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08.02.13 내 나이 마흔여섯에는... 2 by 망명객
  2. 2007.06.06 포장 by 망명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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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대병원 입구 50미터 전방에 위치한 술집 도어즈


퇴락한 구제주의 골목길에 위치한 도어즈. 아마 제주에서 여기만큼 많은 레코드를 소장한 집은 없을 것이다. 늘 한결같이 시끄럽게 웃어대는 경숙누나가 백 만원이 채 안 되는 외상값 대신 인수한 이 술집은 그 허름함에 비해 풍성한 음악 선물을 안겨주는 곳이다. 내 나이 쉰 정도가 되었을 때 이런 술집 하나 운영할 수 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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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놈 용민


촌놈이 촌놈이길 거부할 때 나타나는 증세가 있다. 허장성세가 그 대표적인 증세인데, 오고가는 이야기에 과장이 끼기 마련이다. 그런 면에서 고등학교 후배 용민이는 참 편한 녀석이다. 제대로 된 사투리를 구사하는 녀석에게는 늘 진솔하면서도 진정성이 담긴 이야기가 쏟아진다.

이제 대학 졸업반인 이 녀석은 현재 구미에서 덤프트럭을 몰고 있다. 구미에서 대학을 다녔기에 공장일부터 노가다 잡부까지 자유자재로 뛰어다니던 녀석이다. 잠시 뉴질랜드를 다녀온 녀석의 졸업 후 계획은 다시 뉴질랜드로 돌아가는 것. 양치는 목동이 되려하느냐는 농에 심각한 표정으로 요트 건조 기술을 배울 것이라는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는다.

그러나 구체적인 이야기는 거기까지일 뿐. 얼마 전에 시인으로 등단한 아버지와 수필을 쓰시는 어머니를 모신 이 제주 총각은 나이 마흔다섯이 되었을 때 이룰 로망을 풀어댄다. 자신이 직접 만든 요트를 타고 뉴질랜드에서 제주까지 항해할 계획이라는... 다소 황당한 이야기일지도 모르지만 용민이가 하는 이야기라 진지하게 들어준다. 나름 로망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거기에 더해 좀 더 돌아서 제주 돌하르방의 뿌리를 찾는 여정을 하는 게 어떻겠냐는 이야기를 쏟아놓는다.

그리고 내 나이 마흔여섯에 마흔다섯이 된 이 녀석과 함께 녀석이 만든 요트를 함께 타기로 했다. 녀석의 진정성을 알기에 내 선뜻 이 녀석을 끝까지 도와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내 앞가림이 중요하지만, 이런 꿈 하나 정도는 품고 사는 게 인생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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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망명객

포장

길위에서 : 2007. 6. 6. 22:37

뭐가 되려 그러니?

어느 봄날 토론회를 다녀오는 길에 동행했던 선생님이 묻던 이야기.

 

무엇을 하고 싶어?

어느 골목 차 안에서 내게 묻던 친구의 이야기.

 

 

답변은?

그냥 웃지요.

 

 

요즘은 내게 소중한 게 무엇인지 되묻는 시간의 연속이다.

 

아직 학생이던 시절에는 그저 내가 뱉어낸 이야기들을 지켜낼 수만 있다면 그것으로 족한 삶이라 생각했다. 조금 더 욕심을 부리자면 많은 돈을 모으지는 못하더라도 출근과 퇴근을 할 직장을 다니며 먹고 살만하고, 한 달에 영화 관람 1회와 몇 장의 시디를 살 수만 있다면 그것으로 족한 삶이리라.

 

물론 일상적인 삶이 주는 답답함이 두렵긴 새로운 것은 없다는 만고의 진리를 부정하진 않지만 명확히 내 것이 아닌 내 노동 산물이 그렇게 탐탁치 않게 여겨졌다.

 

노동의 신성함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다만 내가 하던 노동행위가 갖는 성격에 대해 고민을 했었고 언제나 스스로 만족하지 못했다. 욕심은 저만치 앞서 가는데 모자람은 여기저기에서 튀어나왔다. 언젠가 이건 사기라고 외치고 싶었다. 하늘 아래 지는 상품을 생산했기에 분명 내 것만은 아닌 상품이다. 다들 열심히 했다는 이야기를 하지만 늘 그 퀄리티에 대해 불안하고 초조한 심정은 여전했다. 포장이 잘된 상품일 수록 그 불안함은 더욱 깊어져만 갔다.

 

분업. 그래, 분명 분업시스템에 의해 이루어했다. 잘 다려진 와이셔츠와 모가지를 쥐어오는 넥타이도 그리 반가운 건 아니지. 그래도 생활인이 되어야 한다. 어느 순간 그럴 나이가 되어버렸고 그래야만 했다.

 

생산과 소비, 판매와 구매. 포장의 기술은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매개한다. 늘 끊임없이 유혹해야 하고 선택을 해야 한다. 이 또한 이성의 합리성이라는 포장이 있지만 그 이면이 꼭 그것만은 아니라는 것.

 

삶은 영원한 공부이다. 함께 하면 수월하겠지만 각자가 스스로 해야 하는 법. 조금 먼 길을 돌아오긴 했지만 그래서 다행이라 생각한다. 2007년 6월, 또 다른 포장의 기술과 그 어떤 상처도 이겨낼 수 있을 새로운 외피를 준비하기 위해 그저 내 길을 갈 뿐.

 

무엇을 하고 싶냐고?

 

그건 진정 소중한 사람에게만 털어놓고 나눌 수 있는 이야기.

그래서 꿈은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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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망명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