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위대하다? 웃기고 자빠졌다!" (프레시안, 20080428, 진중권 칼럼)

올림픽 성화봉송 행사가 국제적으로 행해진 건 베를린올림픽부터였다. 아리안족의 위대함을 국제적으로 선전하고자 한 나치정권의 아이디어가 그 시초였던 것이다. 국제적 스포츠 이벤트가 구체적으로 정치와 결합하기 시작한 것도 베를린올림픽이었을 것이다. 대충 관련 서적을 살펴보니, 괴벨스를 보좌하던 국가 서기 펑크(Funk)가 베를린올림픽을 절호의 선전기회라고 자랑했으며, 텔레비전을 통한 올림픽 경기의 집단시청 또한 베를린올림픽에서 기원했기 때문에 그랬을 것이라고 추측할 뿐이다.

평화의 제전은 간 데 없고 상업주의와 민족주의만 판을 치는 올림픽이다. 횟수를 더할 수록 올림픽의 위상은 허울뿐인 평화, 자본과 민족의 환상적인 결합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스포츠 이벤트가 되어버리는 것 같다. 구 소련은 2차 세계대전 이전까지 스포츠를 자본주의적이라며 올림픽 참가를 거부했었다. 물론 그 이후에는 사회주의 체제를 선전하고자 열심히 올림픽에 참가했지만 말이다.

언젠가 포스팅에 언급한 적이 있지만, 87년 6월 항쟁을 그린 다큐에서 서울시청에 걸린 올림픽기가 내려지는 화면을 보여준 적이 있다. 확실한 기억은 아니지만 태극기는 그대로 둔 채, 오로지 그 옆에 걸려 있던 올림픽기만 시위대에 의해 내려졌다. 물론 역사는 서울시청의 올림픽기가 내려진 1년 뒤에 열린 서울올림픽을 성공적인 대회라고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올림픽 행사를 치르기 위해 도심정화를 목적으로 철거가 자행된 빈민촌 거주민들에게도 서울올림픽이 성공적인 대회였을까?

베이징올림픽 성화봉송의 험난한 과정을 지켜보자니 건강한 신체에 건전한 정신이란 스포츠의 존재이유를 되물을 수밖에 없으며, 우리들의 축제가 아닌 그들만의 축제로서 올림픽을 체감하게 된다. 소수민족 문제가 국제적 이슈가 되었음에도 배짱 좋은 중국 정부나, 등록금 깎아달라는 대학생들에게는 과감히 체포조를 동원하면서 백주대낮에 도심 한복판에서 테러를 자행하는 유학생들을 지켜보기만 하는 대한민국 정부나 똥배짱인 건 매한가지다. 새삼스레 민족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온갖 똘짓은 국경이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만국의 민족주의자들이 단결할 일은 없겠지만 그들이 저지르는 사건은 비슷하다는 사실 말이다.

8월이면 또 신문과 방송은 올림픽 특수를 맞아 연일 시끄러울 것이다. 부디 외로이 묻혀갈 사건사고들은 없어야 할 터인데...
Posted by 망명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