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친구들은 누굴 뽑을까?
길위에서 :
2009. 9. 30. 20:11
3대 지역신문이라고 하면 보통 광주일보, 부산일보, 제주일보를 꼽곤 했다. 요즘도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 워낙 좁디좁은 곳이 지역사회인지라 지역에서 기자 짓 해먹는 게 그리 녹록한 일은 아닐 듯하다. 단, 87년 민주화 항쟁 이후 지역사회에서도 한겨레와 같은 신문사들이 생겨났고, 2000년 이후 인터넷 시대가 도래하면서 오마이뉴스 같은 형태의 인터넷언론사들이 지역사회에 뿌리 내리기 시작했다.
지역사회에서의 시민운동도 무척 힘든 활동이다. 아버지가 시청 공무원인데 그 앞에서 데모질 할 아들은 그리 많지 않다. 오빠가 경찰인데 그 여동생이 경찰서 유치장에 갖히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 도농지역이나 농어촌 지역으로 분류되는 곳일 수록, 싸움의 이유가 지역 현안에 가까이 존재할 수록 개인 앞에 놓인 선택의 지점들은 점점 좁아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난 지역활동가들을 존경한다. 고향을 떠나 살고 있으니 고향에 남아 있는 친구들과의 메신저질로나마 간간히 지역 소식을 접하곤 한다. 제주지역 대안언론이라 할 수 있는 매체사에 근무하는 선배는 전화로만 연락이 가능한데, 난 20대의 그와 처음 만났으니 그는 지금 불혹에 가까운 나이일 것이다. 여전히 우리의 전화질은 '결혼 안 하냐'는 덕담으로 시작하고 끝을 맺는다. 선배를 소개해준 친구는 간간히 텔레비전 네트워크 뉴스 꼭지에 출연하며 어울리지 않는 양복을 빼입곤 뭐라뭐라 고향 소식을 전해주고 있다. 그 친구가 부채의식 속에 살아가는 것 같다고 알려준 후배는 지난 도지사 주민소환 투표가 실패로 끝났을 때 지역언론의 행태를 비판하며 이를 논문으로 남기겠노라고 내게 이야기했다.
오늘의 이야기는 바로 그 후배와의 대화에서 시작한다.
메신저 상에서 분개하는 후배를 달래며, 난 이번 주민소환 투표 운동의 결집력이 모여 내년 지방선거에서 크게 안타를 먹여야 한다는 아주 원론적인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러나 들려오는 후배의 대답은 마땅한 대항마가 없다는 울먹임 뿐.
비록 타지에서 살고 있지만 내 머리 속에 떠오르는 후보군도 마땅한 사람이 없었다. 대기업에서 출세가도를 달리시다 늙으막이 고향땅에 내려오신 분과 관료로서 탄탄대로를 달리시다가 정치철세 소리까지 듣던 분이 떠올랐다. 그리고 현 도지사의 얼굴이 떠올랐다.
제주일보가 창간일을 맞아 내년 지방선거 도지사 후보군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무려 10명의 후보군을 두고 벌인 여론조사 결과는 지난 8월 말에 후배와 떠들던 이야기와 별반 차이가 없었다. 후보군 10명에는 한나라당 계로 분류할 수 있는 양반들과 범 민주계로 분류할 수 있는 양반들이 섞여 있지만, 실질적인 3강은 한나라당, 민주당(?), 무소속(?). (?)라고 표현한 인물들은 모두 과거 한나라당과의 인연이 있는 분들이다. 재밌는 건 ‘지지정당이 없다’는 응답자가 44.6%나 됐다는 사실이다. 결국 좁디좁은 지역사회에선 정당보단 인물값이란 소리다.
열심히 사는 후배에겐 조금 미안한 소리일 수도 있지만, 결국 선거 준비 과정과 선거 과정에서 지역 시민사회가 대안 후보를 내세우는 것보단 정책적 견인을 이끌어내야 한다. 지금까지도 그래왔잖아. ^^;
여론조사 결과에서 재밌는 건 다음 항목이다.
설마 여론조사 시 오픈문항으로 물어본 건 아닐 테고, 기껏 제주 미래 발전 최대 현안으로 꼽은 보기가 '신공항 건설', '한라산케이블카 설치', '해군기지 건설', '주민 자치권 강화', '관광객 전용 카지노 도입', '투자개방형 병원 도입', '제주영어교육도시 성공', '자치재정 확대'란 말인가. 불행 중 다행이라면 '비양도 관광케이블카 건설'이 빠져 있다는 것 정도다. 100만이 안 되는 인구, 낮은 재정 자립도가 궁극적으로 평화의 섬 제주의 미래를 암울하게 하는 것 같아 입맛이 씁쓸하다.
지역경제 상황이 좋지 않으니 딱히 먹고살 걱정이 정책적 아젠다가 되는 건 이해하지만, 우리 조금 더 고민하며 대안 정책을 마련하면 안 되겠니? 뭐, 이런 소리도 원론적인 문제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지만, 그래도 다시 한 번 더 심사숙고하면 안 되려나?
고향을 지키고 있는 선후배와 동기들은 과연 내년 지방선거에서 누굴 뽑으려나?
지역사회에서의 시민운동도 무척 힘든 활동이다. 아버지가 시청 공무원인데 그 앞에서 데모질 할 아들은 그리 많지 않다. 오빠가 경찰인데 그 여동생이 경찰서 유치장에 갖히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 도농지역이나 농어촌 지역으로 분류되는 곳일 수록, 싸움의 이유가 지역 현안에 가까이 존재할 수록 개인 앞에 놓인 선택의 지점들은 점점 좁아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난 지역활동가들을 존경한다. 고향을 떠나 살고 있으니 고향에 남아 있는 친구들과의 메신저질로나마 간간히 지역 소식을 접하곤 한다. 제주지역 대안언론이라 할 수 있는 매체사에 근무하는 선배는 전화로만 연락이 가능한데, 난 20대의 그와 처음 만났으니 그는 지금 불혹에 가까운 나이일 것이다. 여전히 우리의 전화질은 '결혼 안 하냐'는 덕담으로 시작하고 끝을 맺는다. 선배를 소개해준 친구는 간간히 텔레비전 네트워크 뉴스 꼭지에 출연하며 어울리지 않는 양복을 빼입곤 뭐라뭐라 고향 소식을 전해주고 있다. 그 친구가 부채의식 속에 살아가는 것 같다고 알려준 후배는 지난 도지사 주민소환 투표가 실패로 끝났을 때 지역언론의 행태를 비판하며 이를 논문으로 남기겠노라고 내게 이야기했다.
오늘의 이야기는 바로 그 후배와의 대화에서 시작한다.
메신저 상에서 분개하는 후배를 달래며, 난 이번 주민소환 투표 운동의 결집력이 모여 내년 지방선거에서 크게 안타를 먹여야 한다는 아주 원론적인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러나 들려오는 후배의 대답은 마땅한 대항마가 없다는 울먹임 뿐.
비록 타지에서 살고 있지만 내 머리 속에 떠오르는 후보군도 마땅한 사람이 없었다. 대기업에서 출세가도를 달리시다 늙으막이 고향땅에 내려오신 분과 관료로서 탄탄대로를 달리시다가 정치철세 소리까지 듣던 분이 떠올랐다. 그리고 현 도지사의 얼굴이 떠올랐다.
제주일보가 창간일을 맞아 내년 지방선거 도지사 후보군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무려 10명의 후보군을 두고 벌인 여론조사 결과는 지난 8월 말에 후배와 떠들던 이야기와 별반 차이가 없었다. 후보군 10명에는 한나라당 계로 분류할 수 있는 양반들과 범 민주계로 분류할 수 있는 양반들이 섞여 있지만, 실질적인 3강은 한나라당, 민주당(?), 무소속(?). (?)라고 표현한 인물들은 모두 과거 한나라당과의 인연이 있는 분들이다. 재밌는 건 ‘지지정당이 없다’는 응답자가 44.6%나 됐다는 사실이다. 결국 좁디좁은 지역사회에선 정당보단 인물값이란 소리다.
열심히 사는 후배에겐 조금 미안한 소리일 수도 있지만, 결국 선거 준비 과정과 선거 과정에서 지역 시민사회가 대안 후보를 내세우는 것보단 정책적 견인을 이끌어내야 한다. 지금까지도 그래왔잖아. ^^;
여론조사 결과에서 재밌는 건 다음 항목이다.
제주 미래 발전을 위한 최대 현안으로는 ‘신공항 건설’ 의견이 31.8%로 가장 많았고 ‘한라산케이블카 설치’ 28.4%,
‘해군기지 건설’ 22.8%, ‘주민 자치권 강화’ 18.3%, ‘관광객 전용 카지노 도입’ 18.3%, ‘투자개방형 병원
도입’ 14.4%, ‘제주영어교육도시 성공’ 14.3%, ‘자치재정 확대’ 12.5%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설마 여론조사 시 오픈문항으로 물어본 건 아닐 테고, 기껏 제주 미래 발전 최대 현안으로 꼽은 보기가 '신공항 건설', '한라산케이블카 설치', '해군기지 건설', '주민 자치권 강화', '관광객 전용 카지노 도입', '투자개방형 병원 도입', '제주영어교육도시 성공', '자치재정 확대'란 말인가. 불행 중 다행이라면 '비양도 관광케이블카 건설'이 빠져 있다는 것 정도다. 100만이 안 되는 인구, 낮은 재정 자립도가 궁극적으로 평화의 섬 제주의 미래를 암울하게 하는 것 같아 입맛이 씁쓸하다.
지역경제 상황이 좋지 않으니 딱히 먹고살 걱정이 정책적 아젠다가 되는 건 이해하지만, 우리 조금 더 고민하며 대안 정책을 마련하면 안 되겠니? 뭐, 이런 소리도 원론적인 문제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지만, 그래도 다시 한 번 더 심사숙고하면 안 되려나?
고향을 지키고 있는 선후배와 동기들은 과연 내년 지방선거에서 누굴 뽑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