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베거스에서 열린 CES를 기점으로 3DTV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늘어났다. 지난해 연말 영화 '아바타'의 개봉과 함께 새해 IT계의 화두가 3D 증강현실이 될 거라는 예측 기사들이 나오긴 했지만, CES를 기점으로 삼성과 LG의 3D TV 세계시장 공략 논평 기사들이 쏟아지면서 일반인들도 증강현실이 가전업계의 대세가 되고 있다는 걸 인지하게 됐다. 

과거 CRT 모니터에서 LCD 모니터로 넘어가던 시기를 예로 들며 혹자는 3D TV가 차세대 텔레비전의 주류로 자리잡을 거라고 예상하기도 한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미 지난해 말 '3D TV 실험방송 추진단'을 발족하며 오는 10월에는 세계 최초로 풀HD 지상파 3D 방송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공언했다. 

가전업체와 방송통신정책기관뿐만 아니라 방송국을 포함한 콘텐츠 제작자들도 3D 방송에 관심을 두긴 마찬가지다. 텔레비전 수상기를 만들어야 할 가전업체와 관련 정책과 법제를 조율해야 할 기관이 신기술에 관심을 쏟는 건 이해하겠다. 신기술에 적합한 콘텐츠를 생산해야 할 업자들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이를 이용해야 할 수용자들은?


사실 난 사진 속 나레이터 모델들의 얼굴을 가린 안경이 싫은 게다. (-_-' 엥?)


현재 3D TV를 이용하려면 3D 전용 안경을 써야 하는 게 일반적이다. 입체감이 생동감 있는 영상의 기본이라는 건 이해한다. 나처럼 안경을 쓰는 이들은 안경 위에 3D 전용 안경을 얹어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할 수 있을까? TV 시청 시 바른 정자세로 보는 이들을 얼마나 될까? 안락한 쇼파에 모로 누워 TV를 보는 이들에게 안경은 불편의 다른 이름일 뿐이다. 지금과 같은 안경식 3D TV는 아니다. 안방과 거실에서 전 가족이 안경을 끼고 TV를 시청하고 있는 현장은 상상만으로도 괴괴하다. 물론 무안경 3D TV가 개발될 것이다. 그때까지 3D TV는 내 선택사항이 아니라는 점!

3D TV 시장이 안정적으로 성장하려면 당연히 그에 걸맞는 콘텐츠들이 생산돼야 한다. 3D 영상 촬영용 카메라를 비롯해 콘텐츠 생산 과정에 소요되는 신규 장비만 해도 어마어마할 것이다. 2D용 콘텐츠를 3D 디스플레이로 상영하는 편법들도 있을 테고. 비싼 돈 들여 3D TV 장만해놨더니 안경 쓰고 볼 프로그램이라곤 다큐물밖에 없을 수도 있고. 고로 현재 3D TV는 내 안중에 없다는 사실!

자, 이제 결론을 밝히도록 하겠다. 

가전업계가 세계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3D TV를 개발해야 하는 당위성은 크다. 기술표준화의 문제까지 겹쳐 있으니, 되도록이면 국내 기술이 세계 표준이 되는 게 좋지 않겠는가. 방송 또한 마찬가지다. 방송 기술에도 표준화의 문제가 달려 있을 터이니 말이다. 문제는 수용자다. 가뜩이나 아날로그 방송이 디지털로 전화되는 시점에 3D라. 누구를 위한 기술 발전인지에 대한 성찰이 부족하다고나 할까. 음모론을 펼치자면, 세계시장보다 3D TV 내수시장을 키우자는 건 아닐까? 신기술의 등장과 발전 맥락에서 수용자의 복지나 요구가 주요 동력원이 되곤 했다. 케이블TV나 위성방송이 그런 경우이다. 하지만 3D TV의 경우에는 저 발 뒷꿈치에나 존재하는 게 수용자인 듯하다. 

디스플레이 시장이 차세대 성장동력이란 건 이해한다. 하지만 그 물결에 전국민이 동참해야 하는 건 아니다. 3D로의 급속한 방송환경 재편이 과연 수용자가 원하는 것일까?




꼬랑지1 - 개인적으로 3D TV 시청을 체험해보지 못했기에, 이 글에서 모자란 부분이 많을 것이다. 그래도 확실한 건 3D 안경을 착용해야 한다는 게 불편하다는 점이다. 

꼬랑지2 - 한편, 뉴미디어 시장에서 늘 선도적으로 신기술에 적응해왔던 성인콘텐츠물이 어떻게 변할지가 궁금하다. 대형 LCD TV 설치를 자랑하던 모텔 업계의 향후 행보 또한 궁금하긴 마찬가지다. 결국 내 머리는 늘 이런 쪽으로만 굴러간다. 이는 내가 건강한 남성이란 소리이니 오해 말길... (--')




Posted by 망명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