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항이 내려다보이는 솔동산 아래가 내 고향이다. 할아버지댁, 어린 난 그곳에서 서귀포항을 둘러싼 새섬과 문섬, 범섬을 내려다보며 자랐다. 천지연폭포 매표소로 넘어가는 칠십리교 아래에서 수영을 배우고 서귀항 갯벌에서 게와 바다고둥을 잡으며 논 게 내 유년의 기억이다.

썰물이 빠질 때, 서귀항 서방파제 끝에는 새섬으로 향하는 작은 길이 열린다. 사촌누나와 난 톰 소여나 말괄량이 삐삐 마냥 새섬으로 모험을 나섰다. 새섬 위는 거친 바위 사이에 증발하다 만 바닷물과 반 건조된 해양식물들이 어지러이 널려 있는 곳이었다. 인적 없는 무인도에서 무섬증이 일었다. 밀물이면 고립될 수도 있다는, 그런 무섬증 말이다. 그 즉시 누가 뭐랄 것도 없이 사촌누나와 난 온 길을 되돌아갔다.

출처: 제주의소리

새섬으로 넘어가는 다리가 개통된다. 서귀포 관광미항 사업의 일환인 새섬연결보도교(새연교)가 28일 일반인에게 공개된다. 뉴스에 따르면 국내 최초로 외줄케이블을 형식을 도입한 편측 사장교란다. 기술적인 부분은 넘어가도록 하자. 전공자나 업자도 아닌 이상 '국내 최초'란 수식어는 내겐 무의미하다. 단, 그 외관에 대해서 만큼은 한 소리 늘어놔야 할 듯하다.

난 지난 설 연휴 때 처음 새연교 건설현장을 목격할 수 있었다. 새연교 건설현장 위로 겹쳐지는 그림은 바로 두바이가 자랑하는 7성급 호텔 '버즈 알 아랍'.



관련 뉴스를 검색해 보니,  새연교는 디자인 공모를 거쳐 제주 전통 고기잡이 배인 '태우'를 형상화한 작품이란다. 글쎄, 내 눈엔 딱 '버즈 알 아랍'이지 태우가 떠오르진 않는다. 

서귀항의 새로운 상징으로서 '랜드마크'가 될 다리인 새연교. 쉽사리 오를 수 없던 새섬 산책로와 연결될 다리는 좋지만, 그 디자인이 지역성을 표상하진 않는 것 같다. 공모 심사 과정이 의심스러울 뿐.

아래 사진이 제주 전통 고기잡이 배인 태우다.

출처 : 이슈제주

새연교의 LED 조명시설이 한밤의 서귀포항을 비출 것이다. 할아버지댁 거실과 2층 침실 천장에도 그 빛이 스미겠지. 오색 불빛의 화려함, 난 그 아래에서 씁쓸함 곱씹으며 잠이 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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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망명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