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21 박용현 편집장은 '두 가지 죽음'이란 칼럼에서 용산참사와 강호순 사건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는 무고한 죽음이란 결과를 이 두 사건의 공통점으로 지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공권력의 사각지대에서 벌어진 죽음과 그 치안 공권력의 능동적 작전과정 중 발생한 죽음이란 점을 차이점으로 꼽고 있죠.

이 두 가지 죽음을 다루는 언론의 시선도 크게 다르더군요. 아무래도 강호순 사건에 비해 용산참사가 가해 책임을 두고 더욱 복잡한 양상을 보이는 게 당연하겠죠. 아울러 공권력에 대한 보도 태도도 극명히 대비됩니다. 용산참사가 김석기 경찰창장 내정자의 책임 소재 문제에 집중된 반면 강호순 사건과 관련해선 담당 관할서 형사들의 끈질긴 추적과 프로파일러에 관한 내용이 집중 부각되고 있습니다.

아울러 우린 이 두 죽음에서 뉴스 보도가 갖고 있는 한계점들도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우선 MBC PD수첩을 통해서야 비로소 부각된 용역직원의 작전 투입 논란이 그렇습니다(관련 포스팅). 모든 방송국이 용산사태 관련 동영상을 갖고 있었지만, 그 안에서 용역직원들이 직접적으로 작전에 투입된 사실을 꼬집은 건 PD저널리즘이었습니다.

  Warning Over UKs Use Of Surveillance Technology

다른 하나는 CCTV를 바라보는 시선입니다. 강호순을 붙잡을 수 있었던 건 CCTV의 도움이었습니다. 이미 몇 차례에 걸쳐 살인사건이 벌어졌지만 치안 공권력의 사각은 그만큼 넓었습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CCTV 및 보안 관련 종목을 주목하라는 증권가의 이야기가 보도되고 있습니다. 치안 공권력의 사각 지대가 사기업의 성장을 돕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더군요. 아울러 CCTV 수를 늘리겠다는 경찰청의 발표도 이어집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문제 제기성 보도는 눈씻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더군요.

이미 CCTV 설치를 두고 행정편의와 주민감시란 논란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끔찍한 사건 앞에선 감히 CCTV 설치 확대안에 대해 반대 의견을 펼칠 용기가 나지 않더군요. 저널리즘 학자들이 이야기한 '침묵의 나선' 이론은 바로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일 겁니다.

글쎄요, CCTV가 용산의 망루 안에도 있었다면 어땠을까요. 이 또한 용산참사의 결정적 단서가 됐을 겁니다.  이제 치안 공권력이 우리 모두를 지켜줄 수 없다는 건 확실합니다. 더 많은 희생자가 나기 전에 강호순을 붙잡을 수 있었던 건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많은 사람이 무고히 죽기 전에 그를 붙잡지 못한 건 단순히 그가 지능적인 사이코패스였기 때문일까요.

이제 우리는 범죄의 유령에 맞서 CCTV를 설치하고 호신용 무기를 소지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부담해야 합니다. 국가의 무능은 고스란히 국민의 부담으로 돌아가게 되어 있죠. 호신용 무기요? 어쩌면 호신용 무기로 화염병을 파는 국가가 될지도 모르겠군요. 아울러 사설 방범업체와 함께 용역직원이 늘어나는 것도 일자리 창출이라 우기는 국가가 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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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망명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