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09.02.06 대학 졸업 = 백수 취임(?) 1 by 망명객
  2. 2008.12.11 돈 없으면 취업도 힘들다 1 by 망명객
  3. 2008.08.06 망명객의 미투데이 - 2008년 8월 6일 by 망명객
아직도 대학가에 있다 보니, 대학 4학년 학생들의 한숨소리를  쉬이 듣곤 합니다. 지난 연말, 마지막 기말고사 시험을 치르던 제 후배가 답안지를 제출하며 "이제 대한민국 청년실업자에 제 머릿수를 더하세요"라고 말하더군요. 썩쏘를 날리며 시험장을 나서던 후배의 축 처진 뒷모습이 참 안타까웠습니다. 오늘 후배들 동아리방에 들렀더니 졸업식과 함께 백수 취임식이 열린다는 공지가 화이트보드에 적혀 있더군요.


이제 곧 졸업식 시즌입니다. 올해에도 학교 정문에선 꽃다발 판매상들이 진을 치고 있겠죠. 아울러 축하의 자리에 함께할 가족들의 행렬도 여전할 겁니다. 그러나 정작 졸업식의 주인공이어야 할 졸업생들의 마음은 어떨까요. 특히 올해에는 같은 졸업생이더라도 취업에 성공한 자와 그러지 못한 자 사이에 극명한 흑백 대비가 예상됩니다. 물론 이를 바라보는 가족들에게도 명암이 드리우겠죠..

갑자기 제 고등학교 졸업식이 떠오릅니다. 절친힌 친구 녀석이 대학 진학에 실패했다는 이유만으로 졸업식에 나타나지 않더군요. 긱스의 "그땐 그랬지"의 노래 가사처럼, 대학만 들어가면 고생 끝 행복 시작이라 생각했던 당시가 아직도 아련합니다. 아마 이번에 대학을 졸업하는 제 후배들도 비슷한 기억을 갖고 있겠죠.

요즘 대학가에선 9학기가 대세입니다. 물론 예전에는 저처럼 공부를 못한 애들의 전유물이던 9학기가 지금은 취업을 위한 필수 코스처럼 여겨지고 있습니다. 부러 교수에게 A학점을 F로 처리해 달라 부탁하는 예비 졸업생들도 부지기수랍니다. 이미 지난 학기에 올 2월 졸업을 공표하던 한 후배도 결국 한 학기를 더 결심하더군요. 그 친구는 지난 설날에 집에서 무슨 이야길 꺼냈고 어떤 이야길 들었을까요.


후배들 동아리방 한 켠에 게바라의 포스터와 학교 근처 식당 전단이 나란히 걸려 있습니다. 결국은 먹자고 공부했고 살자고 배웠습니다. 하지만 먹고사는 그 길이 너무 험한 길이라 느끼고 있는 게 이 땅의 예비 대학 졸업자들의 심정일 겁니다. 아마 게바라 선생도 다 같이 먹고살고자 혁명을 했겠죠.

학교로 출강 나온 한 386 연배의 선배는 제 앞에서 그런 이야길 꺼내더군요.

"난 수업 들어가면 애들 욕부터 해. 현 세상에서 가장 취약한 바보들이 바로 대학생이야. 얘네들이 데모를 해, 그렇다고 연대를 해. 그저 지들 잘난 맛에 살다가 그렇게 당하는 거야."

글쎄요. 교단 위에서 조용히 앉아 있는 학생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답답하겠죠. 하지만 더욱 답답한 건 바로 묵묵히 강의를 듣고 있는 학생들이 아닐까요. 물론 선배의 이야기 중 일부는 수긍이 가기도 합니다. 학점, 토익, 연수, 인턴, 봉사활동 등 수많은 활동으로 직장인보다 바쁘게 뛰어다는 게 요즘 대학생입니다. 어느 하나 모자람 없이 완벽한 인간형을 구현하려니 포장은 그럴싸 하지만 그 속 알맹이는 허당인 경우가 많다는 거죠.

물론 모든 대학생이 다 그렇다는 건 아닙니다. 좋은 일자리는 줄어들었고 구직자는 넘쳐납니다. 좋은 인재를 뽑고자 하는 게 기업의 욕심인데, 기업의 눈 높이에 맞추려니 대학생들은 어쩔 수 없이 다양한 활동들로 자신의 이력서를 꾸며갑니다.

졸업을 미룬 후배들이나 이번에 졸업하는 후배들이나, 모두의 앞날에 축복만이 가득하길 빌어주는 게 제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겠죠.

이렇게 남 이야기처럼 글을 쓰고 있지만, 정작 제 앞가림도 걱정입니다.


Posted by 망명객
토익 시험을 처음 치른 건 대학 3학년이 끝나갈 시점이었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후배 따라 강남의 어느 거리에서 토익 응시원서를 작성했던 게 지난 세기 말. 토익이란 게 뭔지 경험삼아 쳐 봤다지만, 사전지식이 전무했던 관계로 수험표와 함께 컴퓨터용 사인펜 두 자루만 달랑 들고 고사장에 들어섰다.

감독관 왈, "본 시험 답안 표기는 연필이나 샤프로 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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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용 사인펜이 아니라 연필이나 샤프를 이용하라니 낭패였다. 다행히 앞자리에 앉은 분께 연필 한 자루를 얻어 무사히 시험을 치를 수 있었다. 성적? 난 지난 세기에 치른 첫 토익 성적을 잊지 않을 만큼 기억력이 좋은 편은 아니다. 다만 토익성적 800점 대 이상이면 무난히 취업을 할 수 있었고, 900점 대는 신의 경지였다는 정도는 기억한다.

21세기가 됐다. 토익만으로는 모자란지 각종 자격 시험들이 난무하기 시작했다. 한국어능력시험, 한자능력시험, 텝스, 한국사시험, MOS 등등... 각종 자격시험 대비 강좌 안내 포스터가 대자보를 대신해 캠퍼스를 뒤덮었다.

오늘, OPIc(오픽)이란 영어시험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복학생 후배에게 물어보니, 영어구술시험 비슷한 건데, 삼성 입사시험에 반영된다고 요즘 많이들 보고 있는 시험이란다. 응시료가 7만원이 넘는 시험이다.

토익 900 중반 이상, MOS 취득, 한자자격시험 2급 등 후배들의 현란한 스팩을 듣고 있자니 머리가 아득해진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돈을 투자한 것일까. 4년치 대학 등록금에 각종 자격 취득비용까지, 대학생이 봉인 세상이 된 건 아닐까.

이런 세상에 독서 자격증이 생긴다 해도 하나도 이상할 게 없을 듯 하다. 독서 유무와는 상관없이 책 한 권 구입시, 책 한 권 대출할 때마다 개인별로 포인트를 적립해 독서 자격증을 주는 것이다. 그러면 책이 좀 팔리는 세상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책 읽는 사회가 아니라 책이 팔리는 사회 말이다. (장르별 안배까지 고려한다면 머리가 복잡해지니 일단 여기서 접자) 어차피 토익 900 이상의 영어 벙어리들이 양산되고, PPT 하나 제대로 만들 줄 모르는 MOS 자격증 소지자들이 늘어나는 판국에 독서자격증 같은 얼치기 자격증 하나 생긴다고 해도 이상할 건 없으리라.

공교육 강화를 아무리 외친들, 각종 자격 시험에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사회 시스템 속에선 관련 사교육 시장이 커질 수밖에 없다. 좋은 일자리는 줄어들고 대학 졸업을 앞둔 산업예비군들은 초조하다. 단기속성 특강이 버젓이 횡횡하는 캠퍼스, 실용은 곧 돈이다. 등록금으로는 전공 수업을 듣고, 각종 자격시험은 개인 주머니에서 알아서 해결하라는... 그래서 취업은 돈이다.



Posted by 망명객

  • 나이를 먹는다는 건 조금 슬픈일이다. 그러나 중요한 건 자신의 밥그릇을 떳떳하게 챙기는 일일 것이다. 중요하다. 떳떳하게… 어려운 일이니 더욱 중요하다. 나? 忘命客 ㅋㅋ(차탈래부인의 첫사랑과 닭장차, 차탈래부인님 포스팅일 읽다가) (차탈래부인 나이 떳떳하게밥그릇챙기기)2008-08-04 20:45:15



  • 쩝, 소문은 소문을 낳고, 원서라곤 작년에 입학원서 쓴 게 마지막이건만, 도대체 왜 취업했다는 소문이 도는 거지? 난 논문주제 때문에 정신이 없건만…(소문 취업 논문)2008-08-05 22:05:29

  • (★다인아빠★현장상황 전합니다.) 촛불 초창기, 장기전이며 광복절까지 촛불이 이어질 거라는 이야기에 에이~ 설마~ 하고 고개를 저어댔다. 그런데 정말 8월이 왔고 광복절이 코 앞으로 다가왔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라고 했던가. 슬픈 여름이다. (촛불 장기전 촛불광복절)2008-08-06 03:28:36

이 글은 망명객님의 2008년 8월 4일에서 2008년 8월 5일까지의 미투데이 내용입니다.

Posted by 망명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