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내리는 토요일 오후, 한 여자가 한 남자를 만나 결혼식을 올렸다. 하얀 웨딩드레스의 그녀는 그 누구보다 아름다웠다. 남녀 한 쌍이 부부로서 인생 제2막에 들어서는 자리, 축복만이 가득해야 하는 자리에 마음이 무거운 사람들이 있었다. 모두들 말은 꺼내지 않았지만, 나 또한 그들 중 한 사람이었다.
신부는 현재 파업중인 조합원. 130여일 째 이어지고 있는 파업도 서로 사랑하는 남녀의 결혼식은 막을 수 없었다. 식장에서 테이블 하나를 차지한 지인들 사이에 피상적인 농담이 오간다. 모두가 파업 대오와 함께하는 건 아니다. 같은 사무실에서 근무했다지만 각자 계약 상 신분이 다르고 처한 환경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녀를 걱정하는 사람들은 그녀가 파업 대오에서 이탈하기를 바랐다.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파업 대오를 지키고 있다. 사업장은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그렇다고 사업장이 안 돌아가는 건 아니다. 각자가 처한 상황과 인간적 정(情) 사이에서 모두가 고민하고 있는 게 현 상황이다.
식사를 마친 우리 일행은 사업주가 보낸 축하화환 앞에서 인사를 나눈 각자 비 내리는 거리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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