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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8.21 일 삐노끼오, 풍성한 음악 아쉬운 메시지 전달 by 망명객

국내 뮤지컬 사정에도 어두운 내가 이탈리아 뮤지컬을 관람하게 됐다. '일 삐노끼오'. 좌석에 몸을 구겨넣은 뒤 난 저 먼 기억의 구석을 뒤지기 시작했다. 디즈니 동화 시리즈로 접했던 피노키오의 줄거리를 찾기 위해서. 거짓말을 하면 길어지는 코를 지닌 목각인형 이야기의 전개를 기억의 먼지 구덩이 속에서 찾아내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럴 땐 그저 관람객의 한 사람으로서 마음 편히 먹고 무대 위를 응시하면 된다. 어차피 무대 위 삐노키오가 피노키오 이야기에 관한 내 불완전한 기억을 채울 테니 말이다.

객석에 불이 꺼지고, 곧 무대 위는 배우들의 노래와 춤이 가득 들어찬다. 풍성한 음악에 재미를 더한 건 정말 최적화된 세트였다. 마을 광장과 제패토의 집, 서커스장의 안과 밖, 실내와 실외를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이동 세트는 정말 훌륭했다. 관객을 배려한 배우들의 한국어 애드립은 극에 재미를 더했다. 부모와 함께 극장을 찾은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배우들의 노래와 춤을 감싼다.

자막과 무대 위를 오고가는 바쁜 시선은 해외 뮤지컬을 관람할 때 필시 감수해야 할 불편이다. 1층 뒤편에 앉아 관람하기에는 무대 양 옆 자막은 너무 작았고 무대 위 자막은 무대와의 사이가 너무 멀었다. 아이들에겐 이국의 언어로 쓰여진 노랫말이 신기하고 재밌었을 것이다. 발랄한 멜로디의 노래와 경쾌한 춤은 그 자체로 하나의 볼거리. 하지만 노랫말의 메시지를 전달하기에는 자막의 한계가 명확해 보였다.

옛 동화의 기억은 고래 뱃속에서 탈출한 목각인형 피노키오가 인간이 되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근면, 정직 등 근대적 가치는 차치하더라도 가족애의 가치는 영원해 보인다. 극을 보는 내내 초등학생인 사촌여동생들이 떠올랐다. 그 녀석들이 참 좋아할 만한 무대다.


뱀발.
·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의 장면들이 무대 위에 자꾸 겹친다.(응?)
· 이탈리아, 스페인 등 남유럽의 유쾌한 시끄러움을 느낄 수 있는 무대.(참, 걔들은 유쾌하게 시끄러워)
· 자막 띄어쓰기에 자꾸 신경 쓰이더라. --;;;; (내 글은 어떻고...)
· 공연 좋은 건 알겠는데, 이거 너무 비싸다. 빈 좌석은 좀 되던데... 불황일까, 아님 구조적 문제가...

Thanks to MSJ




Posted by 망명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