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입관, 상처...
보고읽고느끼고 :
2005. 1. 16. 16:46
『상처없는 영혼』, 공지영, 푸른숲, 1996.
공지영은 내게 '고등어'의 다른 이름일 뿐이었다. 내가 고등학생 때 처음 집어든 '고등어'는 의문부호만 가득 품게된 책이었고 대학 입학 후, 그 책을 후일담 소설로 분류할 수 있다는 걸 주워 듣고는 그간 품었던 의문부호들은 하나 둘 느낌표와 말줄임표로 바꿔 달게 되었다. 그리고 죽도록 후일담 류의 글을 싫어했다. 아마 한 시대를 살아간 한 세대의 삶을 베스트셀러란 도매가로 처리한 상술이란 선입관이 크게 작용했으리라.
어쨌든, 이 책은 중앙도서관 서가를 떠돌다 우연히 집게되었다. 요즘들어 우연히 눈에 띄는 책들은 모두 제목에 끌려 집게되는 경향이 짙은데, 그간 공지영에 대해 갖고 있던 선입관을 교정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할까.
사 실 페미니즘에 대해서는 일자 무식하다고 할 정도로 아는 것도 없고 그녀의 책 또한 『고등어』, 『수도원 기행』, 『존재는 눈물을 흘린다』 정도 읽었을 뿐,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갖고 있는 적대감에 가까운 그녀에 대한 내 선입관은 스스로 만들어낸 주관이기보다 주변인들로부터 기인한 내용일 것이다.
그래, 이 책은 그녀의 작품과 그 작품들이 빚어낸 공지영이란 작가의 아우라에 대한 변명이며, '왜 글을 쓰는가?'에 대한 자기 고백과 작가로서 생활인으로서 사람들과 빚어낸 갈등에 대한 성찰과 극복과정에 대한 솔직한 일기이다.
그녀에 대해 그간 갖고 있던 내 선입관이 너무나 폭력적이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겠다. 사람 또는 사물에 대한 순간적 느낌이 빚어낸 선입관은 얼마나 폭력적이던가. 그 때문에 우리는 상처 입고 상처 내며 살아가는 것. 상처없는 영혼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특히 예민한 감수성으로 무장된 작가('여류'라는 수식어는 빼기로 하자)의 경우는 더더욱 쉽게 상처 입을 수 있는 것. 상처는 치유 가능하다. 작가가 마지막에 던진 치유 방법은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것. 특별히 공감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너무나 소극적이지 않은가?' 라며 반문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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