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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5.02.06 웃어야지 - 쿵푸허슬 by 망명객


부산의 겨울 거리엔 비가 내리고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이질적인 사투리와 상실된 방향감각, 익숙하지 않은 유랑 일정이 육체적 피곤함을 불러일으키는데, 추적추적 내리는 겨울비는 보도블럭 사이사이로 우울의 싹을 키우고 있었다. 이럴 땐 아무 생각 없이 웃어야한다며 일행과 함께 부산 서면의 롯데백화점 내 극장을 찾았다.

주성치의 '쿵푸허슬'.

결론은 대 만족.

정말 오랜만에 보는 홍콩영화다. '소림축구'도 케이블 채널을 통해 봤으니 극장에서 보는 홍콩영화는 천삼백이십칠년만인 듯하다. 오우삼, 주윤발, 성룡, 이연걸 등 어린시절 우리를 환호하게 만든 이들은 어느새 헐리우드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젠 주성치만 남은 것. 물론 '쿵푸허슬' 조차 헐리우드 자본이 만들어낸 작품이긴 하지만 서구인 한 명 나오지 않는 홍콩영화 그 자체로 인정해 줄 수 있지 않을까. 이젠 황량한 벌판만 남은 곳에 독야청청 남아 있는 초인이 있어 아직도 우린 홍콩영화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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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망명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