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광장'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09.06.10 망명객의 시국선언 by 망명객
  2. 2009.05.30 두 가지 죽음 by 망명객
  3. 2009.05.29 가장 보통의 존재에서 가장 특별한 존재로 -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노제에서... 4 by 망명객

망명객의 시국선언

똥침 : 2009. 6. 10. 19:32
남녘 끝 제주대 교수도 "더 이상은 안된다" 시국선언 동참 (제주의소리, 20090609)


서울대부터 제주대까지 전국 대학가에서 시국선언이 쏟아져 나왔다. 서울대 총장은  동료 교수들의 시국선언이 전체 서울대의 뜻이 아니라고 밝혔으며, 모 인사(아~ 이분의 이름을 잊어버렸기에 그냥 모 인사로 표한다)께선 선언문 내용이 특정 이념에 경도됐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가하기도 했다. 그분들은 국민들이 오해할 여지가 있다며 서설을 늘어놓았다.

오해? 매체 주체에 따라선 소수의 뜻이 다수의 의견처럼 포장될 수도 있다. 그 반대로 다수의 의견이 묵살될 수도 있다. 정보화 시대, 국민들이 거대 매체에 의존하던 시대가 끝나간다. 각 대학 교수들이 발표한 시국선언문 전문이 인터넷을 타고 전국으로 퍼진다. 몇 명의 교수가 시국선언에 동참했는지, 또 누가 선언문에 이름을 남겼는지, 우리는 컴퓨터 앞에 앉아 자판 몇 번 두드리는 것으로 그 모든 걸 알 수 있는 시대를 살고 있다.

제주대에선 87년 6월 항쟁 이후 처음으로 발표된 시국선언문이란다. 87년 이후 대학가에서 몇 건의 시국선언문이 발표됐는지 난 잘 모른다. 하지만 이번에 연이어진 대학가의 시국선언문 발표 뒤, 뿔난 국민들이 있다는 걸 난 잘 알고 있다. 망자의 넋을 추모하는 자리도 불허하고, 집회결사의 자유도 보장하지 않는 정부. 항의의 말문을 닫아놓으려는 정부. 통합은 커녕 민주주의의 기본도 모르는 정부. 난 이런 정부를 우리나라의 정부라고 인정할 수 없다.

"더 이상은 안된다"

참말이다. 째째하게 굴지 말고 가슴을 쫙 펴도 다양한 의견들을 조율하기 힘든 판국에, 사람들이 모이는 것 자체를 막아놓다니... 그게 우리나라의 정부다. 그게 이 나라의 대통령이다. 어짜피 국민이 뽑은 대통령이니 두고보자는 말은 말자.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력은 행사하기 편한 형태를 띠고 있지만, 그것은 사실 국민의 권력이다.

자유는 권력에 대한 제한이다. 난 그렇게 알고 있다. 현 정부는 개인의 정치적 자유와 사상적 자유란 불가침 영역을 침범하려 한다. 이런 상황에선 피지배자의 저항이나 반란은 정당하다.

날 반란자로 몰지 말라!


2009년 6월 10일
시청광장으로 향하며
망명객 씀

---------------------------------------
너무 어둡나?
우짰든, 시청에서 봅시다.





Posted by 망명객

두 가지 죽음

길위에서 : 2009. 5. 30. 20:49

노무현 전 대통령 노제가 끝난 시청광장.
어둠이 깊어가면서 하나둘 촛불이 일어선다.
사람들은 광장에서 밤을 샐 기새다.
노래를 부르고 자유발언을 하고 술을 마시며 밤이 깊어간다.

자유발언대에선 노무현을 추모하는 사람들이 열변을 토하고 있었다.
주변으론 꽤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그 지척, 고 박종태 열사 분향소의 한적함은 자유발언대의 뜨거움과는 명확한 대비를 이루고 있었다.

도덕적 무결성에 대한 양심적 죽음과 건당 계약금 30원 인상을 주장한 죽음.
전직 대통령과 화물 노동자란 사회적 격차만큼이나 두 죽음에 얽힌 금전적 스캔들의 규모 차이는 아득하다.

생명이 꺼진 육신은 고귀하다.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추구했던 정치인과 정당한 댓가를 주장한 노동자의 죽음.
난 그 두 죽음 사이의 차이점을 잘 모르겠다.
그저 그 두 죽음 모두 우리 모두가 곱씹어야 할 죽음임에는 틀림없다.




-----------------------------------------------------------------------

새벽까지 광장을 지키던 친구들이 부디 무사하길 빈다.
국민을 대상으로 상식 이하의 대응밖에 하지 못하는 이 나라의 정부가 못마땅하다.

Posted by 망명객


시청광장은 입추의 여지 없이 사람들로 가득 찼다.
대중, 군중, 무리...
난 광장을 채운 사람들을 그 어떤 단어로도 지칭할 수 없었다.
수 많은 사람들 속에서도 정적이 감돌았다.
누군가의 훌쩍거리는 울음소리가 내 발끝에 걸렸다.

노제가 끝나고 운구차량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천천히 인파를 가르며 만장과 영정을 앞세운 운구 행렬이 서울역을 향해 광장을 빠져나간다.

"사랑합니다"

"지켜주지 못해 미안합니다"

가장 보통의 존재를 지향했던 사람.
죽음으로써 누군가에겐 가장 특별한 존재가 되어버린 사람.



사람들의 외침과 그들이 흘리는 눈물 속에서 난 아득했다.
운구 행렬보다 먼저 도착했던 서울역에서 난 발걸음을 돌렸다.

"얘들아 우리가 노무현의 죽음을 애도해야 하는거니. 오늘 7시에 용산은 철거예정이란다"
"크레인 제4도크 죽은 김주익을 추모하기 위해 종로거리로 나갔지 거리는 텅 비어있었어"

지하철 안에선 미처 확인하지 못한 친구의 문자 메시지가 더 아득했다.



'길위에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슬픔 많은 이 세상도 - 정호승  (0) 2009.06.01
두 가지 죽음  (0) 2009.05.30
노무현 전 대통령 학내 분향소  (0) 2009.05.27
삶의 개별성  (0) 2009.05.25
대통령 노무현, 인간 노무현  (2) 2009.05.23
Posted by 망명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