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얼마짜리 대학생입니까?
인터넷 시대, 검색을 통해 이 글을 다시 읽어볼 수 있었습니다.
싯가 1억원짜리 법대생의 하루
- 고대문학회의 글.
학벌 K대 법대 키 180Cm 상속가능재산 2억원으로서
국가 공인 감정사 마담뚜로부터 싯가 1억원짜리 인물로 인정받고 있는 그가
오늘 아침에도 400원짜리 지하철과
430원짜리 버스를 타고 도서관 칸막이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서둘렀다.
5000원짜리 교양강좌와 10000원짜리 전공강좌를 들은 그는
3000원짜리 점심을 먹고
500원정도의 가치가 있는 오후 1시간을
싯가 9500만원의 윤모군과
150원 정도의 가치가 있는 잡담을 나누었다
스스로 상품의 가치가 약 2만원정도 올라간 것을 느꼈다.
한껏 고무된 얼굴로 그는 며칠전부터 기다려온 소개팅을 위해
대학로 근방 레스토랑에 갔다
그녀의 학벌은 모여대 전산학과 얼굴은 영화배우 심모양 정도 키 160Cm
그는 그녀의 싯가를 1억원쯤이라고 추정했다
아버지의 직업을 묻는 그의 말에
그녀는 변호사라고 짤막히 대답했다
순간 그녀의 가치는 2억원으로 뛰어 올랐다
얘기를 들어보니 국제화 시대에 걸맞게 영어도 아주 잘한다고 했다
이럴수가! 그는 그녀의 가치가 싯가 2억5천만원임을 깨달았다.
싯가 1억원짜리인 그의 에프터신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그는 식사값과 커피값으로 2만 5천원을 소비했다
허지만 그는 2만 5천원어치의 경험을 쌓았으므로 별반 큰 손해는
보지 않았다고 자위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축축한 도시의 400원짜리 지하철 전등에선
연거푸 물방울이 떨어졌고
싯가 1억원짜리 그의 옆에 앉은 싯가 천만원 혹은 백만원짜리 인간들은
스포츠신문을 보며 키들대고 있었다
그의 눈엔 그들이 매우 유치하고 한심해 보였다
그들을 보며 그는 빨리 사법고시에 합격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그들이 비오는 날 바지를 적시는 물방울 같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그 물방울들이 모이면 얼마나 큰힘이 되는지를
미처 깨닫지 못했다.
400원짜리 지하철, 430원짜리 버스, 5000원짜리 교양강좌, 10000원짜리 전공강좌.
행간에 밝혀둔 물가를 통해 이 글이 쓰여진 시대를 엿볼 수 있습니다.
80년대 말, 90년대 초쯤 될까요?
400원짜리 지하철이 900원짜리가 됐습니다. 환승 시스템도 도입됐고요.
글쎄요, 3000원짜리 점심식사는 대충 현 시점과도 비슷해 보입니다.
그럼 교양강좌와 전공강좌의 가격은?
법대생의 하루가 현대 버전으론 법학전문대학원생의 하루로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요?
'싯가 10억원짤 법학전문대학원생의 하루'는 어떨까요?
치솟는 등록금에 대해 한 친구가 따끔히 평하더군요.
"등록금이 오르면서 학교에는 대리석만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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