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익'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08.12.11 돈 없으면 취업도 힘들다 1 by 망명객
  2. 2006.11.16 능력검정공화국 - 딴지 한국사능력검정시험 by 망명객
토익 시험을 처음 치른 건 대학 3학년이 끝나갈 시점이었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후배 따라 강남의 어느 거리에서 토익 응시원서를 작성했던 게 지난 세기 말. 토익이란 게 뭔지 경험삼아 쳐 봤다지만, 사전지식이 전무했던 관계로 수험표와 함께 컴퓨터용 사인펜 두 자루만 달랑 들고 고사장에 들어섰다.

감독관 왈, "본 시험 답안 표기는 연필이나 샤프로 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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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용 사인펜이 아니라 연필이나 샤프를 이용하라니 낭패였다. 다행히 앞자리에 앉은 분께 연필 한 자루를 얻어 무사히 시험을 치를 수 있었다. 성적? 난 지난 세기에 치른 첫 토익 성적을 잊지 않을 만큼 기억력이 좋은 편은 아니다. 다만 토익성적 800점 대 이상이면 무난히 취업을 할 수 있었고, 900점 대는 신의 경지였다는 정도는 기억한다.

21세기가 됐다. 토익만으로는 모자란지 각종 자격 시험들이 난무하기 시작했다. 한국어능력시험, 한자능력시험, 텝스, 한국사시험, MOS 등등... 각종 자격시험 대비 강좌 안내 포스터가 대자보를 대신해 캠퍼스를 뒤덮었다.

오늘, OPIc(오픽)이란 영어시험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복학생 후배에게 물어보니, 영어구술시험 비슷한 건데, 삼성 입사시험에 반영된다고 요즘 많이들 보고 있는 시험이란다. 응시료가 7만원이 넘는 시험이다.

토익 900 중반 이상, MOS 취득, 한자자격시험 2급 등 후배들의 현란한 스팩을 듣고 있자니 머리가 아득해진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돈을 투자한 것일까. 4년치 대학 등록금에 각종 자격 취득비용까지, 대학생이 봉인 세상이 된 건 아닐까.

이런 세상에 독서 자격증이 생긴다 해도 하나도 이상할 게 없을 듯 하다. 독서 유무와는 상관없이 책 한 권 구입시, 책 한 권 대출할 때마다 개인별로 포인트를 적립해 독서 자격증을 주는 것이다. 그러면 책이 좀 팔리는 세상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책 읽는 사회가 아니라 책이 팔리는 사회 말이다. (장르별 안배까지 고려한다면 머리가 복잡해지니 일단 여기서 접자) 어차피 토익 900 이상의 영어 벙어리들이 양산되고, PPT 하나 제대로 만들 줄 모르는 MOS 자격증 소지자들이 늘어나는 판국에 독서자격증 같은 얼치기 자격증 하나 생긴다고 해도 이상할 건 없으리라.

공교육 강화를 아무리 외친들, 각종 자격 시험에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사회 시스템 속에선 관련 사교육 시장이 커질 수밖에 없다. 좋은 일자리는 줄어들고 대학 졸업을 앞둔 산업예비군들은 초조하다. 단기속성 특강이 버젓이 횡횡하는 캠퍼스, 실용은 곧 돈이다. 등록금으로는 전공 수업을 듣고, 각종 자격시험은 개인 주머니에서 알아서 해결하라는... 그래서 취업은 돈이다.



Posted by 망명객
한국사능력검정시험 생겨… 내달 25일 첫 시험 (조선일보, 20061030)

토익 800점대만 되더라도 주변에서 '우와~'하고 탄성을 지르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이야 900을 넘는 이들이 부지기수지만, 아무튼 당시에는 그랬다. (마치 호랑이 담배피우던 시절을 이야기 하는 것 같지 않은가.)

 

당시에 조금 고개를 쳐든 게 한자능력검정시험이었다. 조금 전까지 모든 신문들이 한글전용 활판에 맞는 가로쓰기로 돌아섰는데, 어쨌든 국어를 잘하기 위해서는 한자실력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는 논리를 폈던 것으로 기억한다. 각 기업체 신입사원들의 한자실력이 형편없어 업무에 도움이 안 되더라는 식의 기사들이 하나 둘 튀어나오고 한자능력검정시험이 입사시험에 반영되면서 제대 후 복학한 학교에서는 토익 강좌 광고 현수막 못지 않게 한자능력검정시험 대비 강좌 현수막을 여럿 확인할 수 있게 됏다.


슬슬 졸업을 생각하고 있다. KBS에서 정작 국어능력이 좋아햐 한다며 한국어능력시험을 만들어냈고, 토익에 대한 문제제기와 함께 시장성을 염두에 둔 제2의 영어능력시험들이 하나 둘 고개를 내밀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제는 언어 분야를 넘어 역사계에서 능력시험이란다. 따로 구획을 짓는다면 언어나 역사나 같은 인문학의 영역에 들어갈 터. 언어는 그런대로 팔리는 마당에 역사계가 굶주림과 부러움 속에 언어와 같은 형태의 능력시험이라니...

 

해당 분야의 학습능력 향상과 관심 고취가 각 능력시험의 취지겠지만 능력시험이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장사가 되려면 취학과 승진 등의 인센티브가 있어야 하는 법.

 

한국사능력시험 웹페이지에 나와있는 소개 문구가 이를 잘 말해준다.

 

"응시 대상자 : 한국사에 관심있는 대한민국 국민 - 한국사 학습자 - 상급 학교 진학 희망자 - 기업체 및 공공기관 취업 희망자"


"시험 결과를 대학 및 특목고 입학에 활용하는 방안을 관련 학교과(맞춤법이나 제대로 쓰지 병신들~) 협의 중"


"교육인적자원부 훈련 제616호에 의거 학교생활기록부 수상경력란에 기재"

 

절대적 역사에 대한 믿음이 부족한 저로서는 시험 평가의 기준이 무엇인지 궁금할 따름이다. 역사에 대한 관심 고취는 커녕 획일적으로 일률화시켜(교재 및 강좌가 따로 나올 터) 우수자와 비우수자를 가리는 시험, 학교와 직장 등에서 취업 또는 취업 후 능력을 평가하는 잣대로 사용될 계량화된 수치로 활용될 이 시험이 올바른 가치관과 역사인식 형성에 도움이 될 수 있을지 의심스러울 따름이다.

 

국사편찬위 내부에서도 말이 많을 듯 한데... 아무튼 생각하는 꼬라지 하고는...

 

역사지식이 계량화된 수치로 환산되어 능력이 되는 시대, 능력 만능주의 세태의 표상이겠죠. 인문학의 위기라 백 번 이야기해봤자 소용이 없을 듯 하다. 결국 스스로가 스스로의 발전 방향을 망치고 있는데...

 

외국에도 이런 시험이 있나? 사학과 예비 박사인 김 군에게 물어봐야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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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망명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