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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2.15 '언론, 언론인 60년'에 대한 유감 by 망명객
  2. 2007.07.08 새 시사저널, 9월의 선택 by 망명객

출처: 한국언론재단


오늘부터 22일까지 프레스센터 주차장 한 켠에 마련된 전시장에서 '언론, 언론인 60년'이란 제목으로 특별사진전시회가 열린다. 정부수립 60년 간 언론, 언론인이 걸어온 발자취를 돌아보자는 게 이번 행사의 취지다.

잠시 들른 프레스센터에서 우연히 둘러본 전시회. 행사장 곳곳에는 반백의 노년으로 접어든 언론인들이 회한에 찬 표정으로 전시물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 정말 옛날 사진들이다"라며 장탄식을 늘어놓는 사람도 있었다. 늘 사건의 현장을 지키던 그들이 이번 전시회에선 중심 피사체로 나서게 되었으니 그 감동이야 오죽하겠는가.

베트남에서 탈출 후 수송선 안에서 기사를 정리하고 있는 안병찬 기자, 방북취재 문제로 법정으로 끌려가는 리영희 교수, 74년 동아투위, 한총련 학생들을 취재하다 전경에게 구타당한 곽성호 기자 등이 눈에 띄었다. 이 뿐만이 아니다. 과거 언론사 편집국 전경이나 야근 풍경 등 언론환경 발전사를 되돌아볼 수 있는 자료들도 풍성했다. 

묵묵히 대한민국 정치, 경제, 사회 곳곳을 누비고 다녔던 언론이들. 그들의 지난 모습을 통해 현 언론현상의 성숙도를 가늠할 수 있을까. 안타깝게도 이번 특별전시회는 너무 일찍 터뜨린 샴페인이다. 평양방문 한국기자단 사진 밑에 이름이 걸려 있는 금창태 기자는 사장으로서 시사저널 사태를 일으킨 장본인이다(역설적이게도 그는 시사인을 만들어낸 일등공신이기도 하다). 동아투위는 아직도 싸우고 있다. YTN에서 해고된 이들은 또 어떤가.

언론계에서도 산업의 논리가 공익을 압도하는 시대다. 물론 먹고사는 문제는 인간사의 가장 중심적이고 중요한 테제다. 정치권력을 대신해 자본권력이 언론을 타락시킨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은 이 양자의 협공 시대가 아닌가. 바쁜 시간 쪼개 전시회를 둘러보고 나오는 자리, 곱게 늙은 언론인 출신 국회의원이 인사하기에 바쁜 모습이다.

대한민국 '언론, 언론인 60년', 아직 가야 할 길이 구만리다.
Posted by 망명객

90년대 후반에 대학생활을 한 망명객의 주변에는 '키노'세대 선배들이 존재했다. 망명객의 고향집 창고에도 몇 권의 키노가 썩고 있지만 감히 망명객 스스로를 키노세대라 떠벌릴 수는 없다. 망명객은 현학적이고 분석적이었던 키노에 비해 좀 더 대중적이었던 씨네21을 즐겨보았으니까.

그땐 그랬다. 대학에서도 좋아하는 월간지나 주간지를 수집하는 인간들이 꽤 존재했던 마지막 시대였다. 노땅 그룹의 몇몇 선배들은 술 마실 돈도 없으면서 '창작과 비평' 양장본 전질을 구입하기도 했다. 그들의 이야기는 학교로 찾아온 판촉사원의 울먹임에 거금을 들였다고 했다. 키노세대 이후 씨네21세대의 점유율이 높아가던 공간에 창비 전질을 판매하고자 찾아온 판촉사원의 용기가 가상타. 계간지의 시대는 확실히 졌고, 월간지보다 주간지가 번성하던 시대였으니까.

누구는 '말'지를 정기구독했으며, 어느 선배는 '미디어오늘'을 학회이름으로 구독 신청한 뒤 군대로 떠났다. 슬슬 잡지시장에도 무가지들이 하나둘 튀어나오던 시기로 기억한다. 시사주간지는 물론 한겨레21이었다. 게바라가 하나의 아이콘으로 자리잡기도 전, 그의 사진과 함께 '모든 억압에 저항하라!'는 모토를 전면에 내세운 97년 한겨레21 표지에 대한 기억이 또렷하다.

90년대 후반, 학회에서 정리한 '한국언론사'는 한겨레의 창간으로 끝을 맺고 있었다. 손석춘 씨의 "신문 읽기의 혁명"이 출판되었고 강준만 교수의 "인물과 사상"이 인기를 끌던 시기에, 다시 쓰는 한국언론사가 한겨레의 창간으로 끝을 맺고 있었다니... 아마 앞으로 동아투위나 언론통폐합과 같은 일은 없어야 한다는 믿음이었다. 역사는 진보한다는, 그런 믿음 말이다. 이효성 교수의 "정치언론"을 통해 언론상품을 통제할 자본의 위력을 어렴풋하게 나마 깨닫고 있었으면서도 그런 순진한 믿음을 지녔던 건 망명객이 아직 때가 덜 묻었던 시기였기 때문이리라.

일 년에 걸친 시사저널 사태의 끝은 시사저널 노조 소속 기자들의 사표 제출로 일단락되었다. 다음은 사직 기자들이 9월에 내놓을 새 매체. 그 매체가 궁금해 한국사회포럼 중 "시사저널 사태와 신 매체 설명회"를 다녀왔다. (설명회 장소인 덕성여대를 들어가려다 수위아저씨에게 붙잡혔다. "어디 가세요?" 아직 학생으로 보이나보다. 망명객의 인물값을 알아보신 수위아저씨에게 감사를... ㅋㅋ)

설명회장은 설명회를 준비한 이들이 실망할만큼 꽤 썰렁했다. 설명회는 새 매체보다 시사저널 사태 경과에 주안점이 찍혀있었다. 느낌? 방송에서 보던 그들은 꽤 지쳐보였지만 실제 그들은 자신감이 넘쳐나고 있었다는 점. 불편부당과 객관주의의 신화에 대한 믿음, 기존의 구독자들과 이번 사태를 겪으며 쏟아진 주변의 반응이 그런 자신감의 원천이며 새 매체의 주요 자산이라는 점을 엿볼 수 있었다. 길거리에서 사회적 소수자와 약자에 대한 관심을 키웠다는 그들. 아마 새 매체는 멋지게 자본과의 줄타기에 성공할 수 있으리라. 느낌이거덩~

9월부터는 지하철 가판대 앞에서 고민하게 될 것 같다. 시사저널 새 매체냐 한겨레21이냐. 요즘들어 부쩍 한겨레21에 읽을거리가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던 판국이니, 난 과감히 시사저널 새 매체에 투자할지도 모른다. (참, 씨네21은 지난 세기말부터 끊었다. 정훈이의 만화만 빼고. 물론 이도 몇 해 전부터는 시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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