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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9.28 비양도 관광케이블카, "하지마, 하지마 이 자식들아!" 2 by 망명객
오랜만에 고향 이야기를 꺼낸 김에 제주도 관련 이야기를 하나 더 올린다.

내가 최고로 좋아하는 제주도 해수욕장은 금능해수욕장이다. 관광객이나 외지인들에게 잘 알려진 한림공원, 그 앞에 금능해수욕장이 있다. 소나무 숲을 사이에 두고 나란히 위치한 협재해수욕장에 비해 오붓함이 느껴지는 작은 해수욕장이 금능해수욕장이다.

금능해수욕장을 최고의 해수욕장으로 꼽는 이유로는, 고즈넉함이 그 첫째요, 어린이 친화형 해수욕장이란 게 둘째 이유다. 한 마디로, 어린 자녀를 둔 가족 맞춤형 해수욕장이 금능해수욕장이다. 그리 깊지 않은 물 깊이와 얕은 파도는 어린 자녀에게 안성맞춤이다. 금능해수욕장 코 앞에 위치한 섬, 비양도가 높은 파도를 막아준다.


2002년 처음 가본 비양도


비양도는 고려 목종 5년인 1002년 6월에 화산활동으로 생긴 섬이다. 우리나라 화산섬 중 유일하게 역사서에 그 생성 기록을 남기고 있는 섬이 비양도다. 섬 생성 1000년째이던 지난 2002년 6월, 난 군대를 막 제대한 복학 준비생이었다. 그때 우연히 1000년 기념행사에 우연히 참가하며 난 생전 처음 비양도를 밟아볼 수 있었다.

섬 속의 섬, 비양도는 한림항에서 15분이면 도착할 수 있는 섬이다. 초등학생 때부터 줄기차게 금능해수욕장을 이용해온 내가 처음 밟아본 비양도. 관광객들을 따라 나도 비양도 한 바퀴를 돌았다. 속보에 익숙한 내 발걸음으로 비양도 한 바퀴는 30분이면 충분한 거리였다.


비양분교


그날 섬에는 비가 내렸다. 그래서 내게 비양도는 늘 낮게 깔린 검은 구름 아래 섬이다. 해수욕장에서 바라보던 막연한 풍경의 섬이 아닌 바다와의 사투가 벌어지던 삶의 현장으로서의 구체적인 섬, 그 현장에서 난 내 복학시점과 미래에 대해 고민했다.

대학 졸업을 한 학기 앞둔 시점이던 2005년 1월, 텔레비전 브라운관을 통해 난 다시 비양도를 만날 수 있었다. 고현정의 컴백 작품으로 기대를 모은 SBS드라마 '봄날'의 극 초기 배경이 바로 비양도였다. 꿈과 현실 사이에서 한 사람을 지워야 했던 시기여서 개인적으론 그 겨울이 몹시 추웠다. 브라운관에 비친 익숙한 돌담길이 향수병을 불러 일으켰다. 그땐 드라마 속 은섭(조인성 분)처럼 내 눈에도 눈물이 많았다.
 

비양도 관광케이블카 조감도(출처: 제주의소리)



낮게 깔린 검은 구름 아래 섬 비양도, 그 섬에 케이블카를 설치하겠다고 나선 사업자가 있다(관련기사) .사업 명칭 앞에는 '국내 최초', '아시아 최대'란 수식어가 훈장처럼 붙어 있다. '일자리창출', '지역경제 활성화'도 단골처럼 얼굴을 내민다.

환경단체가 들고 일어섰다. 지역주민들도 본 사업을 탐탁치 않게 여기는 듯하다. 사업자 측은 "환경과 성장 모두 가능"한 사업이라며 해상 케이블카 설치 의지를 확고히 다지고 있다.

제주올래 이사장 서명숙 씨는 "한반도 막둥이섬 쇠기둥을 세우다니!!"라며 분개했다. 작가 조정래 씨도 "아시아 최대의 자연파괴"라며 사업 반대 의사를 밝혔다. 노을바다님, 알콜릭님, 님도 비양도 관광케이블카 설치 반대 의사를 밝히고 있다.


섬 속의 섬, 비양도


'사막이 아름다운 건 어딘가에 오아시스를 숨기고 있기 때문'이듯, 섬이 아름다운 건 두 다리로만 닿을 수 없는 여정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쉽게 쥘 수 없고 닿을 수 없는 것이 사랑이라면, 섬은 사랑의 존재태이다. 시간과 공간이 씨줄과 날줄로 엮여 추억이란 직조물을 만든다. 케이블카를 타고 바다 위를 오가는 경험은 강렬한 추억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는, 닿을 수 없는 것에 대한 떨림이 없는, 소금기가 제거된 인공의 추억일 뿐이다.


SBS드라마 '봄날' (출처 : NeTV)


말을 잃은 여자 정은(고현정 분). 그녀를 보살핀 남자 은호(지진희 분). 섬을 떠나는 그를 향해 그녀의 닿을 수 없는 사랑이 말문을 튼다.


"가지마, 가지마 이 자식아!"

선착장 위의 그녀와 섬을 떠나는 배 위의 그. 드라마 '봄날', 두 사람의 클로즈업 장면이 교차하며 비극적 사랑 이야기가 시작된다.

비양도 관광케이블카 사업, 난 정은의 극중 대사를 빌어 외쳐본다.

"하지마, 하지마 이 자식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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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망명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