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새벽 그 거리에는 쏟아지는 빗줄기만큼 촛불들이 넘쳐나고 있었다.
형형색색 우의들의 틈바구니에서 분노에 찬 구호와 함께 서 있던 너를 발견했다.
긴 머릿결에 대롱대롱 매달린 머리핀, 콧망울 끝에 걸쳐진 안경을 밀어올리는 네 손동작, 피곤한듯 더욱 창백히 무표정한 얼굴.
낯설면서도 전혀 변하지 않은 예전 모습 그대로 넌 그 거리에 있었다.
널 발견한 순간 솟구치던 반가움과 망설임의 간극은 저 너머 우주의 그것처럼 너무 넓었다.
"안녕! 잘 지내지?"
혀 끝에 맴돌던 그 몇 마디를 차마 난 꺼낼 수가 없었다.
널 발견했을 때 내 머릿속은 이미 풀지 못할 실타래처럼 엉켜버렸기 때문이다.
아니, 갑자기 들이닥친 조직화된 폭력을 피해 도망치느라 그랬는지도 모른다.
거리에서의 우연한 만남.
그렇게 다시 헤어지는 줄만 알았다.
하지만 내가 가는 곳마다 넌 그 자리에 있었다.
비와 바람에 흔들리는 깃발 근처에서, 바위처럼에 맞춰 율동하는 대학생들 옆에서, 지친 몸둥이들이 육신을 숨기던 골목에서, 전의경들을 피해 도망치던 인파 속에서 넌 늘 내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불나비와 동지가가 울리던 동이 틀 무렵까지 난 네게 끝내 "안녕"이란 말 한마디를 꺼낼 수가 없었다.
비에 홀딱 젖은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그저 너의 안녕과 평안을 마음 속으로 빌 뿐이다.
살아남으라.
형형색색 우의들의 틈바구니에서 분노에 찬 구호와 함께 서 있던 너를 발견했다.
긴 머릿결에 대롱대롱 매달린 머리핀, 콧망울 끝에 걸쳐진 안경을 밀어올리는 네 손동작, 피곤한듯 더욱 창백히 무표정한 얼굴.
낯설면서도 전혀 변하지 않은 예전 모습 그대로 넌 그 거리에 있었다.
널 발견한 순간 솟구치던 반가움과 망설임의 간극은 저 너머 우주의 그것처럼 너무 넓었다.
"안녕! 잘 지내지?"
혀 끝에 맴돌던 그 몇 마디를 차마 난 꺼낼 수가 없었다.
널 발견했을 때 내 머릿속은 이미 풀지 못할 실타래처럼 엉켜버렸기 때문이다.
아니, 갑자기 들이닥친 조직화된 폭력을 피해 도망치느라 그랬는지도 모른다.
거리에서의 우연한 만남.
그렇게 다시 헤어지는 줄만 알았다.
하지만 내가 가는 곳마다 넌 그 자리에 있었다.
비와 바람에 흔들리는 깃발 근처에서, 바위처럼에 맞춰 율동하는 대학생들 옆에서, 지친 몸둥이들이 육신을 숨기던 골목에서, 전의경들을 피해 도망치던 인파 속에서 넌 늘 내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불나비와 동지가가 울리던 동이 틀 무렵까지 난 네게 끝내 "안녕"이란 말 한마디를 꺼낼 수가 없었다.
비에 홀딱 젖은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그저 너의 안녕과 평안을 마음 속으로 빌 뿐이다.
살아남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