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09.08.03 가슴 속에 술병 하나 고이 담아두며 by 망명객
  2. 2007.05.13 귀향 그리고 새출발 by 망명객
잘린 나무 등걸과 KHS

한마당을 지키던 고목이 잘려나갔다. 주변엔 안내 문구 하나 없었다. 교문 옆을 지키던 고목처럼 이 녀석도 조만간 새로운 녀석으로 대체될까? 캠퍼스엔 해가 멀다 하고 새 건물이 들어선다. 건물보단 나무나 벤치를 랜드마크로 삼던 기억이 내겐 더 많은데 말이다. 교육기관이라 인재 육성에만 신경을 쓴 나머지 인재들의 기억에 각인된 추억의 나무까진 채 신경쓰지 못하는 학교. 참 씁쓸한 일이다.

2년 전 술자리에서 처음 만나 2년 동안 죽어라 술자리를 함께 했던 친구가 내일모레 미국으로 떠난다. 2년이란 시간 동안 동고동락했던 도반이 떠난다니 시린이처럼 가슴 한 켠이 아리다. 이것으로 꼭 함께 졸업하자던 다짐은 술자리의 허언으로 끝나고 말았다. 과정으로서의 학위는 그렇다고 치더라도 어찌 삶까지 그러하랴.

인사차 찾아간 노교수는 친구에게 "배고플 때 스테이크 하나 사먹어라"라며 100달러 지폐 한 장 쥐어주더란다.  "꼭 배고플 때 사먹어야해"라며 노교수가 강조했단다. 떠나는 이에게 밥 한 끼 먹이는 일이 내가  친구에게 해줄 수 있는 유일한 인사치레였다. 학교 구내식당에서 2500원짜리 식권 두 장으로 우린 함께 메밀소바를 나눠먹었다.

출국 준비로 바쁜 걸 알면서도 술자리에서 만난 친구를 술 한잔 나누지 않고 보내려니 섭섭함과 미안함이 밀려왔다.

"술병 하나 가슴 속에 킵해둬."

친구의 한마디에 아쉬움이 한가득이다. 지하철 입구에서 두 남자가 시덥지 않은 이야길 나누며 미적거리고 있었다. 연거푸 담배 두 가치가 꽁초로 변할 시간 동안 말이다.

"한국 돌아와서 뿌리 내릴 생각일랑 죽어도 하지 마."

지하철 입구에서 친구에게 해줄 수 있는 이야긴 이것밖에 없었다. 뒤늦게 공부에서 재능을 발휘해 4년만에 모든 학위를 마친다면 어떨까, 하는 우스갯소리에 대한 내 응답이었다. 아쉬운 포옹이 이어졌고 우린 각자의 갈 길로 방향을 틀었다. 녀석의 뒷모습을 내 기억 속에 담아두기 싫었다.

친구에겐 대학원에서 보낸 2년이란 시간이 한마당 고목처럼 등걸로만 남았다. 이제 곧 녀석은 그 등걸 위에 새로운 싹을 틔울 것이다. 더 넓은 세상에서... 네 말처럼 각자의 가슴 속에 술병 하나 고이 담아두자꾸나. 우정이란 이름의 술병 말이다. 고맙다. 미안했다. 그리고 사랑한다 KHS.




이렇게 글을 쓰고 보니, 녀석이 "형, 늙은이 티 내는 거 아니에요?"라며 유쾌한 미소를 날릴 것 같다. 그래도 어쩌랴. 요즘 내 감성 상태가 이런 것을... 태평양 너머로 유학을 떠난다지만 우린 곧 메신저에서 이야길 나누겠지. "아직도 술쳐먹고 다녀?" "넌 아직도 쭉쭉빵빵 아가씨 지나가면 고개가 절로 돌아가냐?"처럼 시덥지 않은 이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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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망명객

K.K.A



2년 전, 멀리 바다 건너 공부하러 떠났던 선배가 돌아왔다.
그녀의 귀환을 맞이하는 자리는 익숙한 반가움보다 '파티'라는 이국의 단어에서 드러나듯 조금은 생경한 분위기였다고나 할까.
 
6살 연하의 현지인 애인과의 결혼을 앞두고 잠시 귀국한 선배.
결혼식은 바다 건너 이국 땅에서 열리니 지인들과의 조촐한 자리를 마련한 것.
이제 학생을 넘어 이민자로, 그리고 평생의 동반자와 함께 가는 그 길이 늘 행복하기만을 바랄 뿐.
ㅋㅋ 성공했어~ ^^;


K.J.Y & Her Son



새로 생긴 조카.
익숙한 얼굴들 사이에서 뉴페이스를 만나는 즐거움은 늘 새롭다.
주정뱅이 삼촌이라 조카 이름조차 가물거린다.
언젠가 이 녀석과도 술잔을 나눌 때도 오겠지.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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