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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1.28 설 풍경... 6 by 망명객
  2. 2008.01.11 홍박사 결혼원정단 by 망명객
  3. 2007.05.13 귀향 그리고 새출발 by 망명객

설 풍경...

길위에서 : 2009. 1. 28. 02:53
올해 우리집 설 풍경은 예년과는 조금 달랐다.

설 하루 전 마트 습격 시간에는 동생과 동생의 여친이 함께 했다.
오랜만에 만난 자리, 인사 뒤 바로 생일 축하 문자 메시지를 왜 씹었냐는 동생 여친의 타박이 이어진다.
그녀의 휴대전화엔 '왕 아주버님'이란 이름으로 내 연락처가 저장돼 있다. --;;;
물론 난 그 메시지를 받지 못했다.
요즘 내 휴대전화기 상태가 영 메롱인지라...

차례상 준비도 예년과 달리 간소했다.
물론 동생 여친께서 장보기에 이어 저녁상 준비와 차례상 준비를 도왔다는 점이 더욱 새롭긴 했다.

설날 당일 아침의 문간제에선 막내가 처음으로 집사를 봤다.
그 시간에 난 욕실에서 머리를 감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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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댁 현관은 여느 해의 명절날과 다름없이 신발이 꽉 들어차 있었다.
부모님 이하 우리 가족의 늦장 참여로 한 시간 여 정도 차례와 세배 인사가 늦어졌다.

세배를 올리는 자리, 내게 덕담 대신 본격적인 결혼 압박이 쏟아진다.
졸업과 취업이 남은 상황에서 결혼이라니...
이 날의 스타는 작년 어느 대기업에 취업한 내 동생이었다.
어려운 경제 한파 속에서도 매스컴을 통해 보도된 동생 회사의 성과급 소식이 숙부님들의 주요 화두였다.
처음으로 동생이 막내와 사촌동생들에게 뿌리던 세뱃돈도 화제였다.
나도 내 동생에게 세뱃돈을 받고 싶었다. --;;;;;;;;;;;;;;;;;;;;;;;;;;

올해 더욱 백발이 두드러지게 노쇄한 할아버지의 신년 화두는 늘 그랬듯 화목이었다.
그리고 그분의 소망, 삶의 마지막 소망이라며 작은 고모의 결혼식을 올해는 꼭 치르겠노라고 다짐하셨다.
스무 해 터울인 작은 고모는 늘 우아한 솔로를 지향하는 알파걸이다.
그간 내 조부모님은 그녀의 결혼에 대해 "포기했다"는 말만 되뇌일 뿐이었다.
내 손위 사촌 누이들도 그런 고모의 영향을 받았는지 결혼과는 담을 쌓고 지낸다.
고모의 결혼이라...

약 15명에 달하는 할아버지의 손자손녀들, 초등학생부터 대학원생과 직장인에 이르는 그 다양한 인물군상 중 여적 결혼 한 이들은 아무도 없다.
이제 여든이 훌쩍 넘어 아흔을 바라보는 할아버지가 특단의 조치를 선포했다.
일명 결혼 포상금과 함께 출산 포상금을 공약한 것이다.
처음으로 결혼한 손자녀에겐 내 전 직장 연봉에 버금가는 포상금을, 첫 증손자녀에게도 결혼 포상금의 반에 해당하는 거금을 내건 것.
아직 초등학생인 두 딸을 둔 막내 숙부가 영 아쉬워하는 표정이었다.

10시가 다 돼서야 늦은 아침식사를 할 수 있었다.
늘 그렇듯 어머니와 숙모님들은 부엌에서 명절과의 한 판 전쟁을 수행하고 있었다.
이제 소금과 설탕을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기력이 쇠한 할머니를 위해 할아버지의 명절 준비 특단이 이어졌다.
각 집에서 조금씩 음식을 준비해 올 것!

이번 설날 아침상에선 인천 숙모님이 준비해온 간장게장이 히트였다.
물론 할머니표 옥돔국(제주도 북쪽 지역에선 '생선국'이라 부르고 남쪽 지역에선 '솔라니국'이라 부르는 옥돔미역국으로 설날을 비롯한 명절과 제사날이면 늘 상에 올린다. 물론 설날에도 떡국 대신 차례상에 올라가는 국이다.)은 두당 두 사발을 기본으로 비우는 스테디셀러다.
참, 10여 병 비워진 소주병은 늘 덤처럼 명절 아침상 한 켠을 차지한다.

대가족의 대식사가 끝나면, 난 늘 그렇듯 스무 해 터울인 막내 사촌동생을 데리고 아이스크림을 사러 나선다.
이 녀석은 올해 초등학교 5학년이 된다.
첫째 숙부 딸인 대학 2학년생 사촌 여동생은 빨리 시집가고 싶다고 밝혔다.
물론 아직 적당한 남자를 만나지 못했다는 부연설명이 붙긴 했지만, 그 이야기에 바로 낯빛이 변하는 숙부의 표정으로 봐선 사촌 여동생은 결혼은 커녕 남자친구 하나 제대로 만나기 힘들 것 같다.
아마 이 녀석이 결혼을 한다면 숙부는 전날 대취해 결혼식 현장에 안 나올 것이 분명하다.

인천빵이라 불리는 둘째 숙부의 아들들은 이제 고3과 고2가 된다.
수험생 학부모란 부담감이 큰지, 숙모님은 내년 이 자리에선 대학 이야길 꺼내지 말라고 미리 밝혀둔다.
어쨌든 나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인천 사촌동생들에게 열공하라 한 마디 덕담을 건넨다.

멀리 양키땅에 사는 사촌누나가 할아버지와 할머니께 전화로 새해 인사를 올린다.
할머니가 옆에 있던 내게 수화기를 넘겼다.
새해 인사와 함께 누나에게 당신의 부재가 나에 대한 결혼 압박으로 이어지고 있노라고 대뜸 큰소리를 질렀다.
어쨌든 그녀는 내가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부터 명절 땐 늘 부재중이었다.
이어 할아버지의 손자녀 결혼 및 증손자녀 출산 장려 공약을 알리니, 이 정신없는 누이가 할아버지께 차후 딴소리 하기 없기라 전해달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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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에 눈이 많이 내렸다.
눈을 핑계로 올해는 농장에서 지내는 차례를 건너 뛰었다.
아마 며칠 뒤에 아버지나 어머니가 따로 농장에서 차례를 지낼 것이다.

외할머니는 다리가 불편하셨다.
더욱 수척해진 얼굴 위로 눈썹 문신만이 또렷히 제 자리를 드러내고 있었다.
역시 외할머니도 어여 결혼하란 이야길 내게 꺼내신다.

3년 전 돌아가신 외할아버지, 그 빈 자리는 늘 처연하다.
외사촌동생들은 막내가 고등학생이다.
몇몇 외사촌들의 진학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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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가가 있는 중문을 뒤로 하고 다시 서귀포 할아버지 댁으로 차를 돌렸다.
작은고모의 남자친구가 인사차 집에 들른다는 것.
이런 빅이벤트는 절대 놓칠 수가 없는 법이다.

때마침 할머니 동생인 진외종조부와 진외종조모, 진외종숙부와 그의 5살 난 아들이 할아버지 댁을 방문했다.
난  이 5살짜리 꼬마에게도 형일 뿐이다.
예비 작은고모부를 만나는 자리에 관객이 늘어난 것.

한씨 성을 가진 예비 작은고모부는 말쑥한 학자의 모습이었다.
이미 그가 모 기관의 연구원이란 소린 들어서 그런지, 그 얼굴엔 그의 직종이 온전히 드러나 보였다.
어느덧 예비 작은고모부와 고모도 지천명이 넘은 나이.
할머니와 할아버지 앞에 큰절로 인사를 올리는 예비 작은고모부의 모습이 조금은 낯설다.

손님을 맞는 시간이 저녁식사 시간이니, 역시 아침상처럼 긴 밥상 6개가 일렬로 늘어섰다.
부엌에선 다시 대형 국통에서 옥돔국이 끓고 있었다.
저녁상 위에도 소주가 10여 병 쌓여갔다.
할아버지뿐만 아니라 증외조부와 숙부님들은 번갈아 한씨 성을 가진 손님에게 술잔을 권한다.
고모의 귀띔으로 한씨 성을 가진 손님은 미리 '컨디션'을 챙겨 마셨을 것이다.
언뜻 보니, 손님 맞은 편에 앉은 작은 고모의 분위기가 조신하다.

증외숙부는 밥상머리에서도 5살 난 아들을 챙기느라 바쁘다.
이 녀석 밑으로 쌍둥이 동생이 있단다.
7년 손위인 숙부도 어느덧 아저씨의 태가 물씬 풍긴다.
하긴 숙부랑 마주 한 게 어느덧 몇 년 전 이야기가 돼버렸다.

대가족의 대식사가 또 한 차례 끝났다.
우리 식구에 증외조부모 식구, 거기에 한씨 성을 가진 손님까지 북적거리는 집안.
이번에는 큰고모가 고모부와 고종사촌들을 데리고 새해인사차 할아버지 댁에 들렀다.
큰고모 식구들은 이번 설에는 그 누구 하나 빈 사람 없이 풀세트로 찾아온 것.
나랑 같이 동년동월생인 고종사촌형이 반갑다.
군대와 학업, 취업과 유학 등으로 서로 몇 년 간 못 본 사이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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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은 명일 출근을 위해 아침식사 후 할아버지 댁을 나섰고,
막내동생은 약속이 있다며 외가댁에서 바로 집으로 갔다.
설날에 집을 나선 건 예년처럼 다섯 가족이었지만 집으로 돌아가는 길엔 세 사람만 남아 있었다.
어머니는 감기 기운에 차 뒷자리에서, 아버지는 술기운에 조수석에서 주무셨다.
난 운전을...

2009년 설날은 이렇게 흘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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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 취업을 통해 경제생활을 시작하고 결혼을 통해 새로운 가정을 꾸려간다. 아직 난 그러한 경제생활과 가정생활과는 거리가 멀지만, 새로운 환경을 개척하는 선후배 동기들의 모습은 늘 자신감과 두려움이 섞인 묘한 모습으로 다가온다.

날씨가 좋았던 2007년 6월의 어느 날, 학과 한 해 선배인 홍박사가 장가를 갔다. 사실 그보다 내가 먼저 결혼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역시 사람 일은 알 수 없는 것이다. 사람들이 많은 자리에서 부끄러워 빨개진 얼굴로 자기소개하던 홍박사. 그 숫기없는 인간이 장가를 간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결혼식장이 있는 창원까지 내려가는 버스 안에서 만난 한 해 선배들은 여전히 유치했다. 무게감 있는 90년대 초반 학번들과 달리 이들 내 한 해 위 선배들은 늘 가벼웠다. 그래서 더욱 그들이 좋다. 동기가 좋은 건, 첫 만남의 어린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는 점이다. 육체적인 나이를 떠나 정신 연령의 급격한 하락이라고나 할까. 아무리 유치하다고 해도 그냥 그 유치함을 즐길 수 있는 자리가 바로 동기들을 만날 때이다. 그런데 난 동기들보다 한 해 선배들과 있을 때 더 유치함을 즐긴다.


촬영편집 : 허벅지대마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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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K.A



2년 전, 멀리 바다 건너 공부하러 떠났던 선배가 돌아왔다.
그녀의 귀환을 맞이하는 자리는 익숙한 반가움보다 '파티'라는 이국의 단어에서 드러나듯 조금은 생경한 분위기였다고나 할까.
 
6살 연하의 현지인 애인과의 결혼을 앞두고 잠시 귀국한 선배.
결혼식은 바다 건너 이국 땅에서 열리니 지인들과의 조촐한 자리를 마련한 것.
이제 학생을 넘어 이민자로, 그리고 평생의 동반자와 함께 가는 그 길이 늘 행복하기만을 바랄 뿐.
ㅋㅋ 성공했어~ ^^;


K.J.Y & Her Son



새로 생긴 조카.
익숙한 얼굴들 사이에서 뉴페이스를 만나는 즐거움은 늘 새롭다.
주정뱅이 삼촌이라 조카 이름조차 가물거린다.
언젠가 이 녀석과도 술잔을 나눌 때도 오겠지.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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