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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5.03.28 대화 - 노교수님의 마지막 과제 by 망명객
『대화』(리영희, 대담 임헌영, 한길사, 2005)

리영희 선생님은 이 책 서두에서 자신의 마지막 저술이라 밝히셨다.

#1.

1999년, 진정한 학자 혹 선비라 불릴만 한 이강수 선생님의 정년퇴임식에서 리영희 선생님을 처음 뵐 수 있었다. 이강수 선생님은 퇴임사에서 헌정논문집 서두에 자신에 대한 리영희 선생님의 찬사를 두고 첫 말씀을 꺼내셨다.

"리영희 선생님은 평생 진실만을 말씀하실 것 같더니 오늘 처음으로 거짓말도 하시는 걸 알았다.(자신에 대한 찬사를 두고)"

물론 내 기억력의 한계로 꼭 저렇게 말씀하셨다고 자신할 수는 없다. 대학 3학년 시절, 지사적 삶으로 시대를 풍미하던 한 지식인과 학문에 대한 열정적인 자세로 큰 모범이 되신 노교수님 사이의 농담 같은 이야기는 내게 알 수 없는 파장을 일으켰으니 마치 강호의 두 고수가 주고받던 선문답에서 느낄 수 있는 남자의 로망과 같다고 해야할까.


#2.

리영희 선생님을 계몽적 지식인이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진실은 혼자 독점할 수 없는 것으로 이웃과 나눠야 하기에 글을 쓰셨고 그것이 바로 우상에 도전하는 행위라고 말씀하셨던 그 분의 삶은 의식화의 원흉이라는 탄압과 사상의 은사라는 존경의 극단적 평가의 경계에서 힘든 외줄타기와 같았다.'한 지식인의 삶과 사상'이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이제 선생님은 자신의 지난 세월에 대해 반추하며 이후 세대와의 대화를 시도한다.

“이제는 거의 지나가버린 그 시대를 인간적 고통과 분노, 상처투성이의 온몸으로 부딪쳐 살아온 기성세대나, 앞 세대들이 심고 가꾼 열매를 권리처럼 여기면서 아무런 생각 없이 맛보고 있는 지금의 행복한 세대의 독자에게 부탁하고 싶다. 이 책을 읽으면서 함께 고민하고 자신이 그 상황에 직면했거나 처했다면 ‘지식인’으로서 어떻게 가치판단을 하고 어떻게 행동했을까를 생각해 보기를.”


#3.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황혼 무렵에야 날개를 편다.천재라 불리우던 사람들은 젊은 나이에 시대를 뛰어넘는 작품을 만들어내곤 한다. 특히 요절한 천재들의 경우가 많은데 실질적으로 평가는 그들의 사후에야 제대로 이루어지기 마련이다. 연륜이라는 것이 한번에 완성되는 경우는 없다. 리영희 선생님 또한 이 책에서 자신의 부끄러웠던 기억들을 담아내고 계신다. 자신의 마지막 책에는 사상과 인간의 변증법적 합일을 이루려는 듯이 말이다.


#4.

유시민씨가 처음으로 국회에 모습을 드러내던 날, 난 그의 케쥬얼한 복장에 박수를 보냈었다. 그리고 그 다음 정장을 차려입은 유시민씨는 국회에서 “이제 제대로 된 복장이 맞습니까? 절 꾸짖어 주시던 선생님도 계시더군요”라고 이야기했었다.그 사이 학교에서는 유시민씨의 특별강연이 있어 리영희 선생님은 지팡이를 짚고 학교에 오셨었고 선생님은 유시민씨를 불러 호되게 꾸짖으셨단다. 물론 이건 전해들은 이야기지만 선생님은 유시민 씨가 사소한 것에서 문제의 빌미를 일으키냐고 그러셨단다.난 이 에피소드를 모든 일에 신중을 기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어쩌면 젊음이란 그 독창성에 기대어 너무 경박하지 않던가.


#5.

700페이지가 넘는 이 책은 그만큼 여러 물음을 던져준다. 쉽게 답변하기에는 너무나 무거운 물음들, 그 물음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게 앞으로 내게 주어진 과제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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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영희 지음 | 한길사 펴냄
스스로 60% 저널리스트, 40% 아카데미션 이라고 말하는 리영희의 글이 학자들에 의해 가장 영향력 있는...1970~80년대가 지나고 우리 사회가 최소한의 민주화를 거둔 1990년대 이후 리영희는 내가 할 역할은 다...
Posted by 망명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