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가고 가을도 지나가버린 겨울 거리, 새해가 오기 전에 기필코 결혼을 하겠다는 일군의 무리들 덕에 주말마다 챙겨야 할 결혼식들이 무더기입니다. 오늘도 대구와 서울에서 같은 시간에 품절남과 품절녀가 되려는 지인들의 결혼식이 있었습니다. 멀다는 핑계로 대구 대신 신사역 근처의 결혼식장을 찾았습니다. 

신랑은 학자가 되겠노라며 멀리 미쿡 마이애미 시골에서 선덕여왕 본방을 사수하고 있던 제 대학원 동기입니다. 이 녀석이 10년 연애의 결실을 보겠노라며 도미 4개월 만에 고국땅으로 돌아와서는 화촉부터 밝혔습니다. 도미 직전에는 이 녀석을 또 언제 보나 싶더니, 4개월 만의 해후는 떠나는 이의 비장함과 떠나보내는 이의 아쉬움을 머쓱하게 만들더군요. 






청첩장을 받던 자리에서 처음 만난 신부는 식장에서 더욱 고운 자태를 뽐내더군요. 식장에 들어가기 전까지 다시 한 번 심각하게 고민해보라는 장난끼 가득한 제 조언에 "다시 한 번 생각해볼게요"라고 답하던 신부는 결국 제 동기 녀석을 평생의 친구로 받아들였습니다. 






연애 기간이라고는 10년이란 세월이 흘렀습니다. 강산이 한 번 변한 시간은 서로가 서로를 닮아가는 과정이었겠죠. 이제 남은 생은 두 사람이 더 먼 세계를 향해 함께 걸어가는 시간입니다. 오늘 결혼식에서는 돈 봉투 들고 있을 때의 신랑신부 표정이 제일 좋더군요. 






대학원에 파란만장하지 않은 기수가 없다지만, 참 힘든 시간 이겨낸 친구들이 저와 제 동기들입니다. 오랜만에 동기들끼리 모여 사진 한 장 찍었습니다. 결혼식을 마치고 폐백실로 향하는 신랑을 납치한 저희 여동기들(일명 '펑클' or '펑크')은 대만인과 중국인들이죠. 우리 펑클에게 동기의 결혼식은 또다른 추억이 되었겠죠. 

다시 한 번 KHS 군과 LKM 양의 결혼을 축하합니다. 





Posted by 망명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