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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6.28 냉동삼겹살 4 by 망명객
  2. 2008.02.18 사라져 갈 것 7 by 망명객

냉동삼겹살

이미지 잡담 : 2009. 6. 28. 05:12
마기집 냉동삼겹살


■ 방법론재수강 님의 냉동 삼겹살 포스팅


라면 안주 삼아 소주 빨 수 있는 곳이 마기집이었다. 호주머니 얇은 학생들의 성지. 만원짜리 한 장이면 대충 둘이서 얼근히 취할 수 있는 곳. 오돌뼈가 괜찮은 술집 겸 밥집이었다. 이제 마기집은 부귀식당과 함께 재개발의 명목 아래 옛이름이 돼버렸다.

냉동삼겹살은 마기집의 정점을 이루던 메뉴다. 호기롭게 냉동삼겹살을 주문하던 날이면 늘 주인 할머니는 상추가 없다며 푸념을 늘어놓곤 했다. 상추가 나오길 기대하는 건 마기집에 대한 모독이다. 마기집에는 상추가 늘 없었고,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던 우리는 주인 할머니에게 김치나 많이 달라는 주문사항을 건네곤 했다. 

냉동삼겹살의 정점 시즌은 반팔 티셔츠에 반바지를 입고 다니는 여름철이다. 호일 위에서 쪼그라들며 익어가는 냉동삼겹살은 잃어버린 부피 만큼의 눈물을 흘렸고, 기름과 만난 수분은 불판을 달구던 불꽃의 크기에 비례해 주변 상 위를 어지럽혔다. 아, 맨 살 드러난 팔다리도 기름 박격포의 사정권 안에 들게 된다.

팔다리 위로 기름 맞으며 마시는 소주는 달다. 포물선을 그으며 날아가는 기름, 말 그대로 지글거리며 달구어진 호일 위는  정말 소주맛 나는 술자리를 선사한다. 전쟁같은 밤일을 마치고 난 새벽 시린 가슴 위로 찬 소주를 붇는, 절절한 아우라가 펼쳐진다. 물론 지글거리는 호일 위는  

마기집이 문을 닫고 정육점식당도 업종을 변경했다. 점점 냉동삼겹살을 맛볼 수 있는 곳이 사라지고 있다.


아직 제일식당이 남아 있다.

방법론 재수강 하시는 형님께선 신규 발굴 아이템을 어여 이 후배에게 알려주시길...
(한방 쏴달란 소리지... 우리 얼굴 본 지도 백만 년 지난 것 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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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망명객

사라져 갈 것

길위에서 : 2008. 2. 18. 13:17

사용자 삽입 이미지

부귀식당 대표 메뉴 순대국과 닭개장

행당동 한양대 사거리의 한 켠에 '부귀식당'이란 식당이 있다. 간판이라곤 식당 입구 미닫이 문에 쓰인 '부귀식당'이란 네 글자가 전부인 이곳은 테이블 여섯 개 정도의 좁고 허름한 식당이다. 주메뉴는 닭개장과 순대국. 빨간 국물이 일품인 닭개장은 주당들의 쓰린 속을 깨끗이 포맷해주기에 뻑개장이라 불린다. 순대국은 오로지 머릿고기로만 채워져 한 끼 식사나 안주로 일품이다. 이 집을 다닌지 11년 째. 절대 웃을 것 같지 않은 쌀쌀한 주인 아저씨가 말아주는 뻑개장과 순대국의 묘미에 빠져 왕십리를 지나칠 때마다 이 곳을 들른다는 지인들도 여럿이다.

술집들이 12시면 문을 닫아야 했던 과거에도 이 곳은 새벽까지 장사를 했다. 왕십리역 주변에서 몇 차에 걸친 술자리를 끝내고 마지막에 몰려가는 곳은 항상 한양대 정문 건너편이었다. 지금은 출판공장이 되어버린 학사주점, 담근 술을 팔기에 돈 있는 학교 언론사 인간들이 주로 다녔던 사람세상, 라면 안주에 소주가 제공되며 냉동삼겹이라도 먹을라 치면 늘 상추가 없다며 김치를 더 얹어주는 아주머니가 운영하는 마기집(제대로 읽어야 한다. 잘못하면 마귀집으로 들릴 터), 테이블은 4개 밖에 없었지만 바닥에 문을 열면 수십명이 들어갈 지하 벙커 술자리가 일품이던 장원식당까지. 물론 해장국이 맛있는 김제식당도 괜찮다. 그렇게 한양대 정문 건너편 슬럼가도 한 때는 돈 없고 술고픈 이들의 천국이었다.

시간은 흘러 학사주점과 사람세상은 문을 닫았다. 마기집도 예전만 못하다. 장원식당은 주인 아주머니가 바뀐 뒤는 한 번도 찾아가지 않았다. 그래도 부귀식당은 여전했다. 24시간 문을 여는 이곳은 늘 낮보다 자정이 넘은 새벽 시간에 사람들로 붐빈다. 그렇게 한양대 정문 건너편의 마지막 천국이었던 부귀식당이 곧 문을 닫는다. 몇 년 전부터 이야기가 나오던 행당동 재개발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4월까지는 장사를 접어야 한다는 게 주인 아저씨의 이야기다. 아쉬워하는 손님들에게 주인 아저씨는 37년생인 자신도 이젠 쉴 때가 되었다며 '허허' 웃음소리로 화답할 뿐이다.

뻑개장과 순대국, 술국과 머릿고기를 사이에 두고 각자의 잔에 눌러 담던 건 정이었다. 그 자리에서 누구는 세상에 대한 얼치기 사자후를 내뱉었으며 누구는 눈물을 흘렸고 누구는 연정을 품었다. 그리고 우리는 함께 웃었다. 잘 가거라 나의 20대여.


그나저나 이제 막잔은 어디서 들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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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망명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