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는 지인들 중 한 번 들으면 절대 그 이름을 잊을 수 없는 이들이 둘 있다. 한 명은 홋까이도 대학 교수인 '현무암' 선배이고, 다른 한 명은 중학교 동창인 한씨 집안 첫째 아들 '한라산'이다. 현무암은 암석 종류고 한라산은 산 이름이며 동시에 제주 한일소주에서 만드는 소주 브랜드명 아니냐고 되묻는 이들이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현무암과 한라산, 지방색이 우러나오는 이름을 지닌 두 사람은 이 세상에 엄연히 존재하는 인물이다.

'화이팅 대디' 보컬 한라산 (사진출처 : 제주의소리)
 
서울에서 대학을 졸업한 뒤 오랜 일본 유학생활 끝에 홋까이도 대학에 자리를 잡은 현무암 선배는 가끔 '미디어오늘' 지면을 통해 만날 수 있다. 포스팅 제목으로 올린 오늘의 주인공 한씨 집안 첫째 아들 '한라산' 군이 최근 이런저런 매체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그가 보컬로 활동하고 있는 그룹 '화이팅 대디'가 이달 싱글을 발표하기 때문이다.

처음에 그의 기사를 접했을 땐 동명이인이 아닐까 의심도 했었다. 중학교 졸업 이후 서로 만난 적 없으니, 지면 위에서 접한 친구의 이미지가 그 시절의 까까머리 중학생이 맞을까 의심스러운 게 사실. 그의 꿈이 가수였던가? 사진 속 한라산의 눈매에서 까까머리 중학생 한라산을 얼핏 기억해낸다. 어느덧 시인이 돼 있어야 할 나이, 옛 친구가 가수로 활동하고 있단 사실이 신기할 뿐이다. '한라산', 이 친구와 그 동생은 둘 다 '산'자 돌림이다. 그렇게 기억을 조합하려니, 이 친구 중딩 시절부터 눈매가 록커의 눈매였다. (역시 인간의 기억이란 늘 맥락 속에서 새로이 조합돼 탄생하나 보다. 신빙성은 개뿔~)

학과 동창 녀석 중 한 때 얼굴 없는 가수로 반짝하던 녀석이 있다. 먹고사는 일이 바쁘니 서로 연락을 안 취할 수밖에. 그래도 결혼 할 땐 얼굴에 철판깔고 서로 연락하는 게 이 땅의 인지상정 아니겠는가. 술 취한 상태에서 내 결혼식 축가를 불러주겠다던 약속을 난 아직 기억한다. (여기서 잠깐, 난 내게 유리한 기억은 늘 팩트란 이름으로 포장하곤 한다. ㅋ) 가수란 꿈을 위해 열심히 살아온 친구 한라산. 발표한 앨범 족족 한 장씩 사주며 조용히 응원하는 게 옛 친구에 대한 의리겠지. '화이팅 대디', 내겐 '파이팅 한라산'일세 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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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망명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