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心보다 더 부끄러운 筆力
가끔 재입대의 악몽을 꾸는 대한민국 예비역으로서, 동아일보 사설이 언급하고 있는 군심이 진실로 대한민국 군대의 심정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대추리에서 시위대에 무력한 군대의 처지를 보고 "차라리 옷을 벗고 싶다"고 이야기 한 일선부대 지휘관의 발언 의도가 문맥 상 동아일보의 의도대로 왜곡됐을 가능성이 농후하지만, 만약 그게 아니라면 이는 심각한 문제겠죠.
육군에서 복무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취침점호시간에 외치던 '복무수칙'을 기억할 겁니다.
"우리는 국가와 국민에 충성을 다하는 대한민국 육군이다. 하나. 우리는 자유 민주주의를 수호하고 조국 통일의 역군이 된다. 하나. 우리는 실전과 같은 훈련으로 지상전의 승자가 된다. 하나. 우리는 법규를 준수하고 상관의 명령에 절대 복종한다. 하나. 우리는 명예와 신의를 지키며 전우애로 굳게 단결한다."
군대는 국가의 안녕을 위해 존재하는 무력기구입니다. 그들이 진심으로 충성해야 할 대상이 누구인지, 밤 10시를 전후해 전 병영에서 복창하는 복무수칙을 떠올린다면 시위대에 대한 무력진압의 명령은 복잡한 내적 갈등의 소재일 수밖에 없습니다.
광주항쟁이 대한민국 군대의 어두운 기억임을 잘 알고 있을 일선 지휘관께서 동아일보 사설의 의도대로 발언한 게 사실이라면 그분께 "지금 당장 그 옷을 벗어달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스스로의 존재 이유를 망각한 이에게 세금이 쓰이는 걸 원치 않기 때문입니다.
동아일보의 사설 자체에도 딴지를 걸고 싶습니다. 익명의 일선 지휘관의 발언을 기초로 마치 모든 군인이 그렇다는 투의 확대 해석은 너무 심하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물론 사설이니 동아일보의 의견으로 치부하더라도 잘난 언론인들께서 이런 식의 글쓰기밖에 못 한다는 사실이 웃길 따름입니다.
자고로 軍心보다 더 부끄러운 筆力인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