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대와 숭실대를 필두로 국내 대학들이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속속 발표할 것이다. 교직원이나 대학원생과 달리 교정 곳곳을 누벼야 할 학부생들에게 스마트폰과 대학 전용 애플리케이션은 매우 유용한 도구이다. 굳이 넷북이나 노트북이 없더라도 학내 무선 인터넷망을 이용해 쉽게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게 스마트폰의 장점이기 때문이다. 대학 애플리케이션을 좀 살펴보자.

▲ 숭실대 애플리케이션

숭실대학교 애플리케이션은 크게 네 가지 메뉴로 구성돼 있다. 대학 공지사항과 캠퍼스 지도, 도서관 열람식 좌석 확인과 학생식당 메뉴가 그것이다. 단순하면서도 기초적이지만 학생 생활과 밀접한 정보들이라 꽤나 유용한 애플리케이션이다. 학생들이 만든 애플리케이션이다. 아주대학교 애플리케이션 '아이아주라이프(iAjouLife)'는 학교 주변 버스 정류장의 버스 도착 예상 시간과 노선도 제공한다. 

스마트폰의 본고장인 미국의 대학들은 어떨까?

스탠포드대학 애플리케이션 내용을 중심으로 MIT의 사례도 함께 살펴보자. 선정기준은 내 마음대로였다. 기실, 스탠포드대학은 소셜 미디어를 잘 활용하는 대학으로 정평이 나 있고 MIT는 공학과 함께 뉴미디어 기술을 주도하는 대학이라는 사실이 내 마음대로 선정 기준이었음을 밝혀둔다.(그리고 난 그 대학들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평범한 대한민국 원딩임을 함께 밝히는 바이다.)

▲ 미국 스탠포드대학 애플리케이션 메인 화면

애플 앱스토어에서 'stanford'를 열쇳말로 검색을 하면 애플리케이션 6개를 확인할 수 있다. 이들 모두 스탠포드대학과 연구 관련 부속기관에서 등록한 애플리케이션들이다. 그 중, 대표격인 스탠포드대학 애플리케이션(stanford university)을 살펴보자. 스탠포드대학 앱은 모두 8개의 메인 메뉴로 구성돼 있다. 교직원 연락처, 운동부, 캠퍼스 지도, 행사 일정, 강의 정보, 비디오, 뉴스, 사진이 메인 메뉴이다. 


1. Dictionary(교직원 연락처)


교직원 연락처 메뉴에서 임의적으로 우리의 철수에 해당할 것 같은 'John'으로 검색을 시도했다. 몇몇 인간들이 잡힌다. 그 중 한명을 누르니, 이 양반 모 학과 교수님이시다. 소속과 직책, 연구실 전화번호와 이메일 정보가 제공된다. 간단한 클릭 한 번으로 연락처에 추가할 수 있다. 검색 히스토리도 제공하기에, 한 번 찾아봤던 이를 다시 찾기에 수월하다. 

정보를 공개한 이들은 학교 직원과 교수들이다. 성향에 따라 노출된 정보의 양이 다르다. 직급과 소속만 밝힌 이들이 있는가 하면, 친절히도 사무실 전화번호와 이메일까지 모두 제공하는 이들도 있다. 문득, 학점 짜다고 교수 연구실로 장난전화 걸기 딱 좋은 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응?). 


2. 운동부


운동부 메뉴를 보고 놀란 건 이 대학이 무려 20개에 이르는 종목에 걸쳐 팀을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각 종목당 남녀 팀이 나뉘는 경우도 있으니, 체육팀 수는 종목의 1.6배 정도 될 것이다. 앱에선 각 종목별 뉴스와 경기 일정, 경기 결과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갑자기 뒷돈 써서 승부 조작하는 국내 대학 스포츠계가 떠올랐다. 씁쓸함이랄까. 돈 없는 집에서 자녀를 예체능계에 보낸다는 건 안 될 소리가 되어버린 나라의 학원 스포츠 현실은 비루한 서글픔이다. (딴 소리 중~)


3. 캠퍼스 지도 & 교통


캠퍼스 지도는 캠퍼스 내 건물들과 주요 장소 디렉토리에서 출발 장소와 도착지를 선택하면 경로와 셔틀버스 출발시간, 도착 예상시간을 안내한다. 최고다! 단, 학내에 셔틀버스를 운영하는 학교여야만 빛을 발할 수 있다. 코딱지만한 국내 주요 대학들에겐 필요 없는 기능이랄까. 서울대 관악캠퍼스 정도는 도입이 가능할지도 모른다. 


캠퍼스 규모가 좀 작은 MIT도 셔틀과 함께 캠퍼스를 지나가는 보스턴 시내 버스 정보도 제공한다. 야밤에 이용하는 안전셔틀(?) 안내가 인상적이다. 


4. 행사 일정


스탠포드 앱은 각종 행사들을 종류별로 정리해 제공한다. 행사 안내 공지 내용에는 북마크 기능도 함께 제공한다. 행사 공지가 끝이 아니라 공지 내용을 이용자가 끝까지 챙겨둘 수 있도록 한 배려(?).


5. 강의 정보


각 단과대나 대학원별 개괄적 강의 정보가 앱에서 제공된다. 강사명을 누르면 사람 검색 메뉴의 연락처 정보로 이동하며, 강의실 위치를 캠퍼스 지도에서 확인할 수도 있다. 앱 상에서 강의 신청이 가능한 듯하다. 확인 버튼을 눌렀더니...


두둥~ 하고 학번과 비밀번호를 요구한다. 고로 패스~


MIT 앱에서는 각 강의 정보 제공 창에서 관련 공지사항도 함께 볼 수 있다. 과제 내용뿐만 아니라 휴강 공지도 확인할 수 있다. 결석 시 친구에게 과제나 공지사항을 물어볼 필요도 없고, 친구 하나 없는 왕따에겐 참 고마운 앱이 아닐 수 없다. 


6. 비디오


미국 대학들에게 비디오 강의 공개(오픈코스웨어)는 매우 일상적다. MIT에서 시작했다지만, 각 대학들이 경쟁적으로 강의를 공개하는 건 그만큼 고등교육 분야 만큼은 미국 대학들이 자신있다고 자부한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팟캐스트와 유튜브 교육 채널을 통해 지식 공유라는 사회적 가치 실현과 함께 대학 브랜드를 제고하는 게 미국 대학이다. 비디오 채널은 스탠포드 유튜브 채널과 바로 연결돼 있다.

국내 대학? 좀 미안한 소리지만, 한때 앞선 기술로 사이버대학과 같은 수익 모델에만 집착한 게 국내 대학들이다. 열악한 재정 규모 때문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이미 국내 대학들은 건강한 지식 생태계 조성에는 관심이 없다. 어느 당찬 20대 여성처럼, 대학은 자격증 장사에만 관심을 두고 있다. 각 대학들의 평생교육 프로그램 성공 여부는 결국 공인된 자격증 부여 여부이다. 정부도 여기에 한 몫 거든다. 분야별 전문가를 육성한다는 미명 하에 생겨난 건 각 대학마다 개설하는 특별 자격증 코스들일 뿐이다. 석박사도 거시적 관점에서 보자면 자격증이나 다름 없지 않은가. 


7. 뉴스


캠퍼스 앱에서 스탠포드대학이나 MIT 모두 뉴스를 주요 콘텐츠로 삼고 있다.


8. 사진


대학 사진은 말 그대로 사진이니 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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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앱 개발을 위해선 소스를 제공할 대학 홈페이지가 제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러나 여기서 또 한 번 개발자들은 거대한 장벽에 부딪친다. 웹표준화의 문제가 대학 홈페이지라고 빗겨갈 리 없다. 얼기설기 만들어 놓은 대학 홈페이지, 껍대기만 화려하고 서브 메뉴는 개판인 대학 홈페이지가 수두룩하다. 

어차피, 대학 행정 쪽에서야 예산과 인력의 부족을 호소할 것이다. 숭실대나 아주대도 정식으로 대학본부에서 개발한 앱은 아니다. 학생들의 지적 호기심과 관련 연구자들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게 숭실대와 아주대의 대학 애플리케이션이다. 

사실, 기존에 모바일 캠퍼스 구축 논의가 없었던 건 아니다. 특정 이통사의 제안에 따라 몇몇 대학들이 모바일 캠퍼스를 구축한다고 했지만, 해당 이통사 이용 고객에게만 제공되는 서비스만 도입됐을 뿐이다. 앞서 살펴본 국내외 대학 애플리케이션은 모두 애플의 아이폰용이다. 다양한 디바이스가 출현할 것이고, 대학은 각 디바이스와 OS에 맞는 앱들을 개발해야 한다. 캠퍼스 유무선 통합망 사업이 특정 업체에게 맡겨지더라도 각 대학은 이통사에 관계 없이 모든 구성원들이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방향으로 사업을 이끌어 가야 한다. 

물론, 일반 피처폰 유저들은 안중에 없냐는 비판에 직면할 수도 있다. 대학이 학생들에게 상품 구매를 강요하는 시대가 됐다는 개탄이 또 터져나올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스마트폰으로 시대적 물꼬가 트인 상황이다. 그만큼 교육 현장에서 스마트폰을 활용할 수 있는 사례들이 점차 개발될 것이다. 사실 대학보다 시대적 트랜드에 밝은 게 사교육 현장 아니던가.(따지고 보면 요즘과 같은 시대에는 대학교육과 사교육의 경계가 더욱 흐릿해졌다.)

등록금 때문에 울상인 학생들에게 스마트폰 구매와 요금제를 강요한다는 소리를 들을 수도 있겠다는 데까지 내 생각이 뻗어간다. --;;;;;;;;;;;;;;;;;;;;;;;;;;;;;;;;;;;;;;;;;;;; 쩝. 어쩌란 말인가. 

굳이 변명을 하자면, 대학이 등록금만큼 서비스를 제공하란 소리로 들어주길 바란다. 앱 개발한다고 등록금 올리는 일은 없겠지. 있을까? 있으면 제보 부탁!!!







Posted by 망명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