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인이 파는 잡지, 빅이슈를 아십니까? (컬처뉴스)

노숙인들의 자활을 돕고자 잡지를 발행하려는 이들이 있다. 영국에서 발행하고 있는 '빅 이슈(The Big Issue)'의 한국판을 준비하고 있는 이들이 그들이다. 빅 이슈는 지난 91년에 창간된, 노숙인에게만 판매권을 주는 특이한 잡지다.

대중문화를 주 내용으로 다루고 있는 빅 이슈. 한국어판은 올 10월 발간 예정이다. 각종 오프라인 매체들이 문을 닫는 시점에 신규 매체를 준비하는 작업 자체가 쉬운 작업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사회적 기업의 형태라면 어려운 잡지 시장 속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여지는 있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광고 분야에선 빅 이슈의 창간 취지가 꽤 매력적이다. 경제한파 속에서도 기업의 생존만큼이나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상품광고보다는 기업광고와 공익광고의 매체로서 적당하다는 것이다. 물론 일정량의 판매부수까지 갖춘다면 빅 이슈는 상품광고 매체로서도 손색 없는 매체가 될 것이다. 문제는 무가지들과 휴대용 멀티미디어 기기들이 점령한 거리를 빅 이슈가 어떻게 뚫고 들어갈 것인가이다.

노숙인이 파는 잡지. 연민과 동정의 마케팅일 수도 있다. 하지만 조금 돌려 생각하면 일방적인 기부가 아닌 거래의 형태를 취한 상호부조 마케팅이다. 결국 매체 자체에 대한 홍보가 관건이다. 노숙인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두려움과 동정이 늘 함께 한다. 가끔은 멸시와 기피의 눈길이 재빠른 발걸음 뒤로 스치기도 한다. 이런 시선과 눈길을 거두고 노숙인들에게 한 발 다가설 수 있는 모습. 이는 사회적 소통의 시도이기도 하다.

인문학의 위기와 인문학의 가능성이 공존하는 시대다. 전자는 상아탑 내에서 들려오는 아우성이고 후자는 거리와 현장에서 들려오는 복음이다. 성찰과 상상, 소통이란 인문학의 고갱이가 삶의 낮은 곳에서 제 가치를 발휘하고 있다.

여러 가지 난제들이 있겠지만, 빅 이슈가 거리의 희망으로 거듭나길 빈다.



Posted by 망명객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아고라(Agora)'는 '모이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고대 그리스의 도시국가(폴리스)의 중심에 있는 광장을 의미하며, 정치적인 광장과 시장을 겸한 공간이다. 아고라는 동시에 아고라를 가진 그리스인과 그렇지 못한 비그리스인의 구별점이기도 했다. 로마의 포룸(Forum)은 이 아고라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Daum을 위시한 많은 인터넷 포털과 인터넷 사이트들은 수많은 누리꾼들의 정치적인 광장이자 이들을 대상으로 한 상품과 정보 시장의 공간으로서 아고라를 다시 불러내고 있지 않은가? 또 정치와 시장은 원래 한 몸에서, 한 공간 속에서 출현하고 발전하는 것으로 보아야 할까? 우리네 시장의 역사를 되짚어 봐도 그럴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시장은 뜨거운 정치와 논쟁, 토론, 거래와 타협, 협상과 양보, 새로운 정보와 소문, 속임과 이 속임수에 대한 인지, 유행과 대중 참여가 가장 활발하게 이루어졌던 공간 아닌가.

- 광우병 촛불집회, 웹과 모바일의 가로지르기: 사이버 공론장의 진화와 잠재성, 이영주, 사이버커뮤니케이션학회 긴급토론회 발제문 중.

촛불집회를 둘러싸고 매스미디어의 변동에 대한 예측들이 쏟아지고 있다. 보수신문의 쇠퇴, 인터넷 생중계의 위력, 웹과 모바일 간 경계의 붕괴 등이 관련 내용으로 거론되지만, 그 중심에는 Daum의 아고라가 있다. 이미 촛불정국과 관련해 페이지뷰와 트래픽양에서도 다음이 네이버를 앞선 상황이다.

메일과 카페 서비스를 중심으로 발전한 다음과 검색 서비스를 중심으로 발전한 네이버의 토대 차이는 극명하다. 토대를 중심으로 서비스를 구축했으니 시기별 트랜드를 공유한다고 하더라도 서비스의 조직 구조 자체는 다를 수밖에 없다. 포털 서비스 자체가 유저를 포털 내부에만 머물 수밖에 없도록 꾸며졌더라도 유저들의 성향 자체를 반영하지 않을 수는 없없을 것이다.

메일과 카페를 중심으로 모여든 사람들에게 제공되는 서비스는 즉흥적일 수밖에 없다. 이미 모여 있는 사람들의 이용 패턴 자체가 다종다양했을 터이니 말이다. 이에 대한 서비스 제공자의 대응은 계획적이라기보다 유저들의 요구에 대한 즉각적인 대응 양태로 서비스가 발전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검색 서비스로 발전한 네이버의 경우는 어땠을까. 네이버는 검색을 토대로 관련 콘텐츠들을 최적화된 상태로 제공하는 방향으로 발전했다.

최종적으로 거칠게 결론짓자면 다음은 재래시장의 형태로, 네이버는 잘 꾸며진 대형마트의 형태로 발전한 것이다. 재래시장은 소비자와 공급자 사이의 흥정을 비롯해 각종 이야기가 생성되고 전파되는 공간이다. 선거철만 되면 유명정치인들이 서민의 이야기를 듣겠노라며 찾는 곳이 재래시장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대신 대형마트는 그저 파편화된 개인들의 소비만이 행해지는 공간이다. 적절히 필요한 상품을 찾고 계산대에서 계산을 마치면 그만인 곳이다. 대형마트에서 흥정이 이루어질리는 만무하다.

다음이 토론공간을 아고라라 명명한 건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벌어진 우연이겠지만, 그 영향력만큼은 우연이 아닌 필연으로 작용하는 듯 하다. 여기서 개인적인 의견을 덧붙이자면, 결국 웹서비스 기획이나 실행 단계에서도 인문학적 상상력과 관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건 아마 다음과 네이버를 바라보는 일반적인 시각의 차이에서도 나타날 것이다(딱히 뭐라 단정적으로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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