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09.12.19 연말 품절남과 품절녀... by 망명객
  2. 2009.03.28 10년 연애, 평생 연애 4 by 망명객
  3. 2008.04.20 결혼공장 by 망명객
봄이 가고 가을도 지나가버린 겨울 거리, 새해가 오기 전에 기필코 결혼을 하겠다는 일군의 무리들 덕에 주말마다 챙겨야 할 결혼식들이 무더기입니다. 오늘도 대구와 서울에서 같은 시간에 품절남과 품절녀가 되려는 지인들의 결혼식이 있었습니다. 멀다는 핑계로 대구 대신 신사역 근처의 결혼식장을 찾았습니다. 

신랑은 학자가 되겠노라며 멀리 미쿡 마이애미 시골에서 선덕여왕 본방을 사수하고 있던 제 대학원 동기입니다. 이 녀석이 10년 연애의 결실을 보겠노라며 도미 4개월 만에 고국땅으로 돌아와서는 화촉부터 밝혔습니다. 도미 직전에는 이 녀석을 또 언제 보나 싶더니, 4개월 만의 해후는 떠나는 이의 비장함과 떠나보내는 이의 아쉬움을 머쓱하게 만들더군요. 






청첩장을 받던 자리에서 처음 만난 신부는 식장에서 더욱 고운 자태를 뽐내더군요. 식장에 들어가기 전까지 다시 한 번 심각하게 고민해보라는 장난끼 가득한 제 조언에 "다시 한 번 생각해볼게요"라고 답하던 신부는 결국 제 동기 녀석을 평생의 친구로 받아들였습니다. 






연애 기간이라고는 10년이란 세월이 흘렀습니다. 강산이 한 번 변한 시간은 서로가 서로를 닮아가는 과정이었겠죠. 이제 남은 생은 두 사람이 더 먼 세계를 향해 함께 걸어가는 시간입니다. 오늘 결혼식에서는 돈 봉투 들고 있을 때의 신랑신부 표정이 제일 좋더군요. 






대학원에 파란만장하지 않은 기수가 없다지만, 참 힘든 시간 이겨낸 친구들이 저와 제 동기들입니다. 오랜만에 동기들끼리 모여 사진 한 장 찍었습니다. 결혼식을 마치고 폐백실로 향하는 신랑을 납치한 저희 여동기들(일명 '펑클' or '펑크')은 대만인과 중국인들이죠. 우리 펑클에게 동기의 결혼식은 또다른 추억이 되었겠죠. 

다시 한 번 KHS 군과 LKM 양의 결혼을 축하합니다. 





Posted by 망명객

작년 이맘때, 학교 근처 골목에서 우연히 마주치자 마자 제게 삼천 원을 내놓으라 강요하던 커플이 있었습니다. 세기말 시작된 연애가 어느덧 10년 가까운 사귐으로 이어지고 있었죠. 눈치 없는 솔로는 축하주를 쏘겠노라며 삼천일 기념 데이트를 즐기던 커플을 무작정 술집으로 끌고 갔었습니다.

삼천일에 일 년이란 시간이 더해졌습니다. 친구들 사이에서 '외계인 커플'이라 불리던 이 녀석들이 오늘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10년이란 믿음이 평생의 약속으로 이어지는 그 순간, 저와 친구들이 함께 축하를 건넸죠.

가끔 결혼하는 커플들이 부러울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 녀석들은 그리 부럽진 않더군요. 지난 10년이 그랬듯, 이 녀석들의 남은 인생도 지난 10년과 똑같을 테니까요. 이외수 선생이 사모님과 전우애로 산다고 이야기를 하듯, 이 녀석들의 결혼도 전우애로? ㅋㅋ


꼬랑지 - 요즘 부쩍 소식이 뜸하던 지인들로부터 연락을 자주 받습니다. 죄다 결혼한다는 소식만 전하더군요. 오늘 이 커플을 시작으로 5월까지, 마의 결혼식 시즌이 시작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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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망명객

결혼공장

카테고리 없음 : 2008. 4. 20. 19:49

봄을 맞아 주말마다 도심 곳곳의 결혼공장을 찾아가게 된다. 늘 집에 걸려 있기만 하던 양복을 걸쳐 입고, 공장 입구에서 지인의 이름을 확인하고, 떠밀리듯 지갑에서 만원권 지폐 몇 장을 봉투에 넣어 식권과 교환을 한다. 멋지고 예쁜 신랑신부에게 축하의 이야기를 건네고, 역시 축하사절로 참석한 몇몇 지인들과 시시껄렁한 안부를 나누고, 들리지도 않는 주례사를 경청하는 척 하다가, 사람들 틈바구니 속에서 사진을 찍는다. 어차피 결혼 당사자는 기억을 못할 테니, 되도록 사진은 함께 찍어주는 센스가 필요하다. 중요한 건 식사. 결혼 시즌을 맞이해 식장은 하객들로 만원이다. 몰려드는 인파에 피로연 자리는 북새통이다. 이렇게 사람이 밀릴 경우에는 머릿수로 떨어지는 갈비탕이 최고련만 뷔페일 경우는 다시 북새통 속을 헤매고 다녀야 한다. 재수가 좋을 경우는 폐백을 마친 신랑신부와 다시 인사할 시간을 맞게 되지만, 요즘같은 경우는 거의 식사를 마치는 것 자체가 행운에 속하기 때문에 인사고 나발이고 자기 배 채우기가 우선이다. 시간대 마다 한쌍의 커플이 기성품처럼 쏟아져 나온다. 시간대별로 식장을 꾸민 화환도, 하객들의 면면도 교체가 된다. 능력있는 하객은 점심과 저녁 식사는 물론 간식시간의 끼니도 식장에서 해결하기도 한다. 다만 식장 동선을 잘 그릴 경우에나 가능한 경우이다.


결혼도 기성품 찍어내듯 다루는 세상에, 하객이라고 다를 쏘냐.


어쨌든, 결혼하는 모든 지인들이 행복하길 빈다. 즐~~

Posted by 망명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