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저것 관련 업무들을 마무리 짓고 허겁지겁 김포공항으로 달려가 비행기에 올랐다. 일년만의 귀향. 간만에 탄 비행기가 낯설었는지 비행 내내 고도에 따른 기압차에 적응하지 못한 오른쪽 귀가 아파왔다. 코를 막고 입안에 공기를 모아넣어서야 막혔던 오른쪽 귀가 뚫리며 통증이 가라앉는다. 반대편 창으로는 서녘으로 넘어간 태양이 남긴 노을의 잔상이 한 폭의 풍경화처럼 다가온다.

채 한 시간이 안 되는 비행을 마치고 트랩에 내려서니 코 끝으로 짭조롬한 바람이 스쳐간다. 익숙한 듯 하면서도 낯 선 그 냄새. 삶의 삼분의 이를 이 소금기 머문 바람에 떠밀려 살았건만 간사한 몸뚱이는 이내 흥분한 듯 새로운 환경으로 받아들이는 듯 하다.

공항에서 집으로 오는 길은 늘 익숙하다. 택시기사에게 자연스레 사투리가 섞인 말투로 행선지를 알려준다. 이를 자연스레 알아듣는 택시기사. 이제서야 고향에 왔음을 실감하게 된다. 어두운 거리 저 편에 패밀리레스토랑 VIPS 간판이 보인다. 이미 이마트와 같은 대형마트도 들어온 상황에서 일개 패밀리레스토랑의 간판 정도에 놀라다니. 대형 유통사업과 체인사업이 한국인의 생활 모델을 이끌어가는 상황에서 VIPS 간판이 놀랄 일이더냐.

고향집에 내려올 때마다 변화하는 고향의 모습을 목도하곤 한다. 새롭게 뚤린 도로와 상가에 들어찬 새로운 체인점들. 그러한 변화가 나쁜 건 아니다. 설마 그 거리를 활보하는 사람들까지 변한 건 아닐테니까. 물론 어머니가 끓여주신 된장국 맛은 변하지 않았다. 아무리 사람 몸뚱이가 간사하다지만 미각의 기억은 여전하니까.

모두들 즐거운 설 연휴 되시길 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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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망명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