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스팅을 보고서야 전어의 계절이 돌아왔음 깨달았습니다. 즉흥적으로 떠난 통영 여행에 앞서 트위터로 먹거리 추천을 부탁드렸더니 김 기자님께서 "통영에도 전어가 한창 제철입니다. 통영은 멸치회와 조림이 특히 별미죠. 술 좋아하시면 푸짐한 다찌집도 좋습니다."라며 친절히 답해주시더군요. 저와 제 친구의 선택은 전어회였습니다. 활어시장에서 전어와 함께 광어와 우럭도 구입했습니다만 광어는 살이 너무 물러 그냥 매운탕에 넣어 끓여 먹었습니다.
일상으로 돌아와 주변 지인들에게 "지난 주말 통영으로 전어회 먹으러 다녀왔다"고 이야기 했더니 "전어는 서해안이지"라는 반응이 돌아옵니다. 제가 남해에서 먹고 온 전어가 아마 서해 출신일 거라 이야기 하시는 분도 계시더군요. 정말 전어의 고향은 서해일까요?
위키백과 내용을 살펴 보면, 전어는 동아시아 연안에 분포하는 청어과 어종으로 남해와 서해에 많다고 나와 있습니다. 특산물과 관련해선 지역 축제를 빼놓을 순 없겠죠. 전어 관련 축제는 충남 서천 홍원항, 전남 광양 망덕포구, 경남 사천 삼천포항, 마산 어시장, 부산 명지시장에서 열립니다. 삼천포와 마산 어시장, 명지시장 전어축제는 8월, 서천과 광양의 전어축제는 9월 말에서 10월 초에 열립니다.
동해 전어는 남해와 서해 전어에 비해 살이 조금 더 붉은 편이랍니다. 전어의 고향은 전국권인 셈이죠. 단, 수도권에는 주로 서해안에서 잡힌 전어가 유통된답니다. 성격이 급해 금새 죽어버리는 전어의 특성 때문에 유통 경로가 짧을수록 좋다는 거죠. 누구에게나 고향 음식이 최고죠. 남해안 출신은 남해 전어를, 서해안 출신은 서해 전어를 최고로 친다지만, 유통업자들은 서해산보다 남해산 전어의 가격을 좀 더 쳐준다고 합니다.
결국 서해안 전어란 수도권의 지역적 한계에서 만들어진 이야기란 게 제 결론입니다. 전어철입니다. 정일근 시인의 이야기처럼 '저무는 가을 바다로 가서 전어나 듬뿍 썰어달라 하자'고 친구와 가족에게 이야기 할 계절입니다.
가을 전어
- 정일근
시인이여, 저무는 가을 바다로 가서 전어나 듬뿍 썰어달라 하자
잔뼈를 넣어 듬성듬성한 크기로 썰어달라 하자
바다는 떼지어 헤엄치는 전어들로 하여 푸른 은빛으로 빛나고
그 바다를 그냥 떠와서 풀어놓으면 푸드득거리는 은빛 전어들
뼛속까지 스며드는 가을을 어찌하지 못해 속살 불그스레 익어
제 몸속 가득 서 말의 깨를 담고 찾아올 것이니
조선 콩 된장에 푹 찍어 가을 바다를 즐기자
제철을 아는 것들만이 아름다운 맛이 되고 약이 되느니
가을 햇살에 뭍에서는 대추가 달게 익어 약이 되고
바다에서는 전어가 고소하게 익어 맛이 된다
사람의 몸속에서도 가을은 슬그머니 빠져나가는 법이니
그 빈자리에 가을 전어의 탄력 있는 속살을 채우자
맑은 소주 몇 잔으로 우리의 저녁은 도도해질 수 있으니
밤이 깊어지면 연탄 피워 석쇠 발갛게 달구어 전어를 굽자
생소금 뿌리며 구수한 가을 바다를 통째로 굽자
한반도 남쪽 바다에 앉아 우리나라 가을 전어 굽는 내음을
아시아로 유라시아 대륙으로 즐겁게 피워 올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