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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2005.02.13 친구의 머리에 불을 당기다 by 망명객
  4. 2005.02.13 050204, 상암 경기장 by 망명객
  5. 2005.02.13 050204, 상암 경기장으로 축구 보러 가다 by 망명객
  6. 2005.02.01 유랑단... by 망명객
  7. 2005.01.13 여행의 끝에서 다시 시작하려는 친구에게... by 망명객
  8. 2005.01.10 요즘 증상... by 망명객
  9. 2005.01.10 요즘 증상 by 망명객
  10. 2005.01.08 20051007 by 망명객

靈室

길위에서 : 2005. 2. 14. 00:39
한라산 영실 입구의 버섯농장은 서귀포 항이 내려다보이는 솔동산 언저리 조부모님 댁과 함께 내가 고향이라 칭할 수 있는 곳이다.

겨울의 조부모님 댁은 넓은 창으로 쏟아지는 볕 아래 늙은 고양이의 게으름과 같은 여유가 묻어난 곳이라면 靈室은 한자에서 알 수 있듯 굶주린 혼들의 장소이다. 제 어미의 육신이 일용할 양식이 되어버린 사실을 깨달은 500 아들이 패륜을 가슴에 품고 절벽에서 뛰어내려 500 괴암을 이루었다는 곳, 그 아래 하루하루 살아가는 이들의 생명을 이어주던 고된 노동의 현장이 있다는 사실이 아이러니 하면서도 가난의 애잔한 비애를 느끼게 한다.

올 겨울 섬에는 눈이 많이 내렸단다. 지난 1월 중 반 이상 눈이 내린 날이었다니 그보다 훨 북쪽 서울에서도 눈 구경하기 힘든데 고향 땅에서 올 겨울 처음으로 눈을 밟아보게 될 줄이야 누가 알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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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녀석들...

길위에서 : 2005. 2. 13. 21:08

설날 아침 새침데기 두 사촌동생입니다.
무서운 녀석들이죠.

녀석들이 태어날 때 제가 대학생이었는데 큰 애는 이제 초등학생이 된답니다.
그리고 저는 아직도 대학생입니다. ^^;

한마디로 고달픈 설날이었습니다.
어느새 명절이 즐겁지 않은 나이가 되어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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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작년 겨울 보스턴에서 구입한 선장님 양초에 불을 당겼다.

그간 내 책상머리 곁에서 끈끈한 친구가 되어주던 그의 모자 위에 예쁜 불꽃이 살아났다. 신촌에는 눈이 내릴까, 하며 술잔 기울이던 지난 사흘 동안의 얼어붙은 시간들이 녹아나는 듯 따뜻해진다.

그래, 마음까지 얼어붙게 만들던 북대서양의 비릿한 바닷내음을 품고 있는 선장님도 이리 따뜻할 수 있었구나. 영원불멸한 그 무엇이 존재할까? 모든 것은 변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예전같지 않은 모습에 많이 아파하고 실망하는 게 사람이다. 그래도 지난 시간은 오렌지 빛 따뜻함으로 어둠을 보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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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204, 상암 경기장

길위에서 : 2005. 2. 13. 20:36
월드컵 국가대표팀 최종평가전인 이집트와의 경기를 김모 선배의 초대권으로 함께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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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국가대표팀 최종평가전인 이집트와의 경기를 김모 선배의 초대권으로 함께 가다.

스포츠 관전을 그리 즐기는 편은 아니지만 애써 챙겨주는 김 선배의 호의를 무시할 수는 없었다. 사실 난 축구경기나 야구경기 등 각종 스포츠 이벤트는 집에서 텔레비전을 통해 관전하는 데 익숙하다. 경기 룰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해설자의 설명과 필요한 부분을 다시 한번 보여주는 리플레이와 클로즈업 그리고 다양한 각도의 화면에 익숙해지다 보니 경기장에서의 직접 관전은 내게는 조금 낯 선 일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연고지 팀 하나 없는 시골에서 자란 탓에 경기장에서의 관전 경험이 그리 많지 않은 탓도 클 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빙점에 가까운 추위 속에 찾아간 상암 운동장의 야경은 글레디에이터의 콜롯세움을 연상케 한다. 광적이라 표현할 수 있던 2002년 월드컵의 열기를 직접 경험하기 보다 관전자로 바라봤던 내게 그것은 서글픈 현실이었다. 올림픽과 같은 국가의 대사를 치르는 데 있어 우리 국민들만큼 헌신적이었던 국민이 또 있을까?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모두 빨간색 티셔츠를 입고 '대한민국'을 외쳤다. 어떤 이는 감동이었다고 표현하지만 내게 그것은 서글픔 그 자체였다. 물론 과거의 억압적 국민동원에서 자발적 동원으로 바뀌었다는 긍정성을 염두에 두고서라도 그간의 신나는 일이 없던 일반인들에게 그것은 하나의 짜릿한 쾌감이었을 뿐이다. 두고두고 평생을 간직하며 살아갈 그런 쾌감 말이다. 전쟁에서 돌아온 군인들과 일반 서민들을 위해 열렸다던 고대 로마의 검투 시합과 현대 국가대항 축구시합 사이에서 차이점보다 유사성을 느끼는 건 혼자만의 생각일까. 그래도 현실이 고달픈 이들에게 웃을 수 있는 여유를 준다는 것은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경기 결과는 1:0으로 우리나라가 패했다. 축구의 광팬인 김 선배의 직접 해설과 붉은악마의 응원, 그 사이에서 해설과 응원 그 어느 것에도 열중하지 못하는 내 자신이 있었다. 그리고 김남일에 열광하는 서 선배를 떠올렸다(이후 확인해보니 역시 서 선배도 내가 앉은 스탠드 맞은편에 있었단다).
날씨가 추웠고 또한 이기지 못하고 진 경기였지만 그래도 당분간 2006년을 기다리는 사람들에게는 큰 기다림이었을 것이고 기대를 걸 수 있는 대상이었을 것이다. 그저 앞으로 국민들이 웃을 수 있도록 국가대표팀이 힘내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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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랑단...

길위에서 : 2005. 2. 1. 16:06
서울, 대구, 부산, 광주, 대전 그리고 다시 서울. 역마살이 살짝 도지려 할 때는 살짝 떠나는 법.



3년 만에 찾은 대구, 금강 휴게소의 얼어붙은 강가에 눌러앉은 어둠의 운치보다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이란 달갑지 않은 이름을 맞닥뜨리게 된다. IMF 때보다 더욱 어렵다는 작금의 경제현실을 고려할 때 '국채보상운동'이란 이름에 대한 나의 싸늘한 태도는 너무나 당연하다. 양극화가 더욱 극심해지고 있단 뉴스 보도를 접할 때마다, 결국 고통분담이란 힘 없는 자의 몫이고 보이지 않는 착취의 이데올로기일 뿐임을 되새기게 된다. TK로 상징되는 한국 보수의 원조 고향이란 간판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대구의 모습이겠지만 일제시대의 비밀결사운동과 해방 직후의 10월 봉기 그리고 1960년 2.28 학생의거를 기억하는 이는 얼마나 있을까? 전라도에 대한 이미지가 동학농민운동과 1980년의 광주 그리고 김대중으로 굳어진 것과 마찬가지로 대구의 이미지도 조작이고 날조이겠지.

부산으로 내려가던 고속도로 위에선 2km 정도의 간격으로 세워진 과속 감시 카메라가 인상적이었다. 대구에서 본 지방뉴스에서는 대다수의 카메라가 빈 카메라라고 하던데, 아무튼 조심하고 볼 일 아니던가. 역시 3년 만에 찾은 부산, 아직도 부산 발 제주 행 카페리는 저녁 7시에 부산항을 떠날 것이다. 3년 전 초여름, 그렇게 제대군인의 신분으로 카페리 위에서 바라본 부산은 검은 산들의 그림자 경사를 따라 다닥다닥 건물들이 들어선 피곤함의 도시였다. 물론 3년이란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도 부산의 거리에선 이질적인 사투리가 들려오고 방향감각을 상실한 난 단순 방문객일 뿐이었다. 물론 큰 기대도 없었지만 항구도시를 방문하고 바다 한 점 바라보지 못했다는 건 아쉬움이다. 

부산의 다음 기착지는 광주. 한 선배의 고향으로, 선배 부모님의 부음을 듣고 달려갔던 곳이다. 그리고 입대 직전 머리를 짧게 자르던 곳. 그렇게 우울한 기억이 많이 묻어난 도시에 도착했으나 아직 진행중인 대한민국 도시화에 따라 광주시청으로 기억하던 옛 도시가 아닌, 넓은 도로와 아파트 단지들이 곳곳이 들어선 신도시에서 부산과는 또다른 이질적 사투리를 접하게 된다. 우울한 기억에는 자연스레 술이 따르는 법. 광주 시내와의 거리를 물어보니 술집 종업원은 원래 서울 목동 사람이라 자신은 광주 지리를 잘 모른다고 답했다. 그래 어차피 당신이나 나나 이 곳은 낯선 도시일 뿐이다. 그저 필요에 의해 찾을 뿐인 곳. 그저 우린 자연스레 흘러갈 뿐이다. 필요에 의해 찾은 곳에 의미를 부여하는 건 쓸데없는 일이라며 혼자 도리질을 쳐본다.

호남고속도로를 달려 대전을 향한다. 대구와 부산, 광주를 거치며 유랑의 생활이 몸에 익었는지 일행들과 함께 저녁식사를 마친 후에는 개인 시간을 가져본다. 대구에는 초등학교 동창과 대학 선배가, 부산에는 군대 후임병과 대학 선배와 동창, 광주에는 역시 군대 후임병이 살고 있었지만 그저 일 보러 내려와서 내 심심함을 달래달라고 그들을 불러내는 것이 미안했다. 물론 보고싶기 때문에, 생각이 나기 때문에 그들에게 연락을 취할 순 있다. 하지만 내 이기심인지 아니면 진정한 그리움인지 구분할 수 없는 감정 상태로 그들에게 연락할 순 없었다. 사람이 심심풀이 땅콩이 아니듯 그들의 존재 자체는 자신의 생활권 내에서 나름대로의 가치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 녀석은... 하는 마음에 전화를 건 상대가 고향 친구녀석이다. 어느 연구소의 연구원이 되어버린 녀석은 그래도 대전에 들렀는데 연락 한번 하지 않은 걸 알면 누구보다 서운해할 게 뻔하기에 연락을 취했다. 옛 친구와의 만남은 조금 소모적일 수도 있다. 함께 공유하는 과거의 기억이 술안주가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녀석과의 만남은 늘 현재 진형형의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이제 곧 결혼을 앞 둔 녀석은 술자리 위로 아직 내게는 먼 고민들과 생각들을 풀어낸다. 그리고 난 내 이야기를 꺼내고... 공통점은 가족으로부터 떨어져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것. 조금 더 안정된 삶을 위해 이젠 결혼을 해야겠다는 녀석은 결혼식 사회를 내게 부탁했다. 난 그저 빙긋 웃으며 그 때 생각해보자는 이야기만 늘어놓을 뿐이었다. 결국 올 것이 오는 것인가... 심란하군... ㅋㅋ

전국을 한 바퀴 빙 돌았다. 말 그대로 유랑단 생활. 진짜 유랑단은 돌아갈 곳이 길밖에 없지만 우리에게는 돌아갈 집이 있다는 사실이 귀 시린 겨울 저녁 서녘에 걸린 노을 빛처럼 따뜻하다. 밀린 빨래거리만 가득한 가방과 피곤한 육신 그리고 약간의 감상을 갖고 돌아왔다. 서울... 이제 조금은 익숙하면서도 지독히 이질적이며 영원히 익명으로 남을 공간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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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끝에서 다시 시작하기


이제 긴 여행을 마감하고 돌아온 건가?
그래, 네가 직장이랑 그 모든 걸 뒤로하고 떠났다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땐, 참 너 답다는 생각이 들더구나.

혼자 보내는 시간을 배우기 위해 떠났다는 네 이야기가 못내 서운한 사람들도 있겠지만, 떠나기 전보다 훨씬 풍성해진 네 모습 앞에서는 서운함보다 반가움이 앞설거야.

궁극적으로 삶은 고득하다는 사실을 깨닫기까지 우리는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를 겪게되는 걸까? 누구나 유목의 삶을 꿈꾸지만 한반도의 좁은 땅덩이에 익숙해진 우리들의 마음 한 구석에는 귀속의 욕망이 꿈틀대고 있잖아. 이런 모순과 자기 아집을 태연히 맞이하기까지가 얼마나 힘든 여정이던가.

여행의 뒤안길에서 새로운 여정을 시작하는 네게 자신에게 충실한 시간이 놓이길 빌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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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증상...

길위에서 : 2005. 1. 10. 00:53
1.
늘 뭔가 읽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림.
책이든 신문이든, 무언가 읽다가 종착역을 지나치는 경우가 다반사임.

2.
열심히 읽으려 노력함에도 난독 증세를 보임.
심각함.

3.
읽든 보든 듣든, 뭔가 끼적여야 한다는 강박증 드러남.
어휘의 선택과 문장 구성에 심히 어려움을 느끼고 있음.

4.
난독증과 글쓰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작년 연말에 구입한 수제 노트에 일기를 끼적이기 시작함.
과거처럼 긴 일지를 쓰진 못하지만, 그래도 이 빌어먹을 조급증 치료에 도움이 될 듯함.
꾸준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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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증상

길위에서 : 2005. 1. 10. 00:53
1.
늘 뭔가 읽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림.
책이든 신문이든 무언가 읽다가 종착역을 지나치는 경우가 다반사임.

2.
열심히 읽으려 노력함에도 난독증 증세를 보임.
심각함.

3.
읽든 보든 듣든 뭔가 글로 끄적여야 한다는 증상을 보임.
여기서 어휘의 선택과 문장 구성에 심히 어려움을 느낀다는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음.

4.
난독증과 글쓰기의 문제점을 해결하려 작년 연말에 산 수제 노트에 일기를 끄적이기 시작함.
과거처럼 긴 일지를 쓰진 못하지만 그래도 이 빌어먹을 조급증 치료에 도움이 될 듯함.
꾸준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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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007

길위에서 : 2005. 1. 8. 10:21
무척 추웠다. 가뜩이나 웅크린 어깨가 옹송거릴 정도로 겨울바람은 차가웠다. 그렇게 찬 바람이 불던 오후, 양복쟁이들의 거리, 가끔은 투쟁의 거리가 되기도 하는 여의도 한복판에 내가 있었다. 넓고 깨끗한 인도와 높게 올라선 빌딩들은 거북한 이질감으로 내게 다가왔다. 결코 섞일 수 없을 듯한, 나와는 전혀 다른 세계와도 같은 반듯함과 깔끔함에 담배꽁초 흠집을 내고 싶다 느낀 건 내가 삐딱하기 때문이겠지.

날씨가 춥지 않았으면 그냥 길거리에 있었을 것을. 이질감으로 점철된 거리의 어느 커피숍에서 코코아 한 잔과 비스킷 한 조각, 그리고 윤후명의 소설책으로 시간을 달랬다.

창 밖으로 보이는 국회의사당 앞 전투경찰들을 배경으로 익숙한 얼굴이 다가온다. 아버지.

코가 얼고 귀가 떨어질 듯 추운 날 이질감과 괴리감이 만연한 공간에서 익숙한 얼굴을 대하던 순간, 내 맘 깊이 알 수 없는 울컥거림이 몸을 휘감는다. 왜 그랬을까? 1년 만에 긴 여행에서 돌아왔을 때조차 덤덤했건만 스물일곱이 되어 겨우 분기만에 만난 아버지 앞에서 느끼던 이 낯선 감정은 무엇이란 말인가.

"그 사이 더욱 말라 버렸네."

부자 사이의 대화는 단문 형태로 오고간다. 만남의 시간조차 길지 않았다.

"밥은 꼭 챙겨먹어라. 술 너무 많이 마시지 말고."

부모님의 잔소리로 치부해버려도 좋을 이야기. 그 이야기에 자칫 눈물을 쏟을 뻔 했다. 이질감과 거북함의 거리에서 그냥 펑펑 울어버리고 싶었다.

그렇게 짧은 시간을 보내고 아버지와 나는 수많은 익명의 인간들이 급히 오고가는 서울의 거리에서 헤어졌다. 아버지와 헤어져 학원으로 향하는 길, 내 손에는 저녁밥은 꼭 챙겨 먹으라는 아버지의 염려 대신 돈 5만원이 쥐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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