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12월, 보스턴 근교 프랭클린


겨울 정거장

신현림


겨울은 외투주머니에서 울고
추운 손들은 난로같은 사람들을 찾는다
오후의 저무는 해 아래 모두
깡마른 기타처럼 만지면 날카롭게 울부짖을 듯하다
싸구려 운동화처럼 세월이 날아가는데
생활은 변한게 없고 아무도 날 애타게 부르지 않고
특별한 기억도 없다 어리석은 열망으로 뭉친
얼음덩이처럼 서로 가까워지는 일은 불가능한듯
침묵의 물살에 떠밀려 가는 것이, 강물 빛이 변하고
벌써 늙어간다는 것이
어두워지는 창공에 흰 백지장이 나부낀다
내 장갑을 누군가에게 벗어줄 위안이 그립다

희망의 작은 손전등을 들어
내게 오는 자를 위해 길을 비춘다
나는 즐거운 타인이 있으므로 살아가고
삶은 그들에게 벗어나려 할 때조차
그들에게 속하려는 끝없는 노력이므로
감미로운 고통에 싸여 길을 비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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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망명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