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대'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09.07.02 드뷔시 산장 4 by 망명객
  2. 2009.04.01 Fly.B by 망명객
  3. 2008.02.18 사라져 갈 것 7 by 망명객

드뷔시 산장

이미지 잡담 : 2009. 7. 2. 23:32
0123



대학가 치곤 참 휑하디 휑한 곳이 왕십리 한양대 주변이다. 공학 계열이 강한 학교라 그런지, 경제문화적으론 참 낙후한 곳이 한양대 주변 상권이다. 그래도 숨겨둔 보물은 있는 법. '드뷔시 산장'은 한양대 상권 중에선 꽤 쓸만한 아우라를 갖고 있는 공간이다. (물론 당구 다이 300원의 전설과 함께 엄청난 진로소주 소비량을 보여주던 동네이기도 하다.)

90년대 후반만 하더라도 수염을 멋지게 기른, 정말 산장지기 같은 아저씨가 당대 한양대 주변에선 찾아보기 힘든 맛있는 커피를 직접 갈아 내주던 곳이 드뷔시 산장이었다. 그 아저씨는 지금 해외에서 살고 있다는 풍문이 돈다. 참, 이 공간은 감우성과 홍리나가 주연했던 드라마 '산'의 촬영장으로도 유명했다. 드라마 '산'은 촬영 중 홍리나가 산에서 추락하는 바람에 조기 종영한 불우한 드라마였지만, 극중 감우성이 아르바이트생으로 일하던 공간이 바로 드뷔시 산장이다. (친절한 블로거라면 당시 드라마 스틸 한 장 포스팅에 넣겠지만, 난 그리 친절한 블로거가 아니다. ^^;)

산장지기 아저씨가 산장을 떠난 후, 이 공간은 사주카페가 됐다. 산장지기 아저씨가 기본으로 내주던 보리차와 함께 맛난 커피를 잊지 못하는 사람들에겐 참 아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사주카페로의 변신, 드뷔시만이 지녔던 아우라는 많이 훼손됐다. 복학 후 몇몇 친구들과 사주를 보러가곤 했지만 예전에 느낄 수 있었던 따뜻함은 그 공간에 없었다.

다시 대학원생이 돼 돌아온 왕십리, 드뷔시 산장에서 사주도사 월광선생님을 만나게 됐다. 예전 90년대 후반에 졸업을 앞둔 복학생 선배들이 그랬듯, 나도 이곳에서 커피 대신 맥주를 주로 마셨다. 월광선생님은 부산에서 직접 공수해 온 오징어포를 기본 안주로 내주셨다. 그 오징어포를 계속 맛보기 위해, 난 주변 지인들에게 월광선생님의 사주를 입소문냈다.

"새로 대학원 들어온 신입생이라면, 우선 자신의 사주에 공부 사주가 있는지 확인해야 해~"

"왜, 남친이 말을 안 들어? 그럼 일단 월광선생님을 찾아가 봐~"

이런 식으로~~

작년 연말에 월광선생님이 떠난 뒤, 한동안 드뷔시를 찾지 않았다. 낡은 '사주카페' 간판 대신 조금은 감각적이고 이질적인 '타로카페' 간판이 건물 옆에 자리했지만, 내게 이곳은 드뷔시 산장일 뿐이다.

오랜만에 마음이 맞는 친구들과 드뷔시 산장을 찾았다. 산장은 예전보다 많이 밝아지고 깔끔해졌다. 아직 맥주는 카스 한 병(작은거)에 삼천 원이었다. 맛있는 오징어포는 없었지만, 아직도 이 공간이 남아 있다는 게 감사할 뿐이다.





꼬랑지 1 - 현 주인에게 물어보니 이곳의 명물이던 산장일기는 94년에 기록된 한 권밖에 남지 않았단다. 날적이... 그 안에 끼적이던 내 이야기는 어디로 사라진걸까? 알콜 촬영이라 사진은 좀 엉망이다. 다음에 기회가 닿을 때 더 좋은 사진을 올려야겠다.

꼬랑지 2 - 실내에선 무선인터넷 사용이 가능하다. 조명이 밝아진 만큼 조용히 책 읽기에 좋은 공간이다. 차값도 싸고, 마음이 답답할 땐 타로점도 볼 수 있다. 물론 점값은 치러야 한다.

꼬랑지 3 - 지금 월광선생님은 이대 근처의 사주카페에 계신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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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망명객

Fly.B

길위에서 : 2009. 4. 1. 22:21

왕십리 한양대 근처에 위치한 술집 'Fly.B'. 한양대 근처 술집 트렌드가 본격적으로 바의 시대로 접어들던 2005년 2월, '키스하리'란 야릇한 이름으로 첫 문을 연 이래로 난 이 술집을 종종 들르곤 한다. '키스하리'란 이름은 미국의 그래피티 작가 '키스 해링'의 이름을 그대로 딴 것.

이곳은 왕십리 근처에선 보기 드물게 다종의 칵테일을 맛볼 수 있다. 왕십리 칵테일 문화를 선도하겠다는 사장님의 굳은 의지는 많이 퇴색한듯 하지만 아직도 다종의 칵테일 리스트를 자랑하는 곳이다. 먹거리 장사도 유행을 심하게 타는 대학가에서 살아남기 위해 가게 이름도 지금의 'Fly.B'로 바꿨지만, 그닥 장사가 잘 되는 것 같진 않다. 물론 나도 칵테일보단 병맥주 몇 잔 홀짝거리는 게 다다. 

가게 안에 흐르는 음악은 90년대 학번들에게 익숙한 곡들이 대부분이다. 한때 밴드를 하셨던 사장님의 센스는 90년대에 머물러 있다. 한가한 바와 옛 음악. 조용히 맥주 한 잔 걸치기엔 딱이다. 아르바이트생도 없이 사장님 혼자 장사하는 경우가 많기에, 진정 홀로 음주를 즐기기엔 이곳만큼 안성맞춤인 곳이 없다. 


주문한 맥주 한 병 갖다준 뒤, 바 안쪽에 설치한 컴퓨터로 오락을 즐기시는 사장님. 조금 무서운 인상을 갖고 있지만 마음은 참 따뜻한 사람이다. 나와 사장님 사이에 나누는 덕담은 똑같다.

"술 좀 줄여~"

술집 손님들은 사장님 친구분들이 대부분이다. 사근동 원주민인 이 양반이 동네에서 술집을 열었으니, 그 원주민 친구들이야 친구 가게를 이용하는 게 인정일 터. 문제는 그 자리에서 사장님도 한 술 거나하게 걸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술집 사장치곤 마음이 여린 탓이겠지.

어쨌든 그 사장에 그 손님이고, 나이를 먹더라도 함께 늙어가는 친구같은 술집이 있다는 건 즐거운 일이다.
참, 같은 건물 지하에는 한양대 근처에선 전통을 자랑하는 웨스턴바 '76ers'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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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스카이뷴지 뭔지 지도 첨부하려 했건만, 파폭에서 에러난다.
돈 쳐 들여 개발해놨으면, 써먹게 만들어야지.
익스플로러에서도 몇 번 시도했다만, 자꾸 에러난다.

어쨌든 위치는, 한양대 동문회관 맞은편 베스킨라빈스, 그 한 블럭 뒤 골목을 이용해 동마중 방향으로 올라가는 방향에 위치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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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망명객

사라져 갈 것

길위에서 : 2008. 2. 18. 13:17

사용자 삽입 이미지

부귀식당 대표 메뉴 순대국과 닭개장

행당동 한양대 사거리의 한 켠에 '부귀식당'이란 식당이 있다. 간판이라곤 식당 입구 미닫이 문에 쓰인 '부귀식당'이란 네 글자가 전부인 이곳은 테이블 여섯 개 정도의 좁고 허름한 식당이다. 주메뉴는 닭개장과 순대국. 빨간 국물이 일품인 닭개장은 주당들의 쓰린 속을 깨끗이 포맷해주기에 뻑개장이라 불린다. 순대국은 오로지 머릿고기로만 채워져 한 끼 식사나 안주로 일품이다. 이 집을 다닌지 11년 째. 절대 웃을 것 같지 않은 쌀쌀한 주인 아저씨가 말아주는 뻑개장과 순대국의 묘미에 빠져 왕십리를 지나칠 때마다 이 곳을 들른다는 지인들도 여럿이다.

술집들이 12시면 문을 닫아야 했던 과거에도 이 곳은 새벽까지 장사를 했다. 왕십리역 주변에서 몇 차에 걸친 술자리를 끝내고 마지막에 몰려가는 곳은 항상 한양대 정문 건너편이었다. 지금은 출판공장이 되어버린 학사주점, 담근 술을 팔기에 돈 있는 학교 언론사 인간들이 주로 다녔던 사람세상, 라면 안주에 소주가 제공되며 냉동삼겹이라도 먹을라 치면 늘 상추가 없다며 김치를 더 얹어주는 아주머니가 운영하는 마기집(제대로 읽어야 한다. 잘못하면 마귀집으로 들릴 터), 테이블은 4개 밖에 없었지만 바닥에 문을 열면 수십명이 들어갈 지하 벙커 술자리가 일품이던 장원식당까지. 물론 해장국이 맛있는 김제식당도 괜찮다. 그렇게 한양대 정문 건너편 슬럼가도 한 때는 돈 없고 술고픈 이들의 천국이었다.

시간은 흘러 학사주점과 사람세상은 문을 닫았다. 마기집도 예전만 못하다. 장원식당은 주인 아주머니가 바뀐 뒤는 한 번도 찾아가지 않았다. 그래도 부귀식당은 여전했다. 24시간 문을 여는 이곳은 늘 낮보다 자정이 넘은 새벽 시간에 사람들로 붐빈다. 그렇게 한양대 정문 건너편의 마지막 천국이었던 부귀식당이 곧 문을 닫는다. 몇 년 전부터 이야기가 나오던 행당동 재개발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4월까지는 장사를 접어야 한다는 게 주인 아저씨의 이야기다. 아쉬워하는 손님들에게 주인 아저씨는 37년생인 자신도 이젠 쉴 때가 되었다며 '허허' 웃음소리로 화답할 뿐이다.

뻑개장과 순대국, 술국과 머릿고기를 사이에 두고 각자의 잔에 눌러 담던 건 정이었다. 그 자리에서 누구는 세상에 대한 얼치기 사자후를 내뱉었으며 누구는 눈물을 흘렸고 누구는 연정을 품었다. 그리고 우리는 함께 웃었다. 잘 가거라 나의 20대여.


그나저나 이제 막잔은 어디서 들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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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망명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