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성향 44.7% 2년새 19%P 줄어
게재일 : 2004년 10월 25일 [1면] 글자수 : 1445자
기고자 : 김승현·백일현 기자

#1. 지난달 초 한양대 서울캠퍼스에 '동아리 해체 선언문'이란 벽보가 붙었다. 1990년대 초 결성된 이 동아리는 '한국 사회의 현실을 비판하고 실천을 고민한다'며 운동권 학생들이 만든 이른바 '이념서클'이었다. 이들은 벽보에서 "비판과 고민을 담아야 할 사회과학 세미나가 형식적인 모임으로 그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동아리 활동에 대한 신입생 회원들의 무관심도 해체의 중요한 이유였다.

#2. 서울여대는 지난 9월 '부자학 개론'을 신설했다. 350명 정원은 수강신청이 시작된 지 단 2분 만에 채워졌다. 부자 되는 방법을 책으로 펴낸 작가, 억대 연봉의 보험설계사 등이 강단에 직접 나서 '실전 재테크'를 강의한다. 서울여대뿐 아니다. 한국외대·성균관대·경희대 등 주요 대학에서 요즘 가장 인기있는 수업은 경제·금융 현장의 최고경영자(CEO)들을 강사로 초빙한 특강이다.

한양대 손정식(경제금융학부)교수는 "저금리·고령화 시대에 대비하는 재테크 기법 등에 학생들의 관심이 매우 크다"며 "내년 학기부터 수강 인원을 더 늘리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대학생들이 변하고 있다. 전북대 설동훈(사회학)·연세대 한준(사회학)교수 등이 지난 6월 전국 대학생 2000여명을 상대로 '대학생 생활과 의식'을 조사했다. 이 결과를 본지와 설·한 교수가 공동으로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 대학생들은 물질적인 가치를 우선하고 있었다.

경제성장 등 '물질주의적 가치'와 인간적인 사회 추구 등 '탈(脫)물질주의적 가치'를 비교분석하는 잉글하트 분석법에 따르면 2004년 현재 우리 대학생 중 물질주의자는 17%로 2001년(10%)보다 늘어났다. 탈물질주의자는 9.7%였으며, 나머지는 혼합형이었다. 2000년 미국의 18∼24세 대학생 가운데 탈물질주의자는 30.1%인 반면 물질주의자는 5.9%에 그쳤다.

설동훈 교수는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나라일수록, 젊은 세대일수록 탈물질주의자가 물질주의자보다 많다"며 "우리의 경우 고용 없는 성장과 경기 침체 등 사회 구조적 요인이 대학생들을 물질적 현실주의자로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학생들의 이념 성향도 2002년 63.5%에 달했던 진보 성향은 올해는 44.7%로 20%포인트 가까이 떨어졌다. 반면 2년 전 24.7%이던 중도 성향은 올해 40.3%로 뛰어올랐다. 보수적인 성향도 11.2%에서 14.1%로 증가세를 보였다.

잉글하트 분석법=미국의 사회학자 잉글하트가 사회 구성원이 어떤 가치를 선호하는지를 알기 위해 만든 기법. 12개 항목을 물질주의적·탈물질주의적 가치로 나눈 뒤 4지선다형 질문을 통해 가치관을 측정한다. 물질주의적인 가치를 5개 이상 선택하면 물질주의자로, 0∼1개면 탈물질주의자로 분류된다.

김승현·백일현 기자
shyun@joongang.co.kr


25일자 중앙일보에 실린 기사이다.
#1에 나오는 '이념 서클'이란 아마도 사회대 단대동아리 '필연의 왕국에서 자유의 왕국으로' 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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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년 봄이었을까? 아니 가을이었나?
내 옆에 같이 걷던 사람이 정태형이었던가? 아니면 범윤형?

아마 날 좋은 오후였을 거야.
요즘처럼 햇살 밝은 날, 부귀식당의 순대국 냄새 맡으며 형과 함께 그 옆 목공소에 갔었지.
사람 좋게 '허허' 웃어보이며 목공소 아저씨께 그저 남는 나무 쪼가리 하나 주실 수 없냐고 부탁했었어.
아저씨도 사람 좋아 보이는 얼굴로, "공짜 나무는 아무짝에도 쓸모 없을텐데" 라고 답하시더군.
결국 싸구려 나무 하나를 구매하기로 결정했고, 사람 좋아 보이는 아저씨는 현판에 쓰기 좋도록 나무를 다듬어주셨지.

형과 함께 좋아라 그 나무를 들고 동아리 방에 올랐어.
방에 있던 사람들은 우리들 보다 현판용 나무를 반가워 하더라.

미자누나였을 거야.
누나가 연필로 나무 위에 밑그림을 그렸지.
그리고 누군가 들고온 학생용 목공작 세트로 밑그림 옆으로 양각 글자를 새겼지.

'필연의 왕국'

공강시간마다 시간 남는 사람들이 현판을 열심히 새겼지.
그리고 빨간색 페인트로 칠을 하고.
니스칠에 대한 기억은 없어.

이웃 동아리는 우리를 밤마다 집에 안가는 애들의 모임이라 불렀으며, 한때는 문화동아리로 불리기도 했어. 
공부를 가장한 술자리 모임이라 불리기도 했고.
그런데 이제 신문에서는 그 동아리를 '이념서클'이라고 부르는군.

누가 뭐라 부르든 개의치 않아.
중요한 건 현재와 거기에 드리워진 기억의 그늘이니까.

한때 정을 붙이던 공간.
이제는 기억 속에서만 존재하는 공간이 되어버렸다.

확신하는 건, 그래도 그 때, 그 공간 속 사람들과는 너무 즐거웠다고.
즐거웠던 만큼 많이 아파했고 아파한 만큼 술도 많이 마셨다고,
술을 많이 마신 만큼 이야기도 많았고
이야기가 많아서 情이 깊었다고

2004년, '자유의 왕국'을 꿈꾸던 공간은 우리의 기억 속에서 영원히 '필연의 왕국'으로 남아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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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망명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