 결혼식장에서 대학 동기들을 만났다. 기자와 석사과정생, 박사과정생, 연구원 넷이 모였으니 상호 안부 교환 이후에는 공통된 주제를 찾아 세상 만담으로 시간을 죽일 수밖에... 누군가 미친소축제 이야기를 꺼냈더니 우리의 기자 친구가 배후세력이 누군지 궁금하다며 동기들을 놀라게 만든다. 나름 합리적 우파를 자처하는 녀석이기에 무시하면 그만인 이야기였다.

그제, 그 기자 친구가 법치국가의 수도에서 무단으로 도로점거가 이루어지고 있다며 거품 낀 자판질로 내게 메신저 메시지를 날린다. 이 친구가 미친소축제는 잠시 잊고 안식년차 학교에서 공부하고 있는 내 신경을 건들인 것이다. 그래도 동기이기에 그 녀석에게 그딴 일에 거품물지 말고 진정 거품물고 달려들어야 할 일이 무어냐고 되물으며 화를 삭혔다. 솔직히 말해 녀석에게 갚아야 할 돈이 생각났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애초의 이야기로 돌아가자. 사회적 감수성이 민감해야 할 직업이 기자이다. 특종과 낙종은 종이 한 장 차이라고도 한다. 그래서 신입기자에게 강도 높은 훈련이 실시되지만 그 훈련의 끝에 남는 건 조직적 사고일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모든 기자들이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조중동의 한 매체에서 일하는 내 친구를 보면 그렇다.

빨리 빌린 돈이나 갚아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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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22시 06분 01초에 수신한 문화체육관광부 발송 메일

쇠고기 문제로 국민적 여론이 정권으로부터 이반하는 현 시점에서 문화체육관광부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 허용 정책에 대한 홍보성 메일링을 발송했다. 발송인은 '문화체육관광부', 메일 제목은 "한미쇠고기 협의 바로알기"다. 헤드도 섹쉬하게 뽑아줬다. "알기 쉬운 한미 쇠고기 기술협의(?)" 문화체육관광부만이 아니다. 각 부처별로 동일한 내용의 메일링을 발송했다.

요즘 일이 바뻐 신문을 끊고 살았더니 그 사이 미국 쇠고기 수입이 기술협의로 바뀌었나? 아니, 기술원조도 아니고 기술협의이고 그 대상이 쇠고기라면 품질 좋은 쇠고기 생산을 위한 기술협의인가? 아니면 쇠고기 가공 기술에 대한 협의인가? 도통 그 정체를 알 수 없는 헤드라인이다.

대부분의 내용은 클릭과 동시에 농림수산식품부와 대한민국정책포탈의 관련 내용으로 넘어간다. 청계천의 촛불 행렬에 놀랐는지 수세적인 현 상황에서 적극 대국민 홍보 대응에 나서는 꼴이다.

타 부처야 어쨌든 난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메일을 받았다. 문체부가 문광부이던 시절 밥벌이 때문에 홈페이지에서 메일링을 신청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메일링은 급조한 티가 역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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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일 내용은 이따위다!!


위 그림은 메일을 열었을 때의 화면이다. 물론 나만 이렇게 보이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어떤 멍청한 공무원이 급히 메일을 짰는지 일개 부처에서 보내는 메일 수준이 저 정도이다. 프레스 프렌들리 하기 전에 메일링 리더 프렌들리나 하라고 그래라. 내가 이 따위 메일 읽자고 스크롤을 땡겨야 하나? 머슴이면 머슴답게 메일 읽어주는 사람을 섬겨야 할 거 아냐!!! 결국 여기서 본 메일이 급조되었음을 직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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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칠레FTA 체결시 국정홍보처의 홍보 삽화



과거 국정홍보처가 엉뚱한 콘텐츠로 국민적 욕을 얻어먹은 적이 있다. 그러한 국정홍보처의 문을 닫아버린 2MB도 이번 건은 그냥 넘어갈 수 없었나 보다. 힘든 하루하루를 연명하는 나를 웃겨주었다는 점에서 이번 메일링을 추천하는 바이다. 어쨌든 정부 부처에서 보낸 메일링의 요지는 '쇠고기 수입'이 아니라 '쇠고기기술협의'란다.

협의 내용인 기술은 구체적으로 무엇일까? 검역기술협의라고 제대로 명기해야지, 뭐 이딴 게 다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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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위대하다? 웃기고 자빠졌다!" (프레시안, 20080428, 진중권 칼럼)

올림픽 성화봉송 행사가 국제적으로 행해진 건 베를린올림픽부터였다. 아리안족의 위대함을 국제적으로 선전하고자 한 나치정권의 아이디어가 그 시초였던 것이다. 국제적 스포츠 이벤트가 구체적으로 정치와 결합하기 시작한 것도 베를린올림픽이었을 것이다. 대충 관련 서적을 살펴보니, 괴벨스를 보좌하던 국가 서기 펑크(Funk)가 베를린올림픽을 절호의 선전기회라고 자랑했으며, 텔레비전을 통한 올림픽 경기의 집단시청 또한 베를린올림픽에서 기원했기 때문에 그랬을 것이라고 추측할 뿐이다.

평화의 제전은 간 데 없고 상업주의와 민족주의만 판을 치는 올림픽이다. 횟수를 더할 수록 올림픽의 위상은 허울뿐인 평화, 자본과 민족의 환상적인 결합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스포츠 이벤트가 되어버리는 것 같다. 구 소련은 2차 세계대전 이전까지 스포츠를 자본주의적이라며 올림픽 참가를 거부했었다. 물론 그 이후에는 사회주의 체제를 선전하고자 열심히 올림픽에 참가했지만 말이다.

언젠가 포스팅에 언급한 적이 있지만, 87년 6월 항쟁을 그린 다큐에서 서울시청에 걸린 올림픽기가 내려지는 화면을 보여준 적이 있다. 확실한 기억은 아니지만 태극기는 그대로 둔 채, 오로지 그 옆에 걸려 있던 올림픽기만 시위대에 의해 내려졌다. 물론 역사는 서울시청의 올림픽기가 내려진 1년 뒤에 열린 서울올림픽을 성공적인 대회라고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올림픽 행사를 치르기 위해 도심정화를 목적으로 철거가 자행된 빈민촌 거주민들에게도 서울올림픽이 성공적인 대회였을까?

베이징올림픽 성화봉송의 험난한 과정을 지켜보자니 건강한 신체에 건전한 정신이란 스포츠의 존재이유를 되물을 수밖에 없으며, 우리들의 축제가 아닌 그들만의 축제로서 올림픽을 체감하게 된다. 소수민족 문제가 국제적 이슈가 되었음에도 배짱 좋은 중국 정부나, 등록금 깎아달라는 대학생들에게는 과감히 체포조를 동원하면서 백주대낮에 도심 한복판에서 테러를 자행하는 유학생들을 지켜보기만 하는 대한민국 정부나 똥배짱인 건 매한가지다. 새삼스레 민족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온갖 똘짓은 국경이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만국의 민족주의자들이 단결할 일은 없겠지만 그들이 저지르는 사건은 비슷하다는 사실 말이다.

8월이면 또 신문과 방송은 올림픽 특수를 맞아 연일 시끄러울 것이다. 부디 외로이 묻혀갈 사건사고들은 없어야 할 터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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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낭비

똥침 : 2008. 2. 12. 20:35
[횡설수설]노조 투쟁의 세계화 (20080212 동아일보)

정말 횡설수설에나 쓰일만한 글이다.
원고 제한이고 나발이고 장광설로 시작해 아전인수로 끝내는 이 간결함이여.
거기다 훈수까지 둔다.

결론?
지면이 아깝다 + 눈 버렸다, 정도 되시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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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싸움은 되고, 말싸움은 안된다고?” (제주의소리)

돌하르방을 비롯한 여러 제주의 상징물 중 하나가 조랑말이다. 사람 새끼는 서울로 보내고 말 새끼는 제주로 보내라는 옛 말도 있지 않던가. 고려시대부터 제주는 최고의 군마 생산지였다. 비록 고려를 침공했던 호전적 몽골군의 정책적 판단으로 시작되긴 했지만 이후 제주 중산간의 오름과 하늬바람은 조랑말을 키우며 관리하는 테우리들의 오랜 벗이 되었다. 이는 현대에도 마찬가지다. 대한민국의 경마장은 과천과 제주 두 곳 뿐이다. 또한 한국마사회의 종마시설도 제주도에 위치하고 있다.

지방자치시대를 맞이하여 전국적으로 지역축제 활성화가 지역 문화정책의 주요 화두가 되었다. 적어도 600여 개가 넘어가는 여러 축제 중, 제주에서 행하는 들불축제는 이제 전국적인 축제가 되었다. 그 주요 프로그램 중 하나가 바로 '말사랑 싸움놀이'다. 암말을 차지하기 위한 수말끼리의 싸움. 제주의 오름의 한 품에서 자연스레 벌어지는 말들의 다툼을 축제의 프로그램으로 내놓은 것이다. 물론 청도 소싸움처럼 예전부터 인위적으로 행해진 행사는 아니다. 순박한 섬사람들이 인위적인 투전판을 벌인다는 건 힘든 일이니까.

개정된 동물보호법에 따라 '말사랑 싸움놀이'가 동물학대 행위로 금지되었다. 민속 소싸움은 농림부 장관이 정하는 민속경기로 동물학대 행위에서 제외되었다. 동물을 보호한다는 대의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단, 시골출신이어서인지 동물은 동물답게, 인간은 인간답게 살아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일 뿐이다. 자연스레 생긴대로 본성에 충실한 행위를 막아서는 동물보호법이 웃길 뿐이다. 정적인 소싸움은 괜찮고 다이내믹한 말싸움은 안 된다는 것인가? 소나 말은 모두 가축이지만, 제주의 말은 축사에서 길러지는 가축이 아니라 방목으로 자라 야생성을 지니고 있다. 이제 마지막 테우리도 사라졌고 말들도 과학이란 틀 속에서 씨수말을 중심으로 길러진다. 그저 말들의 싸움은 경마장의 레이스만으로 만족해야 한다. 대박이란 꿈을 쫓아 마권을 산 손들에게만 흥미로운 레이스일 뿐 오직 달리기 위해 길러진 말들이 행복할까?

참고로 개정된 동물보호법을 살펴보진 않았지만 시골에서는 그 법을 어기는 이들이 부지기 수일 것이다. 법을 만드는 이들은 도시에 살며 힘과 돈을 쥐고 있는 사람들이니까. 아마 어느 오름의 품에서 벌어지는 자연스러운 말싸움도 범법 대상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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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듀 민노당!

똥침 : 2008. 2. 4. 17:38

작년 연말 대선이 끝난 직후였다. 동네 사거리에는 두 개의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당선인의 감사 문구가 담긴 현수막과 죄송함을 표하는 민노당의 현수막이었다. 두 현수막을 바라보며 건널목 신호등을 기다리던 나는 한겨울의 추위보다 더한 씁쓸함을 곱씹고 있었다. 거리의 바람이 내 얼굴을 때렸고 바람에 함께 날려온 흙먼지에 눈앞은 먹먹해졌다.

여러 사람들과 같이 애초 창당시절부터 오늘의 민노당 사태를 예견하고 있었다. 예상보다 조금 늦춰졌다는 것을 제외하면 이번 민노당 사태의 원인이나 과정까지 정확히 예측과 맞아 떨어졌다. 비록 비관적이긴 했지만 민노당에 한 줄기 희망도 품었었다. 그저 민노당의 성장으로 진보의 양지가 더욱 확장되어 다양한 진보정당들이 태어나고 자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면야 민노당에게 굳이 딴지를 걸지 않기로 마음 먹고 있었던 것이다. 밥과 국에 질려버린 사람들에게 다른 형태의 식사를 제공해줄 수 있는, 즉 골라먹을 재미가 있는 정치지형이 형성되길 기대했다.

그러나 골라먹는 재미를 채 발견하기도 전에 이미 민노당에 질려버렸다. 해당 행위는 국보법 뒤에 숨겨버림으로써 대선 참패에 대한 근본적 책임을 묻지 못하게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당 한쪽에서는 단결을 촉구한다. 또한 외부에서는 종북주의나 종파주의를 넘어 민중 살릴 정책 대결을 펼치라는 주문을 펼쳐놓는다. 단결이나 정책 대결은 문제의 근원을 바로잡지 않고서는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참 추운 겨울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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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명박스

똥침 : 2008. 1. 29.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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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시사인, 운하 예정지 주민 "수몰된단 얘기는 금시초문인데...")


한국군 이라크 파병과 한미FTA 추진 등 그간 일어났던 굵직굵직한 사회적 갈등 사안들을 한발짝 물러선 상태로 관망하고만 있었다. 먹고사는 일이 급하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변명을 붙여본다. 하지만 정작 아스팔트 위의 투쟁 현장도 과거와는 달리 누적된 피로감에 젖어 있는 듯 활력이 없어보이는 것이 사실이었다.

하긴, 근 10년 동안의 가장 큰 변화는 사회적 약자들의 전유물일 것만 같았던 거리투쟁에 다양한 집단들이 등장하게 된 것일 터. 거리 집회의 주체와 행사명, 집단적으로 외치는 구호에 따라 박수를 보낼지 아니면 무시하고 지나쳐야 할 지 따져봐야 하는 피곤한 판단이 선행되어야 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곧 새 대통령이 들어선다. 불도저 같다는 그의 추진력이 갖은 추문과 허물에도 불구하고 변화를 갈망하는 시대의 선택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그의 지나친 추진력은 바다가 아닌 산으로 배를 몰아가려 한다.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건만 넘어설 수 없는 경계를 허물려고 하는 것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건, 물과 산의 경계를 지키려는 사람들이 본격적으로 한 판 싸움을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간만에 다이나믹한 광경들을 지켜볼 수 있을 것 같다.

관망자의 시선이 자유로운 건 책임감의 굴레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운하 때문에 환경이 파괴되는 것도 괜찮은 일이다. 환경단체 사람들이 반대 시위 하러 몰려와서 밥도 먹고, 잠도 자고 할 테니까.(문경시 모 택시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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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사멸

똥침 : 2008. 1. 28.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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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 마지막 에야크 인디언 매리 스미스 존스


알레스카 한 할머니의 죽음은 일개 부족의 역사와 기억을 지어내던 언어의 사멸이었다. 지난 25일 잠자리에서 조용히 숨진 할머니는 알레스카 에야크(Eyak)족의 마지막 순수 혈통이자 에야크어의 마지막 구사자였다. 그렇게 알레스카 지역의 한 토착언어가 사멸한 것이다(관련기사). 할머니는 백인 남편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들에게 세상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부족의 언으를 가르치지 않았단다. 마지막이란 비장함 뒤에는 늘 슬픔이 숨어 있다. 그렇게 마지막이란 수식어가 할머니에게는 꽤나 커다란 짐이었을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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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이누잇 인디언 듀오 KASHTIN 앨범 자켓


GMV(Gloval Music Video?)란 잡지를 꽤나 즐겨 읽던 중학생 시절, 부족의 언어로 노래를 부르던 캐나다의 포크송 듀오를 알게 되었다. 폭풍이란 뜻을 지닌 이누잇 단어 캐쉬틴. 아마 고향집 어딘가에서 먼지를 뒤집어 쓰고 있을 그 앨범은 폭풍이란 이름과는 달리 꽤나 서정적인 멜로디를 들려주었다.  이누잇어를 모르는 나로서는 그저 멜로디만 즐길 뿐이었다.

살아가는 데 부족의 언어가 큰 도움이 안 될 것이라 생각한 매리 할머니와 부족의 언어로 노래를 불러 극동의 중학생의 주머니를 열게 한 캐쉬틴. 실용만이 대세인 세상에서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아쉬움과 사라지는 것들을 지키는 방법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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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센트럴시티 영풍문고 내 이명박 코너)

문상을 위해 강릉을 향하는 고속버스에 오르기 전, 책 한 권 사러 들른 센터럴시티 내 영풍문고에서 '이명박' 코너를 발견했다. 오랜만에 둘러보는 대형서점이라 시류 편승 상술에 놀라기도 했지만 그 코너를 채우고 있는 서적의 다양함에 더욱 놀랄 뿐이었다. 20여 종이 넘는 책들이 이명박을 분석하거나 인간적인 면모를 돋보이게 만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중 대부분의 서적들이 대선을 1, 2년 앞두고 출간된 책이었다.

설마하는 마음으로 대선에 뛰어든 후보들과 관련된 서적을 검색해보았다. '정동영'을 키워드로 검색해보니 대선을 겨냥한 서적이 달랑 두 권 검색된다. 그나마 박근혜는 정동영보다 사정이 괜찮다. 하지만 이명박 당선자처럼 대형 서점의 일개 코너를 채우기에 박근혜 관련 서적은 조금 부족한 듯 보이는 게 사실이다. 그렇다면 노무현 대통령은? 임기가 끝나가는 시기라 노무현과 관련된 최근의 책들은 주로 평가서적 위주로 흐르는 듯 보인다. 하지만 그도 대선을 앞두고 출간된 책이 많은 편이었다. 물론 이명박에 비하면 빈약한 수준이지만 말이다. 이회창? 그와 관련된 서적이 02년 대선과 07년 대선을 앞두고 몇 권 출간되긴 했지만 노무현이나 이명박에 비해서는 정말 조족지혈의 수준이라 할 수 있다.

자, 이제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로 빠질 시간이다. 그것은 대통령으로 당선되기 위한 조건 중 하나는 후보자와 관련된 서적이 다양하게 출판되어야 한다는 점. 더욱 성급한 결론을 내려보자면, 대선의 향배를 가늠할 바로미터는 여론조사기관도 언론계도 아닌 출판계가 아니겠냐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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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민노당

똥침 : 2008. 1. 7. 12:01
"자주파, '고장난 나침반'을 버려라" (프레시안, 080107)

마음에 여유가 없으니 고향에 계신 부모님께 안부 전화 드리는 것도 소원해진 요즘이다. 이제 더 이상 적은 나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부모님의 주름살에 얹혀 사는 내 자신이 한심스럽기 때문일 것이다.

작년 연말, 아들의 생존 확인 차 먼저 전화를 걸어온 아버지는 뜬금없이 "대통령 누구 찍었냐?"고 물으신다. 냉큼 어른의 말을 돌리는 발칙함으로 "그런 아버지는 누구에게 표를 주셨습니까?"하고 되물었더니, 마땅한 사람이 없어 3번을 찍으셨다는 예상 외 답변을 듣게 되었다. 아니, 내 아버지가 민노당 권영길을? 이명박은 아닌 것 같고, 정동영은 왠지 싫고, 그래서 공약을 살펴봤더니 3번이 제일 나아보이더라는 게 아버지의 이야기였다.

물론 우리 아버지는 생산직 노동자가 아니다. 그저 지방에서 농사를 지으시다가 이를 기반으로 조그만 사업체를 운영하시는 우리 동네 사장님일 뿐이다. 지난 대선 때 아버지는 노무현의 당선을 기뻐하셨고, 그 옆의 나는 그저 입만 삐죽거릴 따름이었다. 그 이전 대선에서는 아버지의 표심이 무엇이었는지 잘 모르겠다. 워낙 아들 앞에서는 말 수가 적으신 분이셨기 때문이다.

이 아들도 그랬다. 이전 대선에서 밀던 사회당에 표를 주자니 공약이 부실한 듯 하고, 문국현에게 표를 주자니 주변에 적당한 세가 없음이 보이고, 마지막까지 선택의 기로에서 갈등을 제공하던 허경영은 그냥 웃어준 걸로 만족할테고. 이렇게 고르고 고르다보니 이 아들도 민노당밖에 남지 않았단 소리다.

나름 진보정당이라 자부하는 정당에 한 표를 던지신 아버지. 그런 아버지와 표심이 같았던 아들. 대선 후보군의 다양한 스펙트럼 사이에서 고르고 골라 같은 후보에게 표를 던졌으니 이는 가족사적으로는 기뻐해야 마땅한 부자동표의 길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아버지와 아들이 부자동표의 가족사적 경사에 같이 웃고 있을 수만은 없다는 게 현실이겠지.

거리에 붙은 이명박 당선자의 감사 현수막 근처에는 어김없이 민노당의 사죄 현수막이 걸려있다. 그 문구가 정확히 사죄의 문구인지 아니면 조직 쇄신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그저, 내게는 백번 잘못했노라는 의지로 보였으니 그리 표현할 뿐이다.

나는 그 어느 정당의 당원도 아니다. 물론 과거에는 모 정당의 당원이었지만, 그저 어느 순간부터 한 발 빼고 바라보는 관망자의  편안함에 취해버렸다. 관망자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주저리 이야기를 풀어낸 건, 내가 행사한 한 표에 더해 아버지의 한 표까지 얹었으니 민노당에게 쓴소리 몇 마디 날릴 자격은 될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몇 마디까지 갈 필요도 없다. 그저 당직자들에게 똑바로 생각하고 똑바로 처신하라는 이야기를 손가락질을 겻들여 건낼 뿐이다. 비록 손가락질은 하지만 부디 부자동표의 가족사적 즐거움을 진정한 즐거움으로 승화시키는 게 당신들의 존재 이유라는 말을 거들며 이만 줄인다.


꼬랑지 : 유령같은 자주파의 존재는 믿지만, 그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겠다. 다만 지켜볼 뿐이다. 말 없이 지켜보는 놈이 더 무섭다는 건 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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